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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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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조씨는 오즈의 마법사입니다.

출근을 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출근하는 직원들 차량 교통정리입니다. 나의 손에는 손오공이 쓰다버린 여의봉 같은 빨간 지시봉이 들려있지요. 병아리사원이나 장닭전무님이나 빨간 여의봉 앞에서는 맥을 못춥니다. 서라면 서고 가라면 가야지요. 교통정리 할 때 만큼은 내가 대장입니다.

처음에는 까맣게 선팅이 된 차안에 누가 탔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차번호만 보고도 어느 부서 누군지 압니다. 늦은 출근에 좌회전을 받아 코너를 꺽는 모습만 봐도 어제 뭘 했는지 알지요.

"어제 또 술 퍼마셨군. 쯧쯧."

아무튼 반갑다는 표시로 빨간 여의봉이 잔칫집에 부채춤 추며 돌아가듯 춤을 추지요. 너무 방정맞게 여의봉을 흔들어대다가 보안소장님한테 혼나기도 여러번입니다만 반가운 마음에 빨간 여의봉은 통제가 어렵습니다.

내가 출근길에 흔들어대는 여의봉은 양철인간의 차가운 심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언젠가부터 출근하는 병아리 사원들이 꾸벅 인사를 하고 등교하는 여학생들이 "아저씨 안녕" 해놓고 저희들끼리 까르르 숨이 넘어갑니다. 녀석들이 아저씨를 놀리는 게 분명합니다. 지각을 했다며 뛰어가던 직원에게 인사를 했더니

"아이 몰라 늦었어. 에이 씨이~~~."
"그런데 왜 반말이쇼?"
"아이 씨~ 몰라."


하얗게 눈을 흘기는 모습에 그만 웃음이 터집니다. 하루에 한 번 만나고 한 번 인사를 하더라도 진짜배기 소통이지요.

구내식당 음식도 별 다섯 개짜리 호텔 음식 못지 않습니다만 칼칼한 게 잡숫고 싶다며 영양탕 한 그릇 비우고 오던 본관 6층의 송차장님, 가던 길을 되돌아와서 누룽지사탕을 두 주먹이나 꺼내주며 갑니다. 식당에서 가져온 것이 분명합니다. 한 두개 입에 넣고 말 일이지 꼭 주머니 가득 넣고 와서는 눈에 띄는 사람마다 몇 알씩 줍니다.

사람이 자꾸만 좋아집니다. 지난 일요일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흙 개벽이 된 차를 세차도 안 하고 출근하는 졸린 눈의 김부장님도 반갑고 구내식당 반찬이 오늘은 별로라며 라면 끓여달라는 병아리사원도 귀여워 죽겠습니다.

그들은 갑이니 을이니 따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내 눈에는 그냥 사람만이 보일 뿐입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이곳은 꼭 오즈의 마법사가 등장하는 동화 속의 나라 같습니다. 이래저래 사람이, 사람이 자꾸만 좋아집니다.

나는,
경비원 조씨는
사람의 가슴에 따듯한 온기를 불어넣는
오즈의 마법사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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