휴가 마지막날인 30일, 전북 부안 채석강에 들렀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고 덩달아 바다도 미친듯 춤을 추고 있었다. 그날 채석강에는 떠나는 여름 훌훌 털어버리려는듯 바람 세차고 파도 드높았다.
나는 밀려온 파도가 바위와 부딪치며 깨지는 모습 보며 야릇한 쾌감을 느꼈다. 내게 파괴적 본능이 있었던걸까? 내 몸은 위협적인 파도 앞으로 점점 다가갔다. 나는 한순간 술에 취한 듯, 바다로 빨려들고 싶었다.
살인적인 더위가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고 있다. 시간 흘러 계절 바뀌어도 인생사 별반 달라질 일 없는데 또 가을을 기다린다. 뭔가 변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말이다. 이 시대에 미래에 대한 희망조차 없으면 무슨 힘으로 살지...
파도가 높아 그나마 속이라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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