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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그리고 다리가 절단된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조작된 브라질 배우의 사진
 팔 그리고 다리가 절단된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조작된 브라질 배우의 사진
ⓒ 브라질 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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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브라질 패럴림픽 홍보의 일환으로 브라질 보그가 한 SNS 사이트에 올린 사진이 논란이 됐다. 장애가 없는 남녀 모델의 원본 사진을 마치 팔, 다리가 절단된 선수인 것처럼 포토샵으로 조작을 해서 게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브라질 보그사는 마치 무엇이 잘못된 건지도 잘 모르겠다는 듯, 자신들은 이번 패럴림픽 홍보를 맡게 됐고, 그 일을 충실하게 했을 뿐이라는 어이없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 뉴스를 접한 뒤 나도 어안이 벙벙했었다. 과연 어떤 잘못부터 지적을 해야 할지...

분명히 말해두지만, 이건 단순히 조작된 사진으로 거짓 홍보를 했다는 걸 지적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브라질만의 문제도 아니다. 난 이 사건을 통해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바라보고 있느냐 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장애는 있는 척 한다고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없는 척 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나처럼 휠체어를 타고 다니거나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것 때문에 차별을 당하고, 정신 장애와 같이 겉으로는 분별하기 어려운 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게 보이지 않아 날마다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해서 상황 판단이 떨어지거나 인지능력이 부족한 건 아닌데 단지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내게 할 말을 나와 동행한 사람에게 한다든지, 마치 어린아이에게 말하는 말투로 또박또박 친절하게 설명해준다든지 하는 일을 나는 매일 겪는다.

하루 동안의 휠체어 체험이라니...

그런데 장애인의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축제인 패럴림픽을 홍보하는데 장애를 마치 성형으로 조작하거나 임의로 조작할 수 있는 그런 시각적인 문제로 대상화한 뒤 그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장애를 마치 신체적 문제 또는 시각적 문제로 환원하는 건 브라질 보그사만이 아니다. 가끔 장애인 시민단체에서도 장애인 인식개선 운동의 일환으로 장애체험활동을 기획하는 걸 종종 보는데, 가령 하루 동안 비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시내를 다니는 식의 행사이다.

이렇게 하면 비장애인들도 장애인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지 않을까하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런 이벤트성이 짙은 행사에 참여한다고 해서 장애인의 삶에 대해서 이해하게 될까, 하는 문제는 한 번 재고해야 한다.

그렇다. 장애는 단순히 그것이 겉으로 보인다거나 보이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 우리는 물론 1년 365일 남들의 동정어린 시선을 감수하며 살아간다. 더구나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진 시대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강요되어지는 신체 이미지를 비교하며 자연적인 우리 몸을 부끄러워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기술력으로 해결될 문제는 더욱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장애가 단순히 내 몸의 문제가 아니라, 매일매일 감수하고 극복해야 할 내 삶의 일부라는 것이고, 더 나아가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미미한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제는 장애를 고쳐야 할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를 더 창의적이고 풍성하게 해줄 다양성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태그:#패럴림픽, #장애, #브라질 올림픽, #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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