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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해치는 위험한 세제> 책표지.
 <내 아이를 해치는 위험한 세제> 책표지.
ⓒ 인사이트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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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건축자재나 도료 등을 생산하는 화학제품 생산업체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당연히 화학제품에 매우 호의적이었다. 세제나 세정제를 비롯하여 건축자재나, 각종 용기 등, 여러 가지 원리를 응용하여 만들어내는 수많은 화학제품들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화학제품들을 누구보다 애용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은 화학제품들을 쓰지 않는다. 직접 만들어 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물론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알리는데 적극적이다. 우리들이 당연한 듯 쓰는, 실용성과 편리함에 감춰진 화학물질들의 독성과 폐해, 그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내 아이를 해치는 위험한 세제>(인사이트윙스 펴냄) 저자 김나나씨의 이야기다.

화학자가 될 정도로 화학제품에 호의적이었던 저자가 화학물질의 폐해를 알리는 일을 하게 된 것은 둘째 찬이가 아토피로 큰 고통을 겪으면서다.

생후 1개월쯤 시작된 아토피는 점점 심해져 밤이면 잠을 거의 못잘 지경까지 됐는데, 내 아이의 고통을 줄여줘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원인과 치료방법들을 찾던 중에 화학제품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1년에 소주잔 2잔 넘는 주방세제 마시는 사람들

- 합성세제의 기본 원료는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 즉 인체에 유해한 합성물질이다. 합성계면활성제, 합성계면활성제의 기능을 높이기 위해 첨가하는 각종 빌더(세척력을 높이기 위해 첨가하는 것) 그리고 세제의 보존성과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들어가는 보존제와 인공향까지 그 어느 것 하나 화학물질이 아닌 것이 없다.

- 30, 40대 여성들의 난소에서 발견되곤 하던 물혹이 요즘엔 사춘기 여자아이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친구의 딸이 진료를 받은 병원의 산부인과 주치의는 그 원인으로 환경병과 스트레스를 꼽았다. 더불어 환경병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으로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주방세제를 지목했다. 우리는 세제를 사용한 후 그릇에 남은 잔여성분을 매일 먹고 있으며, 그 양이 자그마치 1년에 소주잔 2잔을 넘는 양이라는 것이다.


책 제목이나 목록의 (합성)세제는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시중의 여러 화학제품들을 아우르는 말이다. 책은 6장으로 구분해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생활용품들의 독성, 그 폐해를 알리고 대안을 제시한다.

1~3장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화학물질에 얼마나 많이 오염되어있으며, 당연하게 쓰는 습관에 길들여졌는지, 그렇다면 어떤 제품들이 어떻게 해롭다는 것인지 조목조목 열거하며 들려주는데 이어 4~6장에서는 그렇다면 화학제품, 즉 세제를 어떻게 쓰는 것이 바람직할까?를 제시한다.

아울러 아이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우여곡절을 겪던 중 알게 된 아토피 치료의 상식처럼 굳어진 방법들의 모순과 화학물질 관련 부실한 법과 이를 이용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부재, 사람들의 부족한 인식 등을 지적한다.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건강청소법(5장)과 누구나 쉽게 만들어 쓸 수 있는 건강세제 만드는 방법(6장)도 이야기한다.

소비자를 화학물질 독성 실험으로 삼는 법규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생활용품에는 4만 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으며, 매년 수천 종의 화학물질이 신규로 생성되고 있다. 우리나라 화학물질 사용 허가 방식은 미국 및 유럽연합과 다르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우는 허가된 물질만 사용하는 사전 허가제이고, 우리나라는 신고가 된 특정 물질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A물질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독성 정보를 모른다고 가정했을 때, 외국의 경우는 "독성 정보가 없다"고 하면 "위험하다"고 생각해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독성 정보가 없으므로 사용해도 된다"로 인식한다. 일반 세정제와 소독제의 생산업체 200곳을 설문조사를 해보니 163개의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었고, 이중 38개가 유럽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위험물질이었다.


나만 '대기업들이 소비자들을 독성 실험 도구로 삼게 하는 우리나라의 법'이란 생각과 함께 읽었을까?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걸핏하면 외국의 사례를 예로 반영하면서 이런 경우는 왜 외국의 경우를 외면하는 걸까? 오늘도 수많은 화학제품들을 어쩔 수없이 쓸 수밖에 없는 소비자로서 이런 부분들은 복잡한 생각과 함께 읽힌다.

그간 이 책과 같은 성격의 책들이 수없이 출간됐다. 책들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봤다. 그럼에도 바뀌지 않고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같은 독성물질 관련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기회를 빌려 이처럼 기업의 편익만 우선하고, 감시 부처의 태만을 야기하는 이와 같은 부실한 법이 하루 빨리 고쳐지길 유권자이자 소비자로서 요구한다.

화학물질 독성을 줄이는 생활 속 실천법과 건강한 세제 만들기가 돋보이는 책

생활 속 재료로 초 간단 주방세제 만들기 : 베이킹소다와 전분만 있으면 간단한 주방세제를 만들 수 있다. 동글동글한 경단 모양으로 만들어뒀다가 설거지할 때 사용하면 음식물 찌꺼기와 기름때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

- 준비물 : 베이킹소다 2컵, 전분 1컵, 물 1/2컵.

- 만드는 방법 : ①베이킹소다와 전분을 2:1 비율로 섞는다. ②물을 조금씩 넣고, 동글동글한 경단 모양으로 빚는다. 이때 쑥가루나 숯가루 등을 조금 넣으면 항균·탈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③설거지할 그릇을 통에 담고 물을 부은 다음 경단모양의 세제를 1~2개 넣는다. ④10분 정도 지나 그릇을 헹군다.


초보 주부시절, 뽀득뽀득하게 느껴질 때까지 그릇을 충분히 헹궜는데도 건조기 바닥에 하얗게 남은 세제찌꺼기를 본 후 주방세제에 특히 많은 관심을 두고 살아왔다. 충분히 헹궜는데도 건조 후 하얗게 남을 정도라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세제를 먹고 사는지 불안한데다, 여러 차례 헹궈내도 다 씻겨 나가지 않는 세제의 속성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EM발효액(EM, EM활성액)을 알게 된 이후 일정량의 EM발효액을 주방 세제에 섞어 쓰고 있다. 이처럼 쓰면 주방세제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EM 관련 책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심하지 못하고 산다. 이런지라 화학물질의 폐해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이와 같은 건강세제 만드는 방법들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책에 소개된 만들어 쓸 있는 건강세제는 몇 가지의 주방세제들을 포함해 무려 30가지. 매일 몇 번이고 쓰는 주방세제를 비롯하여, 세탁세제, 치약, 보습제, 삼푸와 린스, 살충제나 모기기피제 등 어지간한 생활용품들은 다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거의 매일 쓰는 대부분의 필수 생활품들을 만들어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화장실이나 타일용 산성세제에는 염산이 9.5% 들어있기 때문에 이것을 표백제와 섞어 쓰면 치명적이다. 흔히 락스와 산소계표백제를 섞어 쓰거나 락스와 샴푸, 주방용 세제 등을 섞어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맹독성 가스가 발생하므로 함부로 섞어 사용하면 안 된다. 곰팡이제거제나 표백제를 단독으로 사용해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염소가스가 소량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염소가스는 소량이라도 흡입하면 콧속을 충혈시켜 비염을 일으키고 눈물, 콧물, 기침 증상을 유발한다. 오래 흡입하면 피를 토하고 호흡곤란까지 일으킨다. 고농도로 흡입하면 순간적으로 심한 호흡곤란을 일으켜 죽음에까지 이른다. 게다가 염소가스는 비중이 무겁기 때문에 낮은 곳에 모인다.

그러므로 천정 가까이에 있는 환풍기를 돌려도 염소가스는 그대로 화장실이나 욕실 밑바닥에 남아 있다. 욕실청소는 대체로 얼굴을 숙이고 하게 되는데, 이때 염소가스를 흡입할 위험이 커진다. 욕실이나 화장실 같은 좁은 밀실을 청소하다가 허리를 굽히고 얼굴을 바닥으로 향한 상태에서 질식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머잖아 추석이다. 명절 때 들어오는 선물세트 속 그리 선호하지 않는 샴푸를 버리느니 이처럼 락스와 섞어 화장실 청소를 하면 향기도 좋고 살균도 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사람들을 여럿 알고 있는지라 이 부분도 우선 소개해야겠다. 이처럼 위험하다니 말이다.

화학을 전공한 만큼 어떤 책보다 피부에 와 닿는 대안도 많고, 관련 지식들도 많아 이미 읽었던 같은 주제의 책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느끼며 읽은 책이다. 이런 책들에 관심을 두는 것은 우리세대보다 더 많은 화학물질 속에 태어나 자란 내 아이들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부디 이 책이 많은 집에서 읽혀 무심코 쓰는 각종 세제들의 독성을 줄이는데 좋은 교과서 역할을 하길 바라며. 

덧붙이는 글 | <내 아이를 해치는 위험한 세제>(김나나) | 인사이트윙스 | 2016-07-05 | 14,000원



내 아이를 해치는 위험한 세제 - 깨끗하게 키우려다 병 얻는다

김나나 지음, 인사이트윙스(2016)


태그:#합성세제, #화학물질(화학제품), #친환경세제, #건강세제, #소비자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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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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