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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열 살, 일곱 살배기 두 딸은 집에만 오면 TV 대신 아이패드부터 켠다. 유튜브에서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보기 위해서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시중에 판매하는 장난감을 소개하고 사용법을 알려주는 10분 남짓한 동영상 프로그램으로, 요즘 아이들 사이에 '캐통령(캐리+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캐리를 거쳐간 장난감들은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일종의 장난감 광고인 셈이지만 어린이 시청자들은 재밌는 구전 동화를 보듯 거부감이 없다. 그런데 만약 캐리 동영상에 그 장난감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버튼이 달린다면 어떨까?

싸이메라 개발자가 만든 두비두, 동영상 소개 제품 바로 구매 

SK컴즈에서 포토 SNS 앱 '싸이메라'를 개발했던 강민호 KT 상무가 30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하우 투' 동영상 플랫폼 '두비두'를 소개하고 있다.
 SK컴즈에서 포토 SNS 앱 '싸이메라'를 개발했던 강민호 KT 상무가 30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하우 투' 동영상 플랫폼 '두비두'를 소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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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서 30일 공개한 동영상 플랫폼 '두비두(dovido)'는 이런 아이디어를 구현했다. KT는 지난 2012년 SK컴즈에서 사진 SNS 앱 '싸이메라'를 개발해 지금까지 전 세계 2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강민호 상무를 영입해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을 만들었다. '두(do)+비디오(video)+두(do)'의 합성어인 '두비두'는 제품이나 서비스 이용 방법을 소개하는 '하우 투(how to)' 동영상 제작을 돕는 한편, 상품 판매까지 연동시킨 동영상 플랫폼이다.

동영상 촬영부터 편집까지 길게는 3~4일씩 걸리는데, 두비두를 이용하면 모바일에서도 5~10분 정도면 간단한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동영상에 노출된 상품을 시청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과 연결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유튜브 동영상 제작자들은 주로 애드센스 광고 같은 간접 수익에 의존했지만 직접적인 상품 판매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TV를 시청하면서 프로그램 속에 등장한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T커머스'를, 개인이 만들어 인터넷에서 유통하는 UCC(이용자 제작 콘텐츠)로 확장한 셈이다.

KT는 9월 말부터 당분간 한류 콘텐츠로 관심을 끌고 있는 화장품 같은 뷰티 제품에 한정해 오픈마켓 형태로 상품 구매를 연동하고, 점차 생활용품(리빙), 쿠킹 등으로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다. KT는 '코리안몰'이란 인터넷 쇼핑몰과 제휴해 상품을 판매한 뒤 상품 판매 가격의 3~5% 정도를 동영상 제작자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김형욱 KT 플랫폼사업기획실장은 "제한된 국내 시장보다 글로벌에서 유튜브, 페이스북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만들었다"면서 "통신쟁이가 아니라 ('싸이메라'로) 전세계 2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고 강조했다.

그 주인공인 강민호 KT 플랫폼서비스사업단 상무는 "하우 투 동영상은 일반인이 쉽게 만들 수 있고 생명력이 높고, 수익화 가능성이 높다"면서 "인스타그램이 포토 SNS로 차별화해 페이스북의 아성에 도전한 것처럼 '하우 투'에 특화된 두비두도 유튜브의 인스타그램 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범한 1인 제작자도 유튜브 스타로"... '노골적인 광고' 거부감도

KT에서 30일 선보인 '두비두'는 제품 소개나 사용법을 담은 하우 투 동영상과 상품 판매를 연동시킨 동영상 플랫폼이다. KT는 9월 말 뷰티 제품을 시작으로 리빙, 쿠킹 분야 등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KT에서 30일 선보인 '두비두'는 제품 소개나 사용법을 담은 하우 투 동영상과 상품 판매를 연동시킨 동영상 플랫폼이다. KT는 9월 말 뷰티 제품을 시작으로 리빙, 쿠킹 분야 등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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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두비두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나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 같이 이미 유튜브를 통해 많이 알려진 스타급 제작자보다는, 이제 막 이 분야에 뛰어들었거나 많이 알려지지 않은 1인 제작자들을 겨냥했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이 점차 기업화돼가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보다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거꾸로 검증 안 된 1인 제작자들만 모인 '동영상 광고 플랫폼'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강민호 상무는 "제품 사용 설명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하우 투 동영상을 광고에 접목했을 뿐 광고 플랫폼은 아니다"라면서 "지금까지 소수 스타만 혜택을 봤다면 (사진을 쉽게 편집하게 만든) 인스타그램처럼 일반인도 하우투 동영상을 쉽게 만들어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동영상에 달린 '제품 구매하기' 버튼은 양날의 검이다. 당장 수익에는 보탬이 되겠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제품 판매 수익 때문에 해당 제품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TV 홈쇼핑 쇼호스트와 다를 바 없어서다.

만약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에 '장난감 구매하기' 버튼이 달린다면, 어린이 시청자는 몰라도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거부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태그:#두비두, #KT, #유튜브, #캐리와장난감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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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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