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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앞에서 참여자들이 피케팅을 하고있다
▲ 피케팅 입구 앞에서 참여자들이 피케팅을 하고있다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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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장은 안돼요~ 우리는 막아낼꺼야"  

가요 <남행열차> MR에 맞춰 신나는 개사곡이 흘러나왔다.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아래 대책위)가 주최하는 정기 집회날이었다. 지난 28일 오전 10시무렵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약 30여 명까지 늘어난 주민들은 1시간 반 가량 피케팅과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이날 기자가 2시간 가량 확인해본 결과, 용산 화상경마장을 방문하는 사람은 적어도 10분에 5명 이상은 되는 듯했다. 대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경마장은 일주일에 3일 개장(금토일)하는데, 주로 주말에 방문자가 몰려 최대 장인원 500명을 꽉 채운다고 한다. 이날은 방문객이 저조한 편이었다.

경마장 입구
 경마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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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피케팅을 하고있다
▲ 피케팅 참가자들이 피케팅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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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앞 도박장 안됩니다. 주거지역 도박장 안됩니다. 여기는 학교앞 화상경마장입니다. 학부모들이 4년째 반대하고 있습니다."

경마장 입구에 들어서려는 방문객들을 향해 지역 주민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방문객들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대책위 관계자는 "오늘이야 별일 없었지만, 종종 격하게 반응하는 방문객들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제3자끼리 채무문제로 멱살잡이를 하는 경우도 흔하고, 경찰이 출동해도 소극적으로 관망하는 경우가 꽤 된다"며 허탈해했다.

다른 관계자는 "가끔씩 뭐를 얻는다고 이 고생 하느냐는 듯한 방문객의 눈초리가 기분나쁘다"고 했다. "마치 요즘같은 세상에 정의가 어디있냐, 조금이라도 콩고물이 떨어지니 이러는거 아니냐며 비아냥대는 것 같다"는 것이다.

피케팅에 이어 11시 20분 부터는 미사가 이어졌고 말미에는 간략히 새로 오신 분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이날 1인 시위에 참여한 곽노현 전 교육감은 "호환마마나 사드보다 무서운게 도박"이라며, "마사회 주장대로 1조 7천억 원의 지역사회공헌이 있다고 한들, 도박으로 파괴된 개인의 정신건강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폐해를 상쇄할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는 국회투명성기구의 성인 및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청소년의 경우 돈많이 벌고 잘 사는게 바르게 사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응답이 10% 이상 높게나옴) "중요한 건 청소년에 대한 인성교육이 아니라 어른들이 바른모습을 실천하는것이고, 그 연장선에서 도박장을 반드시 추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성장 전경
▲ 농성장 농성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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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내부로 들어가봤다. 운영시간표를 확인해보니 농성장은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었다. 오전/오후/저녁/야간 4타임으로 나눠 릴레이로 자리를 지키는 듯했다. 식사의 경우 처음엔 라면 등 간단히 요기거리로 해결했는데, 지금은 주로 주변식당을 이용하고 가끔 도시락을 싸올때도 있다고 했다. 

농성장 위치가 도로와 가까워서 초기에는 소음때문에 잠도 잘 못잘 정도로 여건이 좋지는 않았다. 농성장 내부에 무려 CCTV까지 설치된것으로 보아, 근 4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있었을까 짐작이 되었다.

참가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참가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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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지역 주민들이 싸움을 시작한지 어느덧 1215일, 한국마사회 용산지점 앞에 농성장을 꾸린지도 950일이 되었다. 하지만 결국 지난해 5월 화상경마장은 정식 개장했다. 현행법은 학교에서 200m 이내 입접을 금지하고 있지만, 용산지점의 경우 215m 거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경마장 측은 영업방해를 명분삼아 대책위 주요 관계자들이 경마장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법원의 명령까지 받아놓은 상황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주민의 의사와 배치되는 화상경마장 설립에 우려를 표한 바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 관할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사실상 현행 법 하에서는 뾰족한 수단이 없는, 기약없는 싸움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부모가 되지않겠다는 용산구 주민들의 싸움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거지역과 학교 설립지(예정지) 2km 이내에 설치된 화상경마장을 폐쇄 및 이전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과, 같은 당 김해영 의원이 발의한 화상경마장의 설치 및 변경 시 해당 주민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한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있다.  


태그:#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 #용산화상경마도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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