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더 빨랐다. 창원 LG는 27일 서울 잠실 학생 체육관에서 열린 2016 KCC 프로-아마 최강전 4강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77-74로 이겼다. LG는 속공을 8개나 성공시키는 등 빠른 공격을 앞세워 프로농구 최강팀 오리온을 격파했다. 결승에 오른 LG는 KT-상무의 승자와 28일 우승컵을 두고 다투게 된다.

지역 방어를 격파한 젊은 가드 한상혁

1쿼터 초반의 경기력은 오리온이 더 좋았다. 오리온의 공격의 중심은 장재석이었다. 장재석은 조효현, 허일영, 최진수 등의 동료와 차례로 2대2 공격을 시도했고 공격 리바운드와 포스트업에 의한 득점도 기록했다. 오리온의 수비는 바꿔막기였다. 김강선(190cm), 허일영(194cm), 최진수(203cm), 장재석(204cm)은 LG가 스크린을 이용하는 공격을 펼치면 바로 스위치를 했다. 그로 인해 LG는 공격 제한 시간에 쫓기며 시도하는 1대1 공격 시도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기승호가 자유투를 잘 얻어내며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았다. 오리온이 1쿼터 3분 52초에 8-6으로 앞섰다.

박빙 리드 상황에서 오리온은 수비를 3-2 지역 방어로 바꿨다. 결과적으로 이 변화는 실패였다. LG는 이 수비를 상대로 왼쪽 코너에서 김영환이 3점슛을 성공시켰다. 그 다음 공격에서는 오리온이 존을 펼치기 전에 같은 자리에서 기승호가 3점슛을 터뜨렸다. 2방의 3점슛에 도움을 배달한 선수는 교체 투입된 가드 한상혁(183cm)이었다. 존 어택에 성공한 LG는 1쿼터 5분 51초에 12-9로 승부를 뒤집었다.

두 팀의 국가대표 스타 김종규(LG)와 이승현(오리온)이 투입됐다. 그리고 오리온은 수비를 대인 방어로 바꿨다. 하지만 기세를 탄 젊은 가드 한상혁의 활약은 계속됐다. 한상혁은 최승욱의 속공 마무리, 중거리슛에 의한 득점에 연속으로 도움을 배달했다. 속공 상황에서 김종규가 기록한 팁인 득점도 한상혁의 날렵한 속공 전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고참 포워드 김영환이 1쿼터 막판 연속 5득점을 몰아 넣는 괴력을 선보였다. LG는 한상혁과 김영환의 활약에 힘입어 1쿼터를 24-17로 앞서며 끝냈다.

 정재홍은 픽&롤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3점슛과 중거리슛을 연속으로 꽂아 넣었다.

정재홍은 픽&롤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3점슛과 중거리슛을 연속으로 꽂아 넣었다. ⓒ KBL 제공


지역 방어를 격파한 빠른 공격

2쿼터 초반 오리온은 정재홍과 이승현의 픽&롤 시도가 많았다. LG는 골밑에 자리 잡은 김종규를 활용하는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두 팀 모두 강력한 수비를 펼치면서 득점에 어려움을 겪었다. 2쿼터 2분이 넘게 진행되는 동안 LG는 2득점, 오리온은 무득점을 기록했다.

그 이후 앞서 나간 팀은 오리온이었다. 행운이 있었다. 정재홍이 시간에 쫓겨 던진 3점슛이 성공된 것이다. 여기에 김강선이 얼리 오펜스 상황에서 3점슛 한방을 추가했다. LG는 작전시간을 요청하며 흐름을 끊으려 했다. 하지만 오리온 백코트 콤비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정재홍은 픽&롤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3점슛과 중거리슛을 연속으로 꽂아 넣었다. 김강선도 2대2 공격에 의한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오리온은 가드진의 활약에 힘입어 2쿼터 중반 32-32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오리온은 1쿼터와 마찬가지로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수비를 지역 방어로 바꿨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변화는 실패였다. LG는 강력한 앞선 압박 수비를 펼치며 오리온의 공격 실패 또는 턴오버를 유도해냈다. 그리고 오리온의 존이 펼쳐지기 전에 속공, 얼리 오펜스로 연결하며 점수를 쌓았다. 이 과정에서 기승호, 김영환, 정창영, 양우섭이 차례로 득점하는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2쿼터가 끝날때까지 LG의 빠른 공격이 쉴 새 없이 펼쳐졌기 때문에 중간에 오리온이 수비를 다시 바꿨는지 확인할 틈도 없었다. LG가 48-35로 앞서며 2쿼터가 끝났다.

정창영과 문태종의 밀고 당기기

3쿼터 초반에는 두 팀의 밀고 당기기가 펼쳐졌다. 오리온은 허일영의 중거리슛, 정재홍과 장재석이 합작한 2대2 공격, 장재석의 골밑슛으로 점수를 추가했다. LG는 정창영의 도움을 받은 김영환의 골밑슛, 류종현의 자유투, 정창영의 속공 마무리로 득점하며 대항했다. 3쿼터 초반 13점차(54-41) LG의 리드가 계속됐다.

오리온은 3-2 지역 방어를 다시 꺼내 들었다. 전반전과 달리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다. LG는 존을 상대로 김영환, 양우섭, 기승호가 외곽슛을 시도했지만 모두 림을 돌아 나왔다. LG의 득점이 정체된 사이 오리온은 허일영, 장재석의 풋백으로 점수를 추가했다. 오리온은 3쿼터 5분 20초에 45-54, 9점차로 추격했다.

3쿼터 중반 두 팀의 밀고 당기기가 다시 펼쳐졌다. LG의 공격을 이끈 선수는 장신 가드 정창영(192cm)이었다. 정창영은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하며 자유투, 3점슛으로 득점을 올렸고 김종규와 멋진 픽&롤을 합작했다. 오리온은 김동욱과 문태종을 앞세워 대항했다. 김동욱은 픽&롤의 볼 핸들러로 나서며 연속 득점을 만들어냈고 문태종은 2대2 공격에 의한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한동안 계속된 '밀당'의 승자는 오리온이었다. 문태종이 3쿼터 막판에 중거리슛, 속공 마무리로 연속 득점을 기록한 것이다. 오리온이 58-63, 5점차로 추격하며 3쿼터가 끝났다.

문태종 vs '빅3'

4쿼터 초반 오리온 문태종과 LG 기승호의 정면 승부가 펼쳐졌다. 두 선수는 서로를 수비했다. 기승호가 속공 마무리, 3점슛으로 연속 5점을 생산하자 문태종 역시 포스트업과 3점슛으로 같은 점수를 뽑아내며 맞섰다. 여기에 장재석이 팁인으로 2점을 보태면서 4쿼터 초반 오리온이 3점차(65-68)까지 추격했다.

작전시간 후에 오리온은 수비를 3-2 지역 방어로 바꿨다. 그 후 경기는 오리온 문태종과 LG '빅3'(기승호, 김영환, 김종규)의 득점 쟁탈전으로 전개됐다. 문태종은 수비수를 달고 3점슛을 성공시켰고 1대1 돌파로 점수를 올렸으며 이승현과 픽&롤 득점을 합작했다. LG는 기승호의 골밑슛, 김영환의 커트인, 난전 상황에서 터진 김종규의 덩크슛으로 득점하며 대항했다. 경기 종료 2분 20초 전 LG의 2점차 리드(74-72)

경기 종료 18초 전 오리온은 문태종과 이승현의 2대2 공격을 통해 득점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픽&롤의 볼 핸들러였던 문태종은 스위치 상황에서 자신을 막는 LG 김종규를 상대로 골밑까지 계속 파고들며 기어코 득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LG의 손을 들어주었다. 경기 종료 2.2초 전 김종규의 스크린을 받은 김영환이 위닝 3점슛을 꽂아 넣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바꿔막기를 하지 않은 오리온의 수비가 다소 아쉬웠다. LG가 이겼다.

빠른 공격 앞세워 오리온을 제압한 LG

LG의 승인은 빠른 공격이었다. 강력한 압박 수비로 오리온의 공격 실패를 유도한 후 수비가 정돈되기 전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며 점수를 쌓았다. 이 날 LG가 기록한 속공은 8개였고 속공으로 기록되지 않은 얼리 오펜스는 그보다 더 많았다. 오리온(속공 2개)은 속도전에서 밀리며 이번 대회에서 큰 효과를 봤던 3-2 지역 방어를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패했다. LG가 더 빨랐다.

높이 경쟁력을 확인한 것도 이번 경기를 통해 LG가 얻은 수확이다. 25일 8강전 전자랜드를 상대로 김종규(207cm)없이도 높이에서 우위를 점했던 LG는 이 날 프로농구 정상급 높이를 자랑하는 오리온을 상대로 높이에서 밀리지 않았다. LG의 '빅3' 김종규, 김영환(195cm), 기승호(194cm)는 오리온의 이승현(197cm), 최진수(203cm), 장재석(204cm)과 페인트존에서 대등한 대결을 펼쳤다. 분명 기분 좋은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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