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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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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아내와 단둘이 저녁을 먹었다. 오랜만이긴 한데 기분이 썩 좋진 않다. 애들이 식사자리에 없기 때문이다. 세 아들이 나의 식사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큰애와 둘째는 바이올린 연습 때문에 빠졌다.

큰애와 둘째는 고의성이 없다. 문제는 막내다. 이 녀석은 특공무술 도장에서 라면 두 그릇을 먹어치우더니 내가 초대한 근사한 저녁식사를 거절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여덟살짜리 꼬맹인데 말이다.

퇴근길 가족외식을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 얼마나 거룩한 일인가. 허나 낭만적인 생각은 현실과 뚝떨어진 '개꿈'처럼 깨졌다.

23일 저녁 나는 깨달았다. 앞으로 가족외식을 추진하려면 치밀한 준비와 정중한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가을이 바람을 타고 조용히 밀려오고 있다. 간밤엔 홑이불을 덮고 잤다.

철없이 아빠 꽁무니만 쫓아다닐 것 같던 세 아들이 내 품을 떠나려 한다. 시간이 흐르면 계절이 바뀌듯 아이들도 바뀌고 있다. 변하는 세 아들이 부디 거침없는 날개짓을 하기 바란다.

가끔 무서운 바람이 불때면 내 품에 돌아오겠지만 세 아들은 이내 떠날 것이다. 섭섭할 일도 아니고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면 족하리라.

음식 소개가 늦었다. 만두피가 김치다. 김치의 곰삭은 맛이 만두 속에 잘 침투했다. 깊은 맛이 나는 이유다. 함경도 어느 시골에서 먹던 음식이란다. 아내와 둘이서 2인분을 시켰는데 배부르도록 먹었다.

시원한 국물 들이키는데 자꾸 막내 생각이 난다. 막내가 이 자리 함께 있었더라면 내 옆에서 얼마나 재잘거릴까? 시원한 만두국물 마시는데 목이 칼칼한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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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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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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