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혐의로 농구계에서 영구제명된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이 최근 프로스포츠 부정방지 교육 강사로 나선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강동희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프로야구 KT 위즈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강의를 가졌다. 강동희는 여기서 승부조작과 관련하여 자신이 겪었던 아픈 경험과 교훈들을 후배 스포츠인들에게 허심탄회하게 고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방지 강연에 나서 강동희, 그를 향한 시선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강동희 전 원주 동부 프로미 농구 감독이 kt 위즈 프로야구 선수단을 상대로 프로 스포츠 부정방지 강연을 하고 있다. 2016.8.28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강동희 전 원주 동부 프로미 농구 감독이 kt 위즈 프로야구 선수단을 상대로 프로 스포츠 부정방지 강연을 하고 있다. 2016.8.28 ⓒ 연합뉴스


강동희는 한국농구계의 한 시대를 풍미한 당대 최고의 농구스타였다. 허재, 김유택 등과 함께 중앙대와 기아자동차의 전성시대를 이끌며 국내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활약했다.수많은 후배 가드들이 강동희를 '포인트가드의 롤모델'로 거론했을 정도다. 은퇴후 지도자로서도 원주 동부의 사령탑을 맡아 2011/12시즌 프로농구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수립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전설로 남을수 있었던 강동희의 농구인생에 돌이킬수 없는 오점을 남긴 것이 바로 승부조작이었다. 강동희는 2011년 2월부터 3월까지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브로커들에게 네 차례에 걸쳐 4700만원을 받고 주전 대신 후보 선수들을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가 밝혀지며 2013년 시즌중 구속됐다.

강동희는 당시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4700만원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KBL에서도 영구제명됐다. 강동희가 농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물론이고, 현직 감독이 승부조작에 직접 관여하고 제명까지 당한 것 모두 당시 최초의 사례였다는 점에서, 농구계를 넘어 국내 스포츠계에 남긴 충격은 엄청났다.

이미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쥔 농구계 슈퍼스타가 왜 잘못된 유혹에 빠졌을까. 강동희의 몰락 과정은 체육인 출신이 승부조작의 마수에 어떻게 휘말리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장면이었다. 강동희는 사석에서 알고 지내던 후배가 개인적 친분을 이용하여 집요하게 승부조작 제의를 해온 것을 차마 뿌리치지못하고 의리와 인정에 치우쳐서 잘못된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수렁에 빠졌다. 이후로도 강동희는 지속적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하라는 협박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조폭들까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제한된 환경속에서 운동만 해왔고 사회 경험이 부족하여 주변에서 친분을 내세워 접근했을 때 유혹에 빠지기 쉽다. 최근 야구나 축구 등을 강타하고있는 승부조작 파문 사석에서 편한 선후배 관계로 위장하고 접근한 '스폰서'들이 불순한 의도로 선수들에게 접근해 불법과 탈선의 길로 끌어들이는 경우가 반복된다.

강동희는 비록 이 사건으로 평생에 쌓아온 명예를 모두 잃었고 농구계에서도 퇴출되었지만, 부정방지 강연을 통해 어쨌든 다시 사회활동에 나설수 있는 길이 열렸다. 타 종목에서 승부조작 혐의에 연루되었던 인물들이 모두 퇴출되거나 체육계와 아예 인연을 끊고 은둔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불과 3년만에 다시 대중앞에 선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할만하다.

강동희가 받는 비난의 화살

개인의 속죄와 참회는 물론 긍정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동희의 재등장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도 존재한다. 승부조작범이 부정방지 강사로 나서서 "나는 조작했지만 너희는 그러지 말라"고 설교하는 자체가 모순이라는 비판도 만만치않다.

물론 과거에 범죄를 지었다가 죄값을 마치고 전향한 이들이 이후 범죄예방을 위한 활동에 나서는 경우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이나 사이버 범죄같이 어떤 특정분야에 대한 기술적 전문성이나 정보를 필요로 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강동희가 연루되었던 승부조작은 처음부터 '몰라서 당하는' 범죄가 아니라 상식과 의식의 문제였다.

한마디로 성인으로서 정상적인 사회의식과 사리분별을 갖출수 있는 이성만 있다면 누구나 승부조작이 왜 잘못인지 이해할수 있는 문제라는 의미다. 정말로 강사가 필요했다면 강동희가 아니라 승부조작의 유혹을 받고도 뿌리친 체육인들이나, 혹은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한 검사나 경찰을 초빙하는게 백배 나았을지 모른다. 단순히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강동희의 부정방지 강사 자격이 적합한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대중의 사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은 단지 음주운전이나 원정도박처럼 '개인의 일탈' 차원을 넘어 아예 해당 스포츠의 근간까지 흔들수 있는, 질적으로 가장 최악의 범죄다. 강동희는 과거 승부조작 혐의가 탄로나기 전에 끝까지 부정하며 거짓말을 했던 전력이 있고, 심지어 모 방송과의 인터뷰에 출연하여 타 종목의 승부조작 사태를 마치 남 일처럼 언급했던 일도 있었다.

'승부조작 혐의'라는 깊은 낙인

국내외를 막론하고 승부조작 혐의에 연루된 이들을 이유를 막론하고 강경하게 배척하는 풍토속에서, 유독 강동희만 '회개한 경험자'혹은 '원치않게 승부조작에 연루된 피해자'같은 포지션으로 몇 년 지나지도 않아 벌써 재등장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할까. 좋은 의도와는 별개로 자칫 승부조작범에 대한 섣부른 이미지 세탁이 될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여기는 시선도 존재한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혹시 농구계 복귀와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실제로 강동희에게 강사 역할을 처음 제의한 것이 KBL 전무이사를 지낸 안준호 프로스포츠협회 전문위원이라는 사실도, 선후배간 의리 문화가 강한 스포츠계의 제 식구 챙기기가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을 받은 이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복귀 가능성은 극히 낮아보인다. 승부조작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데다, 일부 종목에서는 한때 승부조작 관련자에 대한 징계 경감 등을 검토하려다가 엄청난 여론의 역풍을 맞은 일도 있다. 다만 부정방지 강연 활동을 통하여 강동희의 속죄와 참회를 위한 진정성이, 그에게 실망하고 등을 돌렸던 많은 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일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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