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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촬영한 여서도 모습. 항구가 움푹 패인 곳에 있어 태평양 파도와 바람을 막아준다.
 드론으로 촬영한 여서도 모습. 항구가 움푹 패인 곳에 있어 태평양 파도와 바람을 막아준다.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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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 2.6㎢, 가구수 36호, 주민 60여 명이 사는 여서도는 완도 동남쪽 41㎞ 가량 남쪽해상에 있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섬이다. 배를 타고 바라본 섬모양은 거의 원형에 가까웠지만 드론을 통해 하늘에서 바라보니 게가 집게발을 들고 있는 형상이다.

항구는 게가 태평양을 등지고 집게발을 편 안쪽 패인 곳에 위치해있어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고 있었다. 섬 중앙에 원추형으로 우뚝 솟은 여호산(해발 352m)은 경사가 급하고 해안은 대부분 암석으로 이뤄져 해식애가 발달해 있다. 동서남북 4면의 해안에 각각 작은 만이 있다.

여서도는 1690년대에 진주강씨가 처음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일제강점기에는 '태랑도'라고 불리다 광복 후부터 천혜의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여서도'라고 불렀다.

여서도 돌담길 모습
 여서도 돌담길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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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도에는 사철 마르지 않는 공동샘 세 개가 있다
 여서도에는 사철 마르지 않는 공동샘 세 개가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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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최남단에 위치한 여서도는 청정바다와 맑은 공기가 있어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오염되지 않은 물고기와 해초, 패류를 사철 먹을 수 있는 섬이다. 미역, 톳, 돌김, 감태 등 다양한 해초가 최고로 꼽히기도 한다.

옛날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어족이 고갈되었지만 이름난 낚시터로 감성돔, 벵에돔, 농어, 참돔, 열기, 부사리 등 다양한 어족이 잡힌다. 1960년대 어업이 번창할 때는 300여 가구가 살았으나 어족자원이 고갈되고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 노인과 부녀자들만 살고 있다.

날씨 좋은 날 밤에는 제주시내 불빛이 보이기도 한다는 여서도에는 사철 마르지 않는 공동 샘 세 개가 있다. 수 년 전 가뭄이 심해 전국 섬에 물이 부족하자 목포에서 물을 싣고 왔지만 "여기는 물 걱정 없으니 다른 섬에 주라"고 했다.

많을 때는 250명이 다녔던 초등학교는 2010년 폐교됐다. 정월 대보름에 당산제를 지내는 당집이 두 개라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방문해 보니 웃당(할아버지 당)은 거의 흔적만 남고 아랫당(할머니 당) 주위에는 풀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었다.

여서도 당집을 들여다 보는 이재언 연구원과 여서도 내연발전소 김용규 소장
 여서도 당집을 들여다 보는 이재언 연구원과 여서도 내연발전소 김용규 소장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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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을 위해 여서도를 안내한 내연발전소 김용규 소장. 여서도 출신인 그는 "이 동네 주민중 이 돌에 안 올라가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긴도팍'이라는 돌입니다. 선창을 확장하기 위해 항구를 매립하면서 크레인으로 돌을 들어올려 원위치에 두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어릴적 다이빙과 밀어내기도 한 추억어린 돌"이라고 설명해줬다.
 일행을 위해 여서도를 안내한 내연발전소 김용규 소장. 여서도 출신인 그는 "이 동네 주민중 이 돌에 안 올라가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긴도팍'이라는 돌입니다. 선창을 확장하기 위해 항구를 매립하면서 크레인으로 돌을 들어올려 원위치에 두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어릴적 다이빙과 밀어내기도 한 추억어린 돌"이라고 설명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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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무성한 당산(할머니당)을 중심으로 패총이 조성되어 2005년 목포대학교 박물관에 의해 부분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조사결과 다량의 어구와 어류 유체가 출토됐다. 또한 융기문토기, 구순각목토기, 자돌문토기, 세침선문토기 등이 출토됐다.

55년지기 '섬사모' 회원들... 섬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아!

청산도에서 일행을 싣고 여서도로 향하는 섬사랑 7호에는 '섬사모' 회원 8명이 동승했다. 섬을 사랑하는 모임이란 뜻을 가진 '섬사모' 회원 8명은 중학교 다닐 때부터 친구였다. 현직에서 물러난 노익장들. 무려 55년간 사귄 친구라 편해서 좋단다.

골프와 여러 가지 취미활동을 해본 친구들이 어느 날 만나 "죽기 전에 뭔가를 마스터 해보자. 등산은 힘들기 때문에 여객선이 다니는 섬 200개를 답사해보자"고 제안해 일 년에 네 번 답사에 나선다. 제일 먼저 시작한 섬이 울릉도였고 신안 앞바다는 거의 돌아보았다.

"14년째 돌아본 섬이 100개 정도로 토요일과 일요일은 사람이 많아 복잡하기 때문에 평일에만 나선다"고 말한 이신철(전직 은행원)씨가 '섬사모' 활동에 대해 얘기를 시작했다.

목포대학교 이재언 연구원(맨 왼쪽)과 포즈를 취한 '섬사모' 회원들. 중학교 때부터 사귄 55년지기 친구들이 일년에 네번 섬을 답사 중이다. 14년 동안 돌아본 섬이 100여개 된다고 한다.
 목포대학교 이재언 연구원(맨 왼쪽)과 포즈를 취한 '섬사모' 회원들. 중학교 때부터 사귄 55년지기 친구들이 일년에 네번 섬을 답사 중이다. 14년 동안 돌아본 섬이 100여개 된다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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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도 내연발전소 김용규 소장이 쥐치를 손질해 회를 만들어줬다
 여서도 내연발전소 김용규 소장이 쥐치를 손질해 회를 만들어줬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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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 섬에 관해 낭만적인 선입견을 갖습니다. 섬에 가면 선술집에 들어가서 즐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풍광도, 교통도 열악하고 식사가 안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학생이 10명 미만인 섬이 많아요. 폐교하지 않고 교육하는 게 좋았습니다. 완도에서는 소득이 1억이 넘는 섬이 있어 놀랐어요. 부인과 동행하는 것은 식사, 잠자리, 물 때문에 맞지 않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섬은 풍성한 음식을 맛본 금오도입니다."

여서도를 떠나 청산도로 돌아오는 길에 '섬사랑 7호'를 운항하는 박철용(67) 선장과 대화를 나눴다.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어선을 탔다는 그가 말문을 열었다.

"어선을 타면 생과사 가 오가기도 해요. 여객선은 훨씬 안전합니다. 해수부관할인 낙도보조선은 환경이 열악하고 보수가 적어 젊은 사람들이 지원하지 않아요. 한 달에 25일을 여서도에서 잠자고 5일 휴가입니다. 해수부에서 보수를 인상하며 나이를 제한하려 했지만 지원할 젊은이들이 없어 현실성 없는 정책이 됐습니다."

해양수산부 소속 낙도보조선인 '섬사랑 7호'를 운항하는 박철용(67세) 선장 뒤에 이재언 연구원이 여서도 전임 이장 정현종(70세)씨와 대화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소속 낙도보조선인 '섬사랑 7호'를 운항하는 박철용(67세) 선장 뒤에 이재언 연구원이 여서도 전임 이장 정현종(70세)씨와 대화하고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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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항 모습
 여서항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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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실 옆에는 전임이장이었던 정현종(70)씨가 타고 있었다. 교육청에 근무하다 소 몇 마리를 고향인 여서도에 방목해 기른다는 그가 고향 여서도 사정을 얘기했다.

"여서도는 바람이 세고 물살이 세기 때문에 양식이 불가능합니다. 옛날에는 조기 잡으러 노젓고 돛단배 타고 먼 바다까지 나갔습니다. 옛날에는 물반 고기반이었어요. 50㎝ 크기 고기는 고기로 취급하지 않았고 1m 정도 되는 고기를 염장해서 삼천포와 마산까지 팔러 다녔습니다"

"소귀에 인식표를 달아 4월부터 11월까지 방목하면 송아지를 낳아 데리고 들어온다"며 겨울에만 사료를 먹인다고 한다. 산에 방목한 소라는 소문이 나 옛날에는 여서도 소를 잡으면 불티나게 팔렸다. 

"교통과 병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고 말을 마친 전임이장은 "귀촌하는 분도 있다"고 귀뜸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낙도지만 위안거리는 있다. 주민들을 위해 80㎾짜리 발전기 3대가 구비된 여서도 내연발전소가 24시간 가동해 섬을 환하게 밝힌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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