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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체중계의 숫자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아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살이 빠지지 않을까를 고민해보니 답은 분명했습니다.

예전보다 먹는 것을 줄이기는 했지만 때때로 밀려오는 먹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지 못한 것이 다이어트 실패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앞으로도 그 유혹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에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를 심각히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끝난 리우 올림픽에서 많은 메달을 딴 마이클 펠프스 선수 식단 관련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내용은 펠프스 선수가 4인 가족이 먹을 양을 혼자서 먹는다는 엄청난 식사량과 관련한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그 기사가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펠프스 선수의 식사량 때문이 아니라 그 아래 달린 한 누리꾼의 댓글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정말 엄청나게 운동하면 역시 살이 찌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그 댓글을 떠올리며 비장히 결심을 했습니다. 식단만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무리라면 열심히 운동해 살을 빼겠다고! 그리고 지난주! 운동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할 미래의 제 모습을 꿈꾸며 드디어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헬스장에 가서 제가 가장 먼저 한 운동은 러닝 머신! 첫날은 3km를 달렸지만 그 다음 날 남자라면 적어도 5km는 달려야겠다 마음 먹고 5km를 달렸습니다. 5km를 달리는 데 든 시간은 50분 정도였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목표한 만큼 달렸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뿌듯했지만 그 뿌듯함은 삼 일 만에 깨졌습니다. 일요일 저녁 <진짜 사나이>를 보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보지 않다가 남녀 동반 입대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서 보기 시작한 것이 즐거움의 끝,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사나이 '해군부사관' 특집.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사나이 '해군부사관' 특집.
ⓒ MBC 캡처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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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에서 늘 하는 체력 검정 시간. 복싱을 한 이시영씨가 어느 정도 운동을 잘할 것이라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윗몸일으키기를 웬만한 남자들보다 잘하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나 제가 진짜 놀란 것은 3km 달리기를 하는 이시영씨의 모습을 보고 있는 동안이었습니다. 남자들과 대등하게 달릴 뿐만 아니라 나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어려서부터 운동으로 단련된 박찬호 선수에게 "빨리 좀 뛰십시오" 이러면서 추월까지 하는 모습을 본 뒤 저는 놀라움을 넘어 경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시영 선수가 들어오는 순간 화면에 선명히 찍히는 '15분23 초'라는 기록. 이제는 경악을 넘어 패닉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3km를 15분 만에 완주했다는 것은 1km를 5분 만에 뛰었다는 이야기인데 5km를 50분 걸려 뛴 저는 1km를 10분이나 걸려 뛰었다는 이야기이니까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시영씨이고 제가 옆에서 뛴 것도 아니지만 어쩐지 부끄러웠습니다. 양성 평등에 어긋나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지만 오랜 시간 여자보다 남자의 신체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의식 또는 무의식에서 세뇌가 되어 있었던 저에게는 가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1~2분도 아니고 제가 이시영씨랑 같이 뛰면 무려 1km의 거리를 무려 5분이나 늦게 뛴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진짜 사나이>를 보고 목표를 다시 잡았습니다. 앞으로 3km를 15분 안에 뛰겠다고.

저 혼자 괜히 자존심이 상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3km를 15분 안에 뛰는 이시영씨처럼 뛸 수 있는 몸이 된다면 분명 살도 빠지고 몸도 탄탄해지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진짜 사나이>를 본 후 처음 가는 헬스장. 비장한 각오를 하고 러닝 머신 위에 올라갔습니다. 3km를 목표로 잡을까 하다다 우선 몸도 풀어야 하고 하니 1km는 우선 걷고 나머지 3km를 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러닝 머신 위에 올라가 점점 빠른 속도로 걷기 시작하니 빠르게 걷는 것만으로 숨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속도를 점점 올려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걸을 때보다 숨이 더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힘이 들면서 저도 모르게 <진짜 사나이> 박찬호 선수가 한 것처럼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체력이 바닥이 나 걷고 뛰고를 반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격렬한 사투(?)끝에 제가 기록한 시간은 35분대였습니다. 이시영씨와 같은 페이스로 뛰었다면 20분 대를 기록해야 했는데 15분이나 더 늦게 들어온 셈이었습니다. 사실 처음 뛰기 시작할 때는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다 뛰고 나니 어쩐지 기분이 나쁘지도,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시영씨가 고마웠습니다.

사실 헬스장에서 다이어트를 위해 러닝 머신을 하면서도 동기 부여가 잘 안 되었는데  이시영씨 덕분에 확실한 목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시영씨처럼 3km를 15분 안에 들어올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목표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몸을 만든 후에 기회가 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시영씨와 3km  달리기 대결을 해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쯤 되니 제 스스로에게 궁금한 게 있습니다. 분명 답은 분명한데 쉽게 확신할 수 없는 질문 말입니다.

이시영씨를 만나는 것과 3km를 15분 안에 달릴 수 있는 가벼운 몸으로 만드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가능성이 높을까요? 저 이번에는 분명히 잘할 수 있겠죠?


태그:#진짜 사나이, #다이어트, #이시영,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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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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