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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의 나쁜 신문 보도(8/26)

· 조선일보 <사설/큰 위기 오는데 나라 전반이 엉망이다> (8/26, http://goo.gl/AKECCx)

북의 SLBM 발사 성공 이후, 조선일보는 "사드를 전방위로 배치하는 것도 시급히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북은 핵 미사일 협박으로 우리를 흔들기 시작할 것"이고 "그 협박 수단과 방법, 범위가 너무 많고 넓어 중대한 안보 위기 상황"인데 "SLBM이나 노동급 이상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선 사드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곧바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다. 이를테면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연 김천 시민들에 대해서는 "안보는 안중에도 없고 말도 안 되는 괴담에 빠져서 제 집값, 땅값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다, 나라 지킬 무기 하나 필요한 곳에 가져다 놓을 수 없게 된 게 대한민국 사정이다"라는 비난을 쏟아내는 식이다.

"주민들이 사드를 반대하는 것은 전자파 괴담을 믿기 때문이다"라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을 '괴담에 휘둘려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 거리에 나온 사람들'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야권에 대해서는 "군사 대비를 아예 포기하고 협상만 하자는 주장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나라 지키는 일을 남의 일처럼 여기는 풍조가 이렇게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안보 위기 사태에 국력을 집중해야 할 이 순간에 모두가 제 이익을 챙기느라, 제 고집 밀고 가느라 정신이 없다, 이렇게 흐트러져서는 닥쳐올 파고를 넘을 수 없다"는 훈계를 쏟아내며 사설을 마무리했다.

조선일보의 주장과는 달리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들은 단순히 '군사 대비를 아예 포기하고 협상만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과연 사드가 현 상황에서 적절한 군사 대비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더 좋은 무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북핵문제를 포함한 우리 안보문제가 정말 '해결'될 수 있을지. 동북아 지역 군비경쟁이 시작되면 우리의 상황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등에 대해 좀 더 상세히 '국익'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조선일보는 끈질기게 사드 배치 문제에 있어서 '좋은 무기 도입'이라는 측면만을 의도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그러니 '사드 하나로는 막을 수 없으니 사드를 추가로 더 배치해야 한다'는 '무식한 주장'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사드의 무기적 특성 외의 지점을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은 반대자들의 논리를 '전자파 괴담 신봉'과 '북한 편들기'로만 요약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이 사설의 문제점은 이뿐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뜬금없이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20여 명 은 이날 세월호특위 활동 기간 연장을 요구하며 청와대에서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까지 시가행진을 벌였다"며 "수틀리면 장외(場外)로 뛰쳐나가는 버릇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예고편"이라 비판했다. 또 백남기 농민에 대한 청문회를 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중대한 국정에 대한 청문회는 의미 없게 만들고 시위 진압 청문회를 하기로 한 것은 정치 장난이자 국정 포기"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별관회의 청문회에서 최경환 전 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게 된 상황이 황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권력이 헌법에 명시된 권리에 따라 거리에 나선 집회 참가자를 향해 폭력을 자행해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한 사안을 '시위 진압 청문회'라며 폄훼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주장이다.

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을 요구하며 '장외 투쟁을 시작하는 꼴'이 보기 싫으면 야당 의원들을 욕할 것이 아니라 여당을 행해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에 협조하라 조언하면 될 일이다. 나라 전반이 엉망인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나라를 실제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거리에 나선 김천 시민들이나 야당 초선 의원들이 아니라 이런 글을 사설이라고 내놓는 조선일보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신문 보도들(8/26)

· 동아일보 <허문명의 프리킥/대한민국 안보, 중대결단 필요하다> (8/26, 35면, 허문명 논설위원, http://goo.gl/3X41Cu), <사설/여당 국회정보위원장까지 사드 발목 잡는 나라> (8/26, http://goo.gl/Hqa92A), <사설/'핀란드化' 버린 핀란드 보면서도 중국 눈치만 보는가> (8/26, http://goo.gl/1zWkSg)

조선일보와 함께 최악의 사드 관련 보도를 꾸준히 생산해온 동아일보가 26일에도 칼럼과 사설 등을 통해 황당한 주장을 쏟아냈다. 먼저 "허문명의 프리킥/대한민국 안보, 중대결단 필요하다"에서 동아일보 허문명 논설위원은 "북이 서울이 아니라도 인천항 앞바다에 핵미사일을 떨어뜨리며 항복을 강요하면 대통령과 군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핵 참화'를 피하기 위한 자신 나름의 해결책을 열거했다. "외교안보팀을 전면 개편"하고 "안보 브레인들을 폭넓게 등용해 새판을 짜"야 하며 "우리의 압도적 경제력과 과학 기술력으로 북을 압도할 핵 억지력 구축을 결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 뒤에 "한일 정상이 만나 전면적 군사협력에도 합의해야 한다"는 수상한 주장이 따라붙는다. 이 한일 군사협력은 미국이 꾸준히, 그리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다. 현재 한미 군사동맹, 미일 군사동맹은 이뤄져있지만 한일 군사동맹이 이뤄지지 않아서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삼각동맹이 완성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역시 사드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강화를 위해 배치된다는 지점에 있다. 그러나 한미일 삼각동맹이 완성될 경우 최전방 전투를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한국은 한미일 중 가장 큰 피해를 떠안아야 할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위협'을 앞세워 한일 군사협력 합의를 종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할지 의문이 든다.

"사설/여당 국회정보위원장까지 사드 발목 잡는 나라"에서는 "경북 김천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이 정부의 사드 배치 지역 변경 방침에 어제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며 "국가 안보와 사드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는" "국가정보원을 관장하는 정보위원회 위원장"이 "애국적, 희생적 자세로 주민을 설득"하기는커녕 "정부의 홍보력"을 탓했다며 "코미디" "망조" "안보불감증"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사드 배치가 '우리 안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반대 입장을 밝히는 이들의 안보관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충분한 논의와 고민 없이 우리 안보와 경제 등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결정을 강행하는 것이야 말로 "안보불감증"이자 "코미디"라 불려야 한다.  

동아일보는 "사설/'핀란드化' 버린 핀란드 보면서도 중국 눈치만 보는가"에서 핀란드가 안보 상황 급변에 따라 마침내 핀란드화(인접 강대국의 국가 이익에 맞춰 자국 외교와 국내 정책까지 양보하는 약소국의 생존법)를 극복하고 미국과 안보협력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중국 눈치보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위해 핀란드까지 끌어온 것이다. "지정학적 격변의 순간, 누구의 손을 잡아야 안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는 자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주장대로 '모 아니면 도'를 외치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 정말 우리 안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언론이라면 눈을 감고 준비해둔 정답만 반복해서 외칠 것이 아니라,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고 이 의구심을 해소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 모니터 대상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종이신문에 한함)

* 보고서 전문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민언련 활동가 배나은입니다.



태그:#민언련, #사드,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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