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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시철도 2호선 운행모습.
▲ 인천도시철도 2호선 인천도시철도 2호선 운행모습.
ⓒ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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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중앙대피로에 사람이 있다."

지난 20일 밤 9시 40분쯤 인천도시철도 2호선(아래 인천2호선)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이 가정역에서 가정중앙시장역 사이 선로 중앙대피로에 사람이 있다고 신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일로 인천2호선 검바위역부터 가정중앙시장역까지 열차 운행이 21분간 중단됐다. 선로에서 발견된 A(20)씨는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왼쪽 정강이가 골절된 상태였다.

119 구급대원이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겨 치료했는데, 선로에 들어간 이유나 경로에 대해 횡설수설했고 정신이상자라는 얘기도 나왔다.

문제는 인천교통공사(아래 공사)가 A씨의 교통카드 사용 여부나 폐쇄회로(CC)TV 확인으로 A씨가 선로에 들어온 흔적을 찾지 못하면서 사고 경위 확인이 미궁에 빠졌다는 점이다.

A씨는 어떻게 선로에 들어갔을까. 역사를 거쳐 들어갔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인천2호선 전체 역사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어 역사에서 선로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스크린도어를 강제로 열고 들어갈 경우 역무원에게 신호가 가게 돼 있다. 역사 CCTV에서 A씨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이곳으로 침입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A씨는 역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선로로 들어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가장 유력한 출입구는 중앙환기실이다. 중앙환기실은 역과 역 사이에 설치돼있으며 비상시에는 탈출로로 이용되는 곳이다.

지난해 5월 10일 대구도시철도 2호선(아래 대구2호선) 전동차 낙서사건이 발생했을 때, 낙서를 한 이들은 사월역과 정평역 사이의 중앙환기실 환기구 잠금장치를 부수고 침입했다.

다행히 대구2호선 중앙환기실에는 CCTV가 설치돼 있어 침입 경로가 밝혀지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 이들을 붙잡았다.

반면 인천2호선 중앙환기실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이곳으로 누군가 침입할 경우 즉각적으로 알 방법이 없다. 취객이나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이곳을 통해 선로로 들어갈 경우 안전사고에 속수무책이라는 이야기다.

A씨는 열차 승객이 발견하고 신고해 구조됐지만, 만약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민간인이 선로에 들어갈 경우 열차 사고뿐만 아니라 감전사고의 위험도 있다. 인천2호선은 제3궤조 방식으로 운영된다. '3궤조'는 세 번째 레일을 뜻하는 용어로, 이것을 통해 전동차가 전기를 공급받는다. 전기를 천장에서 공급받는 일반적인 지하철의 원리와 다르다. 750볼트(V)의 직류전류가 흐르는 이곳에 사람이 닿을 경우 감전사고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무인 운행되는 인천2호선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 열차에서 무단으로 내리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긴급 상황 발생 시 안내방송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A씨가 중앙대피로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에서든 선로를 넘어야했기에, 감전사고에 노출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는 말이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인천2호선... 안전 대책은 미흡

선로 무단 침입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가 우려되는 만큼, 현재 3개월 계약 신분인 안전요원을 상시로 전환하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인천2호선에는 안전요원 87명이 배치돼있다. 이들은 무인으로 운행되는 열차에 배치돼 비상상황 발생 시 대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관사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뽑았지만, 고령자와 전동차 운전 경험이 없는 자가 많아 비상상황 대응에 미흡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 같은 불만은 재교육 등으로 해소할 수도 있지만, 개통 이후 3개월만 배치될 예정이어서 10월 이후부터는 안전요원 없이 말 그대로 무인으로 운행된다.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승객들이 안내방송에 따라 스스로 대처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 것이다.

안전요원을 계속 배치하지 못하는 것은 인건비 등, 예산문제와 결부돼 있다. 하지만 예산문제 때문에 시민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영 인천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24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인천2호선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바로 인력충원"이라며 "단기간으로 본다면 낭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비상대기 개념으로 사고가 났을 때 빨리 조치하는 등, 시민 서비스와 관련한 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은 좋은 장비만 가져다 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안전요원의 경우 3개월 계약직으로 업무에 익숙해질 때쯤이면 떠난다, 시민안전을 위해서는 안전요원을 상시 배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안전요원은 당초 개통 후 3개월, 시스템이 안정화될 때까지 배치하기로 했다"며 "3개월 이상 배치는 인건비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현재 담당부서에서 최적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통 초기 불안정한 상황은 점점 나아지고 있고 시스템도 잡혀가고 있다"고 한 뒤 "(선로 무단침입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도시철도 2호선, #인천2호선, #인천시, #인천교통공사, #선로 무단침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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