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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 臧文仲其竊位者與! 知柳下惠之賢而不與立也 공자가 말했다. "장문중은 지위를 도적질한 자이다. 유하혜가 현자임을 알고도 추천하여 조정에 함께 서지 않았다."

장문중은 노나라의 대부로서 인사 실권을 맡았던 적이 있다. 유하혜는 역시 노나라의 대부인데 '유하'를 식읍으로 가지고 있었다. 이름은 전획(展獲)이며 자는 금(禽)이다. 자기의 식읍인 유하에 머물면서 그 고을 사람들에게 은혜를 잘 베풀어 은혜롭다는 '혜'를 시호로 받았다. 이렇게 현자로 이름이 높은 유하혜를 장문중이 조정에 천거하지 않으면서 국록만 받아먹었으니 지위를 도적질한 거나 다름없다는 논리다. - <지금, 여기서 읽는 논어 인문학 2>, 422쪽

언뜻 요즘 세태를 빗댄 풍자의 글로 읽힐 겁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2400여 년 전, 공자가 살던 시대의 일로, <논어> 15편, 위령공에 실린 글입니다. 공자는 인사 실권을 가진 자가 유능한 사람을 쓰지 않을 걸 두고 도적질이라고 질타하고 있습니다.

공자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작금의 사태, 인사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가 요즘처럼 문제가 되는 사람을 기용하도록 민정을 살핀 행위를 대한다면 도적질 정도가 아니라 강도질이라 질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에게 언뜻 생각나는 고전 하나를 우선 꼽으라고 하면 <논어>를 꼽을 사람이 적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논어는 BC 450년경에 만들어진 책으로, 공자가 제자와 나눈 문답 등을 기록하고 있는 언행록입니다.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말과 행동이 약 500개에 이르는 문장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학이편(學而篇)>에서부터 <요왈편(堯曰篇)>까지 모두 20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읽는 논어 인문학>

<지금 여기서 읽는 논어 인문학 1, 2>(지은이 장주식 / 펴낸곳 내일을여는책 / 2016년 8월 3일 / 각권 20,000원)
 <지금 여기서 읽는 논어 인문학 1, 2>(지은이 장주식 / 펴낸곳 내일을여는책 / 2016년 8월 3일 / 각권 20,000원)
ⓒ 내일을여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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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읽는 논어 인문학 1, 2>(지은이 장주식, 펴낸곳 내일을여는책)은 <논어>를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해석하고, 덧대어 설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냥 자구만을 풀어 놓은 단순한 해석이 아닙니다. 한자에 약한 이 시대 사람들이 시대적 눈높이로 읽으며, 시대적 감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미음을 끓이듯 풀어 설명하고, 떡-케이크를 만들듯 시대적 사건들을 예로 들어 설명한 지금 이 시대의 논어입니다. 

혹자는 <논어> 하면 어렵기만 한 한자가 먼저 연상될지도 모릅니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고리타분한 잔소리, '공자 왈 맹자 왈'로 상징되는 옛 소리쯤으로 떠올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읽는 논어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 적용한다 해도 전혀 손색없을 이야기들입니다.

빗물은 옛날에도 하늘에서 떨어졌고 지금도 하늘에서 떨어집니다. 그게 자연이고 진리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옛날 옳았던 것은 지금도 옳고 그 옛날 글렀던 것은 지금도 그릅니다.

혹자는 논어하면 재미없고, 지루하고, 딱딱하기만 할 거라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충 읽어본 논어는 어렵고 지루할지 모르지만 자세히 읽다 보면 공자도 뒷담화를 까는 재미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흉도 보고 자기 자랑도 했습니다.

재여가 방문을 나간 뒤에 공자는 '뒷담화'를 깐다. "저 녀석은 부모 품에서 삼 년을 살지 않았단 말인가?" 하고 주변에 있는 제자들에게 흉을 봤다. - <지금, 여기서 읽는 논어 인문학 1> 284쪽

시대적 모순 풍자하는 촌철살인 비평, 해학적 조롱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누가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천양지차의 음식이 만들어집니다. 고전을 번역해내는 해설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논어를 번역해도 누가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어렵고 지루하기만 할 수도 있고, 쉽고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2007년도 노무현 정부 말기에 정책투명성은 지구상 수많은 나라 가운데 34위였다. 다보스포럼은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열리는데, 세계의 저명한 기업인·경제학자·저널리스트·정치인 등이 모여 범세계적 경제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국제적 실천과제를 모색하는 국제민간회의이다. 정책투명성이 세계 34위일 때 노무현 정부는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었다. 정책이 매우 투명하게 운영된 결과였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4년 현재,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대한민국의 정책투명성은 133위다. 무려 99위 하락이다. 7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야말로 불투명, 불통의 시대다. 리더에 따라 공동체가 얼마나 참혹하게 될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 <지금, 여기서 읽는 논어 인문학 1>, 466쪽

<논어> 7편, 술이 23장, 子曰, "二三子, 以我爲隱乎? 吾無隱乎爾. 吾無行而不與二三子者, 是丘也."(공자가 말했다. "너희들은 내가 숨기는 게 있다고 여기느냐? 나는 너희들에게 숨기는 게 없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런 사람이 바로 나, 구이다"를 해석하며 덧붙인 설명입니다.

몇 년 사이에 한 나라의 정책투명성이 무려 99위나 추락하는 엄청난 변고가 '숨긴다'는 뜻의 은(隱)자 한 글자에 담겨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논어와 다보스포럼, 논어와 정책투명성은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이처럼 상관이 있다는 것을 이 시대의 눈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임금은 권력을 가진 삶이다. 왕조 시대엔 백성의 생살여탈권을 가진 사람이다. 임금의 해위는 곧바로 백성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임금은 나라 형편, 백성 삶의 정확한 진실을 알아야 한다. 임금에게 거짓을 말하는 신하가 바로 간신이다.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범한다'는 건 임금의 생각 중에 옳지 못한 것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임금의 위력에 눌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신하는 무능한 신하다. 간신도 문제고 무능한 신하도 문제다. 둘 다 나라를 망치는 건 똑같다. - <지금, 여기서 읽는 논어 인문학 2>, 356쪽

독재자나 하자가 있는 지배자는 백성들이 진실을 아는 것을 몹시 두려워한다. 뒤가 너무나 구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현 정권은 세월호 침몰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로 바꾼 뒤 집필자를 공개하지 않는다. 최근에 발생한 한일 간의 일본군 성노예 관련 합의도 그렇다. - <지금, 여기서 읽는 논어 인문학 2>, 31쪽

만물유칙(萬物有則)이라고 했습니다. 자연에만 법칙이 있는 게 아니고 인간관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도 법칙이 있습니다. <논어>는 인간관계학이자 처세술, 올바른 정치철학이자 바람직한 경제와 사회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담고 있는 인류의 법칙입니다. 

논어에서 읽는 정치, 논어를 통해서 그리는 인간관계는 이 시대와는 맞지 않는, 뒤떨어진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200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재해석되며 검증받고, 검증받으며 확인된 만물유칙의 상징입니다.

어떤 해석은 종아리를 때리던 회초리처럼 곧기만 하지만, 어떤 설명은 이 시대와 사회, 정치지도자들과 범부들이 연발하는 자기모순을 지적하는 촌철살인 같은 풍자이자 해학적인 조롱입니다.

고전과 인문학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논어>가 왜 그런지 이해할 즈음이면, 논어가 결코 어렵지도 않고, 시대에 뒤떨어진 '공자 왈, 맹자 왈'도 아니라는 것을 <지금 여기서 읽는 논어 인문학 1, 2>에서 실감할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지금 여기서 읽는 논어 인문학 1, 2>(지은이 장주식 / 펴낸곳 내일을여는책 / 2016년 8월 3일 / 각권 20,000원)



[세트] 지금, 여기서 읽는 논어 인문학 1.2 세트 - 전2권

장주식 지음, 내일을여는책(2016)


태그:#지금, 여기서 읽는 논어 인문학, #장주석, #내일을여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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