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속초가 부동산 투자에서 이야기하는 뜨거운 이슈 현장으로 떠올랐다. 내년 동서고속도로 개통을 앞두고 있고 최근 동서고속화철도 사업까지 확정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아파트와 호텔 신축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지, 혹 부작용은 없을지 기대와 우려가 함께 교차하고 있다.

속초지역에는 지난 7월 오픈한 대포항 라마다호텔부터 현재 토지매입이 진행되고 있는 건까지 포함하면 향후 3년 이내 모두 4천 객실 이상의 호텔이 공급될 예정이다. 표1은 최근 속초시와 보도 뉴스 등을 통해 파악한 호텔 건립 추진 현황이다.

속초지역 내 기존 숙박시설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라마다호텔이 들어서기 전인 2016년 5월 속초시의 숙박현황은 표2와 같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관련사진보기


3년 이내 4700여 실 공급 예정

3년 이내에 건립 예정인 호텔 객실수 4736실은 기존 숙박 객실수 9045실의 52.4% 수준이다. 이미 문을 연 라마다 호텔을 비롯해 이미 공사가 시작된 호텔의 객실수만도 1696실이다. 1970년대 설악산이 유명 관광지로 이름이 나면서 40년 동안 속초에 들어선 숙박시설의 절반 이상이 앞으로 3년 이내에 들어설 전망이다.

동서고속화철도는 사업이 확정되었다고 하지만, 개통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8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동서고속도로 개통과 동계올림픽 개최 등의 호재를 감안한다고 해도 숙박시설의 수요가 이렇게 급격하게 늘어난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몇 년 이내에 속초지역은 숙박시설의 과잉공급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왜 이렇게 많은 호텔이 들어설까? 앞으로 예정된 호텔은 대부분 관광호텔이 아니라 생활형숙박업으로 등록되는 호텔로 분양형 호텔이다. 건축에 들어가면서 각 객실을 특정개인들에게 분양 판매하는 호텔로 이미 서울과 제주도 등에서 한차례 붐을 일으켰던 부동산 투자사업이다. 관광수요에 부응하는 숙박시설 공급보다는 단기간에 객실 분양으로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사업에 방점을 찍는 사업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호텔 분양 때 제시한 확정 수익을 제대로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입지와 브랜드에서 탄탄하다고 평을 받던 남대문 라마다 호텔의 관리회사가 수익성 악화로 부도가 나기도 했으며, 서울과 수도권의 분양호텔 다수가 전기료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제주도의 경우는 예상 관광객 수보다도 더 많은 분양호텔이 들어서면서 객실 초과공급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 이상 공급 과잉으로 투자처를 못 찾던 부동산업체에서 속초지역을 새로운 투자처로 삼으면서 분양호텔 공급이 봇물처럼 터진 것이다. 

호텔 공급이 늘어나면서 각 업체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속초를 찾는 탐방객이 더 많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지역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갑자기 늘어나는 호텔 공급으로 큰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있다.

객실가동률 낮아 확정수익 보장 못해

지난 7월 문을 연 대포항 속초라마다호텔 전경.
 지난 7월 문을 연 대포항 속초라마다호텔 전경.
ⓒ 바른지역언론연대

관련사진보기


숙박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 피서객 감소로 속초지역 내 유명 호텔 중에는 피서철 피크에도 객실을 다 채우지 못한 곳이 많았다. 여름성수기가 끝난 지금 인터넷을 확인하면 평일은 4만원대, 주말은 6만원대 요금으로 지역의 호텔 투숙이 가능하다. 이는 고급호텔이 아니라 모텔급 수준 요금이다.

지역에서 중국 단체관광객을 받는 어느 호텔은 1객실당 3만원~3만5천원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낮은 가격으로 호텔 서비스의 질이 크게 떨어지며, 특히 많은 인력이 필요한 객실청소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역의 모 호텔 관계자는 "보통 호텔 운영을 위해서는 연 60% 이상의 객실가동률이 나와야 하는데 대부분의 호텔이 이 수준에 못 미치며, 일부 콘도의 경우는 연간 객실가동률이 30%도 안 돼 직원들 월급이 몇 달씩 밀리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규 공급되는 분양호텔이 객실분양자에게 10% 정도의 확정 수익을 보장하려면 객실 가동률이 80%를 넘어야 하는데, 비수기 주중 객실 수요가 많지 않아 속초에서 이 수준의 객실 가동률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신규 호텔의 경우 지금은 기존 호텔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10년이 지나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속초 호텔의 객실 가동률로는 재투자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앞으로 호텔이 더 들어서면 과당경쟁으로 중소 모텔의 경우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분양호텔은 분양판매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객실만 많이 만들어 수준 높은 호텔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 "분양호텔 물량이 이렇게 많이 공급되면 객실을 분양받은 투자자는 수익을 배분받기는커녕 오히려 건물 유지관리비를 물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중견기업에서 운영하는 콘도와 호텔과는 달리 다수의 개인이 소유주인 분양호텔의 경우에는 슬럼화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서울에서 속초까지 접근 시간이 2시간 이내로 단축되면 숙박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까? 분양호텔을 홍보하는 업체에서는 접근교통망이 좋아져 수익성이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숙박업계에서는 "접근 시간이 단축되면서 무박 당일여행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로 인해 숙박수요가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좋은 숙박시설은 관광산업의 중요한 요소이다. 좋은 숙박시설이 더 많이 들어서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이 단기간 내에 관광수요를 훨씬 뛰어넘는 공급은 오히려 관련업계의 과당경쟁으로 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업계의 몰락을 부추길 수도 있다. 더욱이 자본 규모가 작은 지역의 숙박업계는 이 경쟁에서 밀려나 고사할 위기에 놓여 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속초 관광산업의 급격한 변화, 보다 현명한 대처방안을 없을까? 참 어려운 숙제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설악신문사에도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엄경선 기자는 설악닷컴 대표입니다.



태그:#설악권, #호텔, #관광, #숙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지역언론연대는 전국 34개 시군구 지역에서 발행되는 풀뿌리 언론 연대모임입니다. 바른 언론을 통한 지방자치, 분권 강화, 지역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활동합니다. 소속사 보기 http://www.bjynews.com/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