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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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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빌딩이 3개 있습니다. 미화 여사님들이 60여 분 계시지요. 내 나이 또래 경비원이나 미화원들을 보면 사연없이 피는 꽃이 없듯, 대개 말 못할 사연 하나씩은 가슴에 품고 삽니다. 그 말 못할 사연 때문에 자존심도 강하고 사람에게 곁을 잘 안 내줍니다.

처음부터 미화일을 한 것도 아니요, 한때는 사모님 소리를 살갑게 들어오던 분들, 내가 예전에는 이랬는데... 걸레질 한 번에 한숨 한 번 내뱉는 분들, 이런 미화 여사님들과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을까?

인사를 해도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는 미화여사님들을 일 년을 쫓아다니며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인사와 함께 우스갯말을 해댔지요. 그리고 마주치기만 하면 실성한 사람처럼 씨익 웃고는 했지요.

드디어 여사님들의 말문이 트였습니다. 경계심이 사라진 것이지요. 여사님들의 새벽 출근길, 로비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며 어떤 분은 사과 한 알 또 어떤 분은 껌 하나를 툭 던지며 걸죽한 농 한마디를 잊지 않습니다.

"젊어서 지금처럼 공부를 하지. 쯧쯧."

밤이 새도록 로비에 앉아 만년필이 손에서 떠나지 않는 모습이 가여워보였든지, 아니면 우스워보였든지 둘 중에 하나가 분명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미화여사님들이 사무실에서 쓰지 않고 버리는 질 좋은 다이어리를 제 앞에 툭, 던져놓고 가십니다.

만년필로 글을 쓴 다음 컴퓨터로 옮겨 적기에 노트값이 만만찮은 나에게 참 고마운 일이지요. 경비일 삼 년, 이제는 노트가 남아돕니다. 물론 노트보다 미화여사님의 마음을 얻었다는 기쁨도 큽니다만 질 좋은 노트에 달랑 시 한 수 쓰고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 여유를 즐기지요.

오늘은 자랑입니다. 경비원 일 년 만에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왕년에 사모님이었던 미화여사님들을 몽땅 내 편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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