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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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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상해왔던 라다크, 그리고 길 ⓒ 양학용
어둠 속에서 별빛은 언제나 주연이다. 하지만 히말라야에서는 별빛 또한 또 하나의 조연일 뿐. 히말라야의 어둠이 스스로 그의 푸르고도 완벽함을 내세워 주연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어둠을 검푸른 망토 삼아 여행학교 아이들이 하나둘 식당 텐트로 모여들었다.

그날 밤 우리들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 말하자면, 트레킹 코스 수정이다. 또 하나의 해발 5000미터 고개를 넘어가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던 코스를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계곡을 따라 에둘러가는 길로 수정하자는 제안을, 아내와 내가 했다. 진실과 몇몇 아이들의 상태를 고려했고, 가이드인 지미의 의견을 구해 제안한 코스였다. 당연히 아이들은 많이 아쉬워했다. 지난 3일 동안 죽을 것처럼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모두가 잘 해왔고 그 결과로 이처럼 아름다운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한 명씩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찬성 또는 반대, 혹은 의견 유보. 예인, 아라, 민아가 반대를 했다. 나머지 아이들은 동의하였다. 결정이 내려졌다. 반대를 했던 아이들이건 정작 동의를 했던 아이들이건 모두 결정과 함께 벼락같이 닥쳐오는 아쉬움의 무게에 눌려 말을 잃는다. 텐트 바닥을 응시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누구에게랄 것도 없는 원망스런 눈빛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이들이 뱉어내는 길고 짧은 한숨이 모여 식당 텐트는 보랏빛 풍선마냥 뿌연 슬픔으로 채워진다.

길의 속성이 그렇다. 앞으로의 길이 어떠할지 알지 못하면서도, 걸어온 길을 돌아서려 할 때는 지금껏 내가 걸어온 길마저도 부정되는 것처럼 아프다. 가지 못할 길을 향한 끈질긴 미련이 가슴 한가운데를 송곳처럼 파고든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알게 되는 점도 있다. 돌아보면 두 길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과 각각 또 다른 의미들이 있었음을 또한 알게 되는 것이다. 가끔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던 시간들이 또 다른 이야기가 되어 우리 곁에 추억으로 남기도 한다.

그날 밤 나는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글을 남겼다.

'슬퍼하는 아이들에게. 여행이란 가끔 다시 돌아와야 할 이유를 남기는 일임을 알게 된다면 좋겠다. 우리들은 이미 충분히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시간들 위에 서 있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우리가 함께 하늘 가까운 이곳까지 여행을 떠나온 것도, 고산병을 등에 업고 트레킹을 시작한 것도, 비틀거리면서 사흘째 길 위에 함께 서 있는 것도 어쩌면 다 기적 같은 일이니까.'

'천공의 섬'에 놓인, 어디에도 없는 화장실
캠핑장의 아침 풍경 ⓒ 양학용
다음날, 그러니까 트레킹 넷째 날 아침 우리 모두는 트레킹 떠나 처음으로 느지막이 일어났다. 오늘은 반나절 정도만 걸으면 된다는 지미의 설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히말라야의 아침이 여유롭다. 요리사 제왕이 만들어준 '짜이'를 마시며 설산들이 자신의 그림자를 서서히 거둬들이는 풍경을 바라본다.

그리곤 어슬렁거리는 문중을 불러 세워 그가 가져온 폴라로이드 즉석 사진기로 우리 부부의 히말라야 캠핑 기념사진을 하나 남긴다. 아이들의 아침풍경도 제각각이다. 민아와 아라는 아침부터 부지런 떨며 당나귀를 따라 캠핑장 끝과 끝을 탐방한다. 예인은 가이드 지미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머지 아이들은 아직 텐트 안에서 밀린 잠을 청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남수가 인상을 쓰며 캠핑장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화장실에서 내려온다.

여기서 잠깐만 이곳 화장실 이야기를 풀고 가야겠다. 지극히 주관적인 말이지만, 이곳 캠핑장 화장실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금껏 내가 경험해본 화장실 중에서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언급했지만 이곳 캠핑장은 '천공의 성'처럼 느껴진다. 전날 해발 5000미터 고개를 넘어서자 무섭게 곤두박질하던 내리막길이 깊고 날카로운 계곡을 따라 이어지다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을 비스듬한 경사지역에 캠핑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캠핑장에서도 화장실은 가장 높은 곳에 홀로 자리했다. 화장실의 바람벽은 돌로 쌓여졌는데 언제부터인지 하나둘 무너져 내렸을 테고 지금은 내가 볼일(!)을 해결하기 위해 쪼그려 앉았을 때 턱 높이 정도까지 다다른다. 그러니 당연히도 열고 들어갈 문도, 하늘을 가려줄 천장도 있을 리가 없다.

다시 말하자면, 볼일을 보기 위해 앉으면 히말라야의 하늘과 산은 물론이고 아래 캠핑장까지 훤히 다 내려다보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반대 방향은? 당연히 마찬가지다. 즉, 산소량도 부족한 이곳에서 굳이 힘들여 화장실까지 올라가 노크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의미다. 화장실에 앉아 볼일을 보는 사람의 머리가 캠핑장에서도 아주 잘 보이므로.
숨다 캠핑장의 '천공의 성' 화장실^^ ⓒ 양학용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그만큼 화장실 안과 밖의 경계가 순례자가 성과 속을 넘나들듯 자유롭고, 그에 따라 그곳 화장실에 앉아있으면 히말라야 자연 속에서 똥을 누는 것 같은 해방감이 밀려든다는 점이다. 특히 완전한 어둠이 주연이 되는 밤이면 자유와 해방감은 두 배가 된다. 그 허술한 경계에 쪼그리고 앉아있으면 히말라야의 별들과 바람이 내 가랑이 사이로 맴돌다 검푸른 바닷소리를 낸다. 아, 그 느낌, 독자는 이해할 수 있을까? 못한다 해도 이제 어쩔 수 없다. 더 이상은 나도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으니까.   

다시 길을 떠나야 할 시간. 예상과는 달리 길이 편안하지가 않다. 지미의 설명에 따르면 날씨가 따뜻하여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면서 계곡물이 많이 불었단다. 그리하여 오늘 트레킹도 결국 탐험이 되고 만다. 물이 점점 불어나면서 길이 사라져버렸고, 우리들은 사라져버린 길을 찾아내거나 결국 물살이 빨라진 계곡 건너기를 수도 없이 반복해야했다.

길 자체도 위태로웠다. 수묵화에서 한 붓으로 휘익 긋기만 한 것 같은 흘러내릴 듯 아슬아슬한 곡예 길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또 다시 이어졌다. 짜릿했다. 그만큼 아름다웠다는 뜻이다. 내가 오래토록 상상해왔던 라다크의 풍경들이 거기에 그렇게 있었다.

그 순간에 전날 아침 중도에서 돌아선 아이들이 떠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솔지와 수경이 여기까지 함께 왔더라면…. 우현과 유진을 더 독하게 설득했더라면…. 길의 아름다움 앞에서 내 안의 미련들이 속절없이 꿈틀꿈틀 기어 나온다. 

"길이 좁아서 헛디뎌 넘어질까 무서웠다. 특히 잠이 와서 졸면서 걸었을 때는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길을 가다가 오른쪽을 딱 보면 정말 무섭다. 오늘도 남수랑 당나귀몰이꾼을 따라 먼저 걸었다. 다른 사람들 보다 먼저 와서 빨래를 했다. 집에서는 거의 손빨래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여기 와서 빨래가 점점 느는 것 같다. ^-^ 개울물을 한 10번 정도는 건넌 것 같다. 사람들이 거의 가지 않는 길이라서 길을 따라 걷는다는 말보다 우리가 직접 길을 만들어 걷는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 (어린여행자들의 일기, 민아)

"히말라야의 풍경은 그냥 대충 찍어도 그림이다. 이 멋진 풍경에 사진기를 놓고 왔다니 너무 후회된다. 오전에 또 라다크인들이 나보고 라다크 말로 이야기했다. 내가 라다크인처럼 생겼나 보다. 오늘도 어김없이 선두에서 당나귀 똥을 보며 걸어간다. 이제 하늘에서 제일 가까운 이곳에서 지낼 날이 하루 밖에 안 남았다. 다시 오고 싶지만 힘들어서 올 수 없는 곳. 올 수 있으면 다시 오고 싶다. 친구들이랑 부모님이랑." - (어린여행자들의 일기, 남수)
설명할 길이 없는 아름다운 길 ⓒ 양학용
물이 불어난 계곡을 따라 길을 만들며 걷다 ⓒ 양학용
히말라야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낼 캠핑장에 도착하기까지는 4시간이 더 필요했다. 캠핑장 옆으로는 우윳빛 계곡물이 빠르게 흘러가고 반대편으로는 '둥둥첸-라(Dungdungchen-La)'를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또 그 차가운 빙하 녹은 물에 뛰어들어 이른바 '빨래놀이'를 하며 한바탕 순간의 시간들을 즐긴다.

그러더니 저녁시간도 되기 전에 다혜는 열이 나서 아프다고 누웠다.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미래에 대한 대비나 걱정'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게 앞자리를 내어준다. 그들이 부럽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은 그들 몫이고, 열이 나고 아픈 녀석을 걱정하는 일은 아내와 나의 몫인 것은, 어쩌면 이번 여행 우리들의 운명인 듯.

그날 저녁 아내가 수제비감자라면을 끓였다. 힘들어하고 아픈 아이들을 위한 특식이었다. 그리고 지미와 제왕과 둔둑과 여러 헬퍼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다혜 가방 속 너구리 세 마리를 잡고 한국에서부터 준비해온 라면스프 네 개를 더해 수제비와 감자를 넣고 라면을 끓여내자, 아이들은 열광하고 라다크 친구들은 신기해했다.

그날 저녁 제왕과 둔둑은 뜻밖에도 케이크를 만들어왔다. 케이크의 하얀 크림 위에는 'See You Again!'이라고 적혀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 'Goodbye Cake(이별 케이크)'를 만들어 보았어요."

제왕의 말에 아이들은 감동했다. 나 역시 콧등이 찌릿했다. 이별을 멋지게 준비해준 제왕과 둔둑의 마음도 그렇지만, 사실은 케이크 위에 그려진 'See You Again!'이라는 기약없는 문구 때문이다. 다시 만나자고... 이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리들은 라다크로 다시 돌아와 여기 히말라야의 하늘과 길과 산과 계곡을 다시 걸을 수 있을까? 대답 대신 케이크 위의 이별 글자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촛불을 따라 흔들렸다.
히말라야 이별 케이크 ⓒ 양학용
히말라야와 이별을 준비하는 모닥불 ⓒ 양학용
그리하여 우리들은 텐트 밖으로 나가 모닥불을 피웠다. 나뭇가지를 줍고 당나귀나 야크의 똥을 주워 모았다. 잘 마른 똥에는 구린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과 화력이 아주 그만이라는 것에 아이들이 신기해하는 동안, 당나귀몰이꾼들이 오랜 그들만의 방식으로 모닥불을 순식간에 피워 올렸다.

우리들은 노래를 불렀다. 춤도 추었다. 모닥불 주위로 원을 그리고 돌면서 놀이를 하였다. 남수가 단소를 연주하였고, 그동안 지미의 모자를 옆 사람에게 돌리다가 단소 소리가 멈출 때 모자를 가진 사람이 모닥불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었다.

아라의 '진도아리랑'이, 문중의 '남행열차'가, 아내의 '감수광'이 붉게 타오르는 모닥불을 더욱 일렁이게 했다. 정호의 '나에게 넌, 너에게 난'이, 다혜의 '죽겠네'가, 철민의 '곰세마리'가, 그리고 진실의 소고춤과 제왕과 둔둑의 라다크 전통노래가 히말라야 밤하늘로 스며들어갔다. 그리고 별똥별이 꼬리를 길게 끌며 앞 산 너머로 떨어졌다.

이제 트레킹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아이들은 하룻밤만 더 지내면 레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아쉽고 또 한편으로는 좋은 모양이었다. 히말라야에서의 낯설고 힘들고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또 언제 누릴 수 있을까 싶어 아쉽고, 돈만 있다면 많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 문명의 편리함이 눈앞에서 아른거려 설레는 것이리라.

늘 더 많이 '가지는' 것에 익숙했던 아이들.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이곳에서의 짧은 날들이 그들에게 어떤 추억이 될까. 배낭속이든 마음속이든 채우기 보다는 비워야만 길을 걷기에도 살아가기에도 더 쉬운 이곳 히말라야에서의 매 순간의 삶들이 아이들의 인생에서 어떤 자리에 앉게 될지는, 더 많은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문득 그들만이 알게 될 것이다. 모닥불이 다 사그라졌다. 하지만 아이들은 텐트로 돌아가서도 쉬 잠들지 못하는 듯했다. 늦은 밤까지 아이들의 소곤거림이 계곡물 소리를 등에 타고 어둠을 건너고 있었다. 

차가운 물에 빠지고, 아프고... 레로 돌아가는 험한 여정
히말라야를 함께 걸은 친구들 ⓒ 양학용
당나귀 타고 노는 아이들 ⓒ 양학용
다섯 째날 아침. 텐트를 걷어내고 나서 그동안 함께 걸었던 모든 식구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결코 쉽지 않을 마지막 날 코스가 남아있었지만, 그날 아침 그 자리에서 기념사진을 남겨둬야 할 것 같았다. 그러고도 아이들은 잠깐의 틈을 이용해 당나귀를 타고 놀았다. 거침이 없는 아이들. 당나귀와도 작별할 때가 되어간다.

그날 하루는 당나귀에게도 우리들에게도 예상치 못한 힘겨움을 안겨준 날이었다. 잔스카르 강 상류는 하룻밤 사이에 물이 더 불어나 있었고, 그리하여 길의 많은 부분들이 물속에 잠겨 사라지고 없었다. 길을 만들고 계곡을 건너기 위해 라다크 친구들이 너무나 분투했다. 쓰러진 나무를 구해 다리를 만들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야했다.

결국 다혜가 사진기와 함께 얼음 같이 차가운 물에 빠지고 말았다. 당나귀들은 지고 가는 짐들이 물에 잠기면서 늘어난 무게로 인해 힘겨워했다. 예상한 시간의 곱절이 걸려 천신만고 끝에 계곡을 벗어났지만, 이제 지루한 흙길이 이어졌다. 곧 도착한다는 지미의 착한 거짓말도 더 이상 힘이 되지 못했다.
짐이 물에 젖은 무게로 힘들어 하는 당나귀들 ⓒ 양학용
"오늘은 쉬운 길이라 하고서는, 왜 이렇게 힘들어요?!" ⓒ 양학용
아라가 갈비뼈 아래의 통증을 호소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기진맥진한 상태에 이르렀을 즈음 우리들은 트레킹의 마지막 마을 칠링(Chilling)에 도착하였다. 끝났다. 드디어 우리들의 4박 5일 트레킹이 모두 끝난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아직 조금 더 남아 있다. 당나귀와 당나귀몰이꾼들이 왔던 길로 되돌아 떠나가고, 나머지 트레킹 식구들과 함께 지프와 승합차에 나누어 타고 레로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마치 고향집에라도 돌아온 것처럼 흥분했다.

"으아~ 깔끔한 침대!"
"우와~ 진짜! 수돗물도 콸콸 나와!"

평소 집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한 듯 사용해왔을 것들로 인해 아이들은 진심으로 감동했다. 그들의 환호에는 편리함만이 아니라 사소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의 마음이 함께 묻어있었다. 그러다 오버하는 녀석도 있다. 정호다.

"이제 난 핫 샤워 따위는 필요 없어! 아후~ 내가 진짜, 그 찬 계곡물에서도 샤워를 했거든! 으하하!"

그래서 녀석의 방만 핫 샤워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숙박비를 50루피라도 깎아볼까 했지만, 또 그건 아니란다. '따뜻한 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그 와중에 남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삼촌, 레 궁전이 저렇게 낮았어요?"

모두 함께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다. 그랬다. 8일 전에는 레의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듯 높아만 보였던 레 궁전과 스투파가 동네 뒷산처럼 만만해 보였다. 신기한 일이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던 것 같다. 내일 아침이면 각자 저곳에 올라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가 4박 5일 동안 절망하며 또 희망하며 걸었던 히말라야의 길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것이다. 

"이 날은 헬퍼들이 영웅처럼 보였던 날이다. 도착하기까지 강을 5번은 건넜다. 강이 나오면 어디선가 나무를 가져와 다리를 만들어주고, 손을 잡아주고, 업어주고... 그 고마움은 무엇에 비할 수가 없다. 헬퍼들을 보며 많이 배웠다. 함께 살아가는 법, 서로를 지켜주는 법, 재밌게 사는 법, 즐기며 지내는 법. 도착하자마자 쓰러져 그들에게 제대로 배웅인사도 못했지만 그들에게 느낀 점과 고마운 마음은 오래토록 간직할 것 같다." - (어린여행자들의 일기, 아라) 

"삼촌은 가끔 다음 여행학교 때는 이렇게 해야지~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나도 또 함께 여행을 오고 싶다. 드디어 레에 도착했다!!! 4박 5일 동안 히말라야 굽이굽이에서 땟국물 줄줄 흐르던 우리가 나름 도시인 레에 오니 너무너무 기뻤다. 수돗물도 콸콸 나오지, 밥도 내가 골라 먹을 수 있지, 산에 비하면 여긴 천국이다."- (어린여행자들의 일기, 민아)

"오늘 드디어 트레킹이 끝났다. 그 고된 4박 5일의 트레킹이 끝나고 레로 돌아왔다. 4박 5일 동안 내가 찾고 싶은 것을 찾았을까? 어떡하지? 이제 세상에 돌아간다. 슬프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이제는 철저해진다. 다시 가고 싶다. 히말라야여 안녕~. 길에서 8달 동안 트레킹을 한 대단한 사람을 만났다. 나도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돌아다닐 것이다. 이제 엄마가 보고 싶다. 아빠도 보고 싶다. 미웠던 형도 보고 싶다." - (어린여행자들의 일기, 남수)
안녕! 히말라야! ⓒ 양학용
레로 돌아가는 길, 안녕! 히말라야~ ⓒ 양학용

덧붙이는 글 | 본 연재기사는 2015년 3월~11월 제민일보에 게재되었던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태그:#여행학교, #라다크,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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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에서 살고 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초등교사가 되었고, 가끔 여행학교를 운영하고, 자주 먼 곳으로 길을 떠난다. 아내와 함께 한 967일 동안의 여행 이야기를 묶어 낸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이후,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아이들, 길을 떠나 날다>, <여행자의 유혹>(공저), <라오스가 좋아> 등의 책을 썼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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