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오스마르(오른쪽)와 김신욱(왼쪽)이 치열한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28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오스마르(오른쪽)와 김신욱(왼쪽)이 치열한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 FC서울


27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던 전북 현대와 최근 6연승을 달리던 FC서울이 맞붙었다. 모든 이들의 기대를 받던 이 경기는 시작 전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K리그 클래식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한 신예 김정환(19)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반면, 최강희 감독은 수비형 미드필드 이호(31)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을 올 시즌 7경기에 출전한 신예 장윤호(20)로 매웠다.

굉장히 놀라운 결정이었다. 특히 김정환의 갑작스러운 데뷔는 그 누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용인FC 산하 백암중과 신갈고를 나온 그는 안익수(51)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는 선수다. 그러나 2016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경기에 출전한 것이 기록의 전부인 선수가 사실상의 K리그 클래식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 것이다.

시작 전부터 치열한 수 싸움을 보이며 팬들의 기대를 더욱 높였지만, 안타깝게도 경기는 싱겁게 끝났다. 28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는 원정팀 전북의 3-1 승리로 끝났다.

경기 시작부터 전북에 행운이 따랐다. 전반 3분 서울의 페널티박스 부근 혼전 상황에서 이석현(24)이 걷어내려고 찬 볼이 장윤호의 발에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이른 시간 어처구니없는 득점을 허용한 서울은 경기 주도권을 잡아 나가면서 팀을 재정비했다. 그러나 전반 26분 이재성(24)이 중앙선 부근에서 연결한 패스를 레오나르도(29, 브라질)가 받아 깔끔하게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점수는 2-0으로 더 벌어졌다.

다급해진 서울은 전반 28분 전북의 권순태(31) 골키퍼의 킥 실수를 다카하기(30, 일본)가 로빙슛으로 연결했지만, 선방에 막혔다. 곧바로 이어진 코너킥 기회에서 곽태휘(35)가 위협적인 헤딩슛을 선보였지만, 골대 옆을 살짝 비껴갔다. 이후에도 경기 주도권을 잡아나가며 지속적인 공격을 시도했지만, 전북의 조직적인 수비를 뚫지 못했다.

후반전에도 서울의 공격은 계속됐다. 후반 5분 고요한(28)-아드리아노(28, 브라질)-박주영(31)으로 이어지는 연결을 통해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선보였지만, 힘이 너무 들어갔다. 윤일록(24)의 슈팅에는 힘이 덜 들어갔고, 아드리아노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권순태의 품에 안겼다.

주도권을 잡은 시점에서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 서울은 오히려 추가골을 허용했다. 후반 13분 '역습의 정석'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깔끔한 플레이로 레오나르도가 멀티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후 서울은 윤주태(26)와 심우연(31)을 투입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전북의 단단한 수비를 뚫지 못했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박주영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아드리아노가 성공시키는 데 그치면서경기는 3-1 전북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절대강자'의 모습을 보여준 전북

    28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레오나르도가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있는 모습

28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레오나르도가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있는 모습 ⓒ 전북 현대


전북은 정말 강했다. 사상 첫 K리그 '무패 우승'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번 경기를 통해 증명했다. 상대가 6연승 중이었던 리그 2위 서울이었기 때문에 전북으로서는 가장 큰 산을 넘은 것이나 다름없다.

승리의 1등 공신은 역시 레오나르도다. 경기 내내 로페즈(25, 브라질)와 함께 서울의 측면을 공략했고, 위협적인 역습으로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의 28경기 무패를 자축했다. 특히 전반 27분 서울의 국가대표 수비수 곽태휘가 따라붙었음에도 깔끔하게 득점을 마무리하는 모습은 감탄사를 자아냈다.

레오나르도가 승리의 1등 공신이라면, 주역은 수비진이었다. 박원재(32)-김형일(32)-조성환(34)-최철순(29)으로 이루어진 포백은 '철벽 수비'를 보여줬다. 김형일과 조성환은 몸 상태가 좋아 보였던 박주영과 아드리아노에게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때론 거칠고, 끈질긴 수비로 볼을 잡는 것조차 불편하게 만들면서 서울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박원재와 최철순은 서울의 측면을 봉쇄했다. 깜짝 선발 출전한 서울의 김정환은 32분 만에 고요한과 교체됐고, 고요한 역시 이들 앞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최근 좋은 몸 상태를 보이는 윤일록도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최철순은 수비에서만이 아니라 공격에서도 빛났다. 후반 13분 승부에 쐐기를 박는 팀의 3번째 득점 상황에서 멋진 크로스를 선보이며 도움을 기록했다.

최강희(57) 감독의 히든카드인 장윤호 역시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2015년 K리그 클래식에 데뷔한 그는 아직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을 유지해 나간다면 팀 핵심으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경기 내내 활동량이 많은 박주영을 밀착마크 하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안겨주었고, 서울의 공격 전개 과정을 여러 차례 차단해 내면서 팀 승리에 크게 일조했다.

'완패'로 끝났지만, 서울에 불게 될 새로운 바람

    어린 선수를 발굴하고, 키워내는데 재능이 있는 FC서울의 황선홍 감독

어린 선수를 발굴하고, 키워내는데 재능이 있는 FC서울의 황선홍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에게 이번 경기는 정말 중요했다.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위해 승점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고, 2016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만날 가능성이 큰 전북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연패를 끊었어야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에서 완패했다. 24일 산둥 루넝과의 2016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보여준 '완벽함'에 가까웠던 경기력은 나오지 못했다. 박주영은 이날도 경기장 전체를 누비며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철옹성을 자랑하던 곽태휘와 오스마르(28, 스페인)의 중앙 수비진은 전북의 빠른 역습을 당해내지 못했고, 이석현과 다카하기는 이재성과 김보경(26)이라는 K리그 최고의 중원조합에 도전했지만 능력과 경험 모든 면에서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바로 황선홍 감독의 특별한 능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 감독은 포항스틸러스 감독 재임 시절 고무열(2012)-이명주(2013)-김승대(2014)라는 K리그 최고의 신인을 매해 발굴했고, 10%에 불과하던 베스트11 내 유스 출신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렸었다. FA컵 2연패와 더블 우승이라는 성과까지 일궈내면서 황 감독은 '화수분 축구'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이 '화수분 축구'가 서울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은 기성용(27, 스완지시티)과 이청용(28, 크리스털 팰리스)을 10대 시절부터 경기에 출전시키며,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게 한 저력이 있다. 뿐만 아니라 고명진(28, 알라얀 SC), 고요한, 박주영 등도 어린 시절부터 경기에 출전하며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었다. 그만큼 유소년 선수들을 활용하는 데 있어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팀이다. 여기에 황 감독이 서울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제2의 이청용과 기성용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U-20 대표팀 출신이자 2014 고등리그 왕중왕전 우승을 이끈 유망주 임민혁(19)이 K리그 클래식 데뷔전을 치렀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는 20세 이하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김정환이 선발로 출전했다. 비록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전반 32분에 교체되는 아픔을 맛봤지만, 팀의 미래를 기대케 한 긍정적인 요소도 분명 존재했다.

먼저, 김정환 카드를 실패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반 초반 행운이 따른 전북의 득점이 있었고, 두 번째 득점 장면에서는 이재성의 패스와 레오나르도의 마무리가 워낙 좋았다. 운이 따르지 않았고, 리그 우승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상황이 안 좋게 흘렀기 때문에 그가 이른 시간 교체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새로운 유망주를 발굴해 내는 황 감독의 능력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서울에는 현재 김정환과 임민혁(19), 중경고 출신 김주영(19), 왼쪽 풀백 기대주 정예찬(19) 등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들이 많다. 이날 경기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잡는다면 제2의 이청용과 기성용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더불어 기존의 선수들과 유망주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진다면, 서울에 전력상승 효과도 불러올 것이다.    

비록 경기 결과와 내용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게 패배한 서울이지만 황 감독의 새로운 '화수분 축구'에 대한 기대치만큼은 더욱 상승한 경기였다. 덧붙여 이번 경기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잘 보완한다면 상위 스플릿과 2016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전북을 다시 만나게 됐을 때, 다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확인했다. 올 시즌 전북에 3연패 중이지만, 최대 3번을 더 만날 기회가 있기에 서울로서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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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VS전북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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