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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크기의 운암사 약사여래입상입니다.
 엄청난 크기의 운암사 약사여래입상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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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바람 쐬러 가려는데, 가실래요? 광양 운암사요."

밑져봐야 본전. 아님 말고. 미친 척, 60을 바라보는 지인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는 지금껏 한 번도 절집에 가본 적 없다고 합니다. 절에 갈 바에야 차라리 술을 마셨답니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아직도 절에 안 가봤다니, 그게 더 놀랍습니다. 하기야 충실히 십일조 내는 기독교인이라 놀랄 일도 아닙니다. 그랬는데, 웬일로 좋답니다. 그것도 흔쾌히 반깁니다. 혼자였을 사찰 순례에 일행이 붙으니 신바람 납니다.

"형이 어찌 절에 갈 생각을 다했을까?
"그러게. 그냥 자네랑 같이 가고 싶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당사자가 더 잘 압니다!'

운암사 대웅전입니다.
 운암사 대웅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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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백계산 운암사는 옥룡사지 옆에 붙어 있습니다. 옥룡사와 더불어 도선 국사께서 창건한 운암사는 "옥룡사 도선국사비에 당시 주지였던 지문 스님 이름이 나옴에 따라 1150년경에 운암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1993년부터 그 자리에 종견 스님이 운암사를 지어 거주"하고 있답니다. 운암사에서 눈길을 끄는 건 엄청난 크기의 '황동 약사여래입상'입니다. (자료 출처 :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

중생들의 질병을 치료해 준다는 약사여래. "불상 높이만 30m. 약사전 높이를 더하면 40m에 달한다"고 합니다. 도로가에서 약사여래 규모에 놀란 가슴, 막상 절집에 들어서면 허전합니다. 왜냐하면 절집에 딸랑 약사여래전과 연못, 관음전만 있는 거 같거든요. 허나 관음전으로 올라서면 범종각, 명부전, 삼성각, 조사전, 산신각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반전을 주는 의외의 가람 배치랄까.

운암사 관음전입니다.
 운암사 관음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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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차 한 잔 미시고 싶었습니다. 마침 노스님 홀로 계십니다. 덥다며 선풍기 바람 쐬라고 반깁니다. 차는 커피, 둥굴레 등에 커피포트까지 준비된 셀프였습니다. 법문을 청했습니다. 고저, 웃기만 할 뿐 침묵입니다. 어느 신도 부부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한 손엔 무말랭이, 칡, 모과, 꿀단지 등을 들고 왔습니다. 스님 얼굴이 확 피었습니다. 그 틈에 법문을 청했습니다. 법문 할 게 없답니다. 어찌 법문 할 게 없겠습니까, 마는.

- 스님 언제 출가 하셨습니까?
"출가 몇 년 보다 도를 얻었느냐가 중요합니다."

- 스님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당사자가 더 잘 압니다."

"절이든 교회든 다니려면 돈 있어야 하잖아요!"

지인, 불상도 먼발치에서 보았습니다. 저도 한 때 그랬지요. 나무 석가모니불!
 지인, 불상도 먼발치에서 보았습니다. 저도 한 때 그랬지요. 나무 석가모니불!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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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암사에 동행했던 지인, 스님과 말 섞기 또한 처음이랍니다. 스님과 선문답에 신기해하면서도 어색한 몸짓입니다. 사는 게 별 건가. 종교적으로 한쪽만 보고 살아왔던 그에게 균형적으로 세상을 바라 볼 기회가 생긴 게지요. 이게 어디 기독교 쪽만 해당하는 말이겠습니까. 종교계가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며 나아가야겠지요. 50대 중년 여인과 나눴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종교 있으세요?
"절에 다니기는 하는데 딱히 다닌다고 말 못해요."

- 무슨 이유에서요?
"요즘은 절이든 교회든 다니려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없는 사람은 어디든 다니기가 쉽지 않아요. 하도 내라는 게 많아서. 알게 모르게 혼자 조용히 다닙니다."

- 그럼, 절에는 언제 가세요?
"집에 무슨 일 있을 때 조용히 혼자 훌쩍 갔다 와요. 내놓고 못 다니고 이렇게 풀고 살아요."

일정 부분 맞는 소립니다. 하지만 또 씁쓸했습니다. 쓴 소리 아끼지 않은 현각 스님 일갈처럼 모든 중생을 두루 굽어 살피시는 부처님 뜻을 다시 새겨봐야 할 듯합니다. 각설하고, "운암사는 용암사, 선암사와 함께 남방 삼대 비보사찰"로 꼽힙니다. "도선 국사께서 삼암사를 건립한 동기는 삼한이 통일되어 전쟁이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합니다. 운암사를 둘러본 후 생전 처음 절집에 간 지인에게 소감을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제사와 절 등 사찰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다. 그럼에도 복잡한 마음 날리려 휴양삼아 나섰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특히 자연 속에서 위안을 얻었다. 이걸 왜 이제야 느끼는지 아쉽다."

운암사 뒤편의 천 년 동백 숲이 일품입니다.
 운암사 뒤편의 천 년 동백 숲이 일품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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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승 표정이 재미납니다.
 동자승 표정이 재미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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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을 치료하는 약사여래처럼 부디 세상 중생의 모든 아픔 굽어 살피시길...
 질병을 치료하는 약사여래처럼 부디 세상 중생의 모든 아픔 굽어 살피시길...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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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운암사, #약사여래, #도선국사, #삼암사, #절집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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