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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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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동안 시집(詩集) 사본 적 있으세요?

나의 형제들과 친구들을 볼 적에 나이 오십 중반이 넘도록 시집(詩集) 한 권 안 사보는 사람들이 열에 아홉입니다. 제 주변에 그런 사람만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나하고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시에는 '아름답다, 예쁘다, 곱다, 그리움, 사랑' 등등 고운 우리말이 많이 들어가 있어. 너희들이 열심히 보는 뉴스나 조중동에는 '살인, 사건, 사고, 비리' 등등 거친 말이 많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 년에 시집 한 권만이라도 사서 읽어보아. 지금까지 너희가 바라보던 세상이 조금은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야. 시집 한 권에 통닭 반 마리 값도 안 해. 허허."

언젠가 아우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소귀에 경만 읊었지요. 시큰둥합니다. 오히려 옆에 있던 조카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나는 만년필을 무한 사랑하는 사람이지요. 심심할 때면 만년필을 있는 대로 꺼내놓고 괜히 뚜껑을 여닫으며 혼자 히죽거립니다. 만년필은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라 외줄 타기 하듯 위태롭고 현란한 나만의 감성이 포함된 필기구이지요.

또한 만년필에 앞서 좋아하는 상품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시(詩)입니다. 시인이 이 글을 읽으면 이게 뭔 말이냐 하겠지만 '시(詩)도 상품이다'는 내 의사를 굽힐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다만 시가 다른 상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는 느낌, 즉 감정과 감성을 사고파는 상품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시인은 감성을 팔고 나는 감성을 삽니다.

일반적인 상품은 아무리 좋아도, 가령 내가 만년필을 아무리 좋아한들 맘에 드는 만년필을 사놓고 좋아서 울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시라는 상품은 울어본 적이 제법 많지요. 이게 바로 일반적인 상품과 시라는 상품이 다른 점입니다.

빨간 꽃을 시인이 노란 꽃으로 느꼈으니 독자인 당신도 노란 꽃으로 느껴야 된다며 시에 대한 이해의 강요할 수는 없지만 시인들은 빨간꽃 을 보며 노란 꽃으로 파란 꽃으로 느낄 수가 있지요. 그리고 시로서 빨간 꽃을 노란 꽃 파란 꽃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특권이 있습니다.

각설하고 시를 읊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려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시라는 상품을 참으로 열심히 사다가 모아놓고 비 오는 날, 눈 내리는 날, 맑은 날, 슬픈 날, 기쁜 날, 용도에 맞게 꺼내어보기도 하지만 시를 읊다가 눈물을 흘려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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