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방영된 <SBS 스페셜> '몰카천국 대한민국'에서는 사회에 만연한 몰래카메라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방송을 통해 몰래카메라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다만, SBS에서 몰래카메라에 대해 본질을 놓쳤다.

지난 28일 방영된 '몰카천국 대한민국'에서는 사회에 만연한 몰래카메라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방송을 통해 몰래카메라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다만, SBS에서 몰래카메라에 대해 본질을 놓쳤다. ⓒ SBS


전직 남자수영 국가대표 선수가 여자 국가대표 선수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한 것이 밝혀졌다. 해당 선수는 고교생일 때도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했다고 한다.

국가를 대표하고 올림픽까지 나간 선수가 몰래카메라 범행을 저질렀지만, 안타깝게도 전혀 놀랍지 않다. 이미 몰래카메라 범죄는 만연해 왔고 피의자의 직업도 의사, 목사, 교수 등을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경찰에서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전직 국가대표 선수 A씨를 상습범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A씨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부터 든다. 몰래카메라는 분명 심각한 범죄고 엄청나게 많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기소되는 경우도 드문 상황이니 말이다.

지난 28일 방영된 <SBS스페셜> '몰카천국 대한민국'에서는 사회에 만연한 '몰래카메라'를 다뤘다. 방송을 통해 몰래카메라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알 수 있었지만 SBS는 몰래카메라에 대한 본질을 놓쳤다.

몰카천국 대한민국

방송 내용을 보자.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몰래카메라 범죄 발생건수는 2412건(2012년)에서 7623건(2015년)으로 3배 정도 증가했다. 기소율은 어떨까. 놀랍게도 몰래카메라 범죄 기소율은 69.7%(2012년)에서 32.1%(2015년 7월)로 감소했다. 검거된 범죄자의 수는 늘었지만 실질적으로 처벌 받은 경우는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한국의 몰래카메라 범죄 처벌 규정이 약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엄중한 편이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유포, 판매, 임대, 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 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 또한, 영리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은 분명 강력해 보인다. 하지만, 강력한 처벌 규정에도 불구하고 몰카 범죄는 끊이지 않고 계속 되고 있다. 특히, 연인관계에서 헤어진 뒤에 자주 발생하는 '리벤지 포르노'의 경우 더 심각하다. 영상물의 배포뿐만이 아니라 폭행, 협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의 정신적인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중한 처벌 규정에도 불구하고 몰카 범죄가 심각한 문제임을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점은 큰 문제다. 이는 경찰, 검찰 등도 다르지 않다.

방송은 지난해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27살 김모씨가 183명의 몰카를 찍어온 것이 밝혀졌으나 김씨가 기소유예 처리된 것을 소개했다. 김씨의 범행이 우발적이고 벌금형 이상의 선고를 받을 시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제적 처리' 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방송에서 이수연 변호사는 "의사나 공무원 같은 특정 직종의 경우에 처벌을 통해 잃을 것이 많다고 여겨지면 법 집행기관도 약해지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히려 의사, 공무원 등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직종의 경우에는 처벌이 강화되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 않을까? 솜방망이 처벌이나 기소 유예를 하는 경·검찰의 태도는 몰카 범죄를 예방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SBS가 지적한 몰래카메라 범죄의 원인

 '자신의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그들은 가족에게도 범죄를 저지른다.

'자신의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그들은 가족에게도 범죄를 저지른다. ⓒ SBS


<SBS스페셜>은 한국의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외국인 4명을 등장시킨다. 외국인들은 가장 먼저 금기시되고 있는 한국의 성문화를 지적한다. 한국인들은 성에 대해 비밀시하는 경향이 있고, 또 사회적으로도 금기시되기 때문에 몰카 범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법적으로 포르노 등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몰카를 본다고도 지적했다.

또 그들은 몰래카메라 장비들이 지나치게 발달해 있고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방송에서 다양한 몰래카메라 장비들이 나왔는데 놀라웠다. 단추, 명함지갑, 리모컨, 샤워헤드 등 일상적이고 평범한 대부분의 물품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었다. 이 제품들은 온라인에서 마치 필수 장비인 것처럼 광고되고 있고 아무런 제재 없이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원한다면 누구나 몰래카메라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이다.

방송은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몰카를 찍는 것은 불법임을 인식하고 있지만 보는 것도 불법이라고 인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연예인들의 성관계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뉴스에도 보도되는 것처럼 한국의 경우 몰래카메라를 공유하는 행위가 아무렇지 않게 계속된다.

방송은 범죄의 대상자가 자신의 가족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결론이 몰래카메라 범죄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몰래카메라 범죄는 단순히 가족이 아닌 타인을 대상으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역시 피할 수 없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일명 '작가'라고 불리는 몰카 유포자들은 자신의 가족조차 범행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몰래카메라 범죄의 진짜 본질은?

 이것이 몰래카메라 범죄의 본질이다.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고 마음대로 해도 되는 존재로 여기는 것. 바로 '여성혐오'다.

이것이 몰래카메라 범죄의 본질이다.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고 마음대로 해도 되는 존재로 여기는 것. 바로 '여성혐오'다. ⓒ SBS


몰래카메라 범죄의 진짜 본질은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다. 방송에 나온 외국인들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여자를 남자보다 밑으로 보는 시선이 있기 때문에 몰래카메라를 촬영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에 나온 많은 피의자들은 공통적으로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고교생은 스릴을 위해서, 화면으로 보는 것을 직접 보기 위해서 찍었다고 했다. 자신의 딸과 친분이 있는 제자에게 범행을 저질렀던 학원 강사는 치마가 짧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찍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물리적으로 한 것이 없다며 남자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기저에는 여자는 성적으로 소비되는 존재이며 그래도 되는 존재라는 의식이 깔려있다.

이것이 몰래카메라 범죄의 본질이다.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고 마음대로 해도 되는 존재로 여기는 것. 바로 '여성혐오'다. 몇몇 사람들은 자신은 여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여성혐오'를 하지 않는다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오해다. '여성혐오'는 여자를 싫어하는 것만이 아니라 여자를 성적대상화하거나 차별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도 포함한다. 몰래카메라 범죄는 명확한 '여성혐오' 범죄이다.

방송에는 오랜 시간 사귄 남자친구에 의해 몰래카메라 범죄를 당한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평소 자신에게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녀는 믿었던 남자친구에게 범행을 당했다. 동영상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아온 돈을 모두 사용했지만 아직도 그녀의 동영상은 유포되고 있다고 한다. 남자친구는 그녀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 오히려 그녀가 유난을 떨어 문제가 커졌다고 화를 냈다.

방송 마지막쯤에 성문화센터 소장 배정원씨가 나온다. 그녀는 피해자들을 '창살에 갇힌 사람'으로 표현한다. 몰래카메라 범죄를 당한 피해자는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게 된다.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는 시선이 존재하는 한 동영상은 꾸준히 유포되고 소비될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때때로 사람들은 약자인 여자에게 '조심하지 않았다'며 지적하기도 한다. '여성혐오'가 존재하는 한 피해자는 공포의 '창살'속에서 계속 괴롭힘 당하고 고통받게 된다.

SBS는 틀렸다. 몰래카메라 범죄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거나 몇몇 사람의 인식 변화로 바뀌지 않는다. 여성을 남성보다 약한 존재로 보는 시선, 성적대상화 하는 시선이 남아 있는 동안 계속 될 것이다. 몰래카메라 범죄를 없애기 위해서는 '여성혐오'를 없애야 한다.

몰래카메라 여성혐오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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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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