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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산 산책코스 걸으며 이기대 해안 절경을 내려다보며...
▲ 부산 이기대... 장자산 산책코스 걸으며 이기대 해안 절경을 내려다보며...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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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이 쉴 만한 물가 푸른 초장 같은 날들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는 날들만 또 있는 게 아니듯이, 나그네 길 인생에서 햇볕만 계속된다면 사막만 된다고 했듯이 이 모든 날들이 날실과 씨실로 인생을 엮어가며 우리를 겸허하게 한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 함께 살며 기쁨도 슬픔도 고난도 함께 하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최근 들어 짝꿍이랑 단둘이 산행하는 날이 많아졌다. 오래 전에 그러했듯이.

부산 용호동 장자산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지하철 타는 걸 싫어해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가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지하철을 타는 건데. 제법 긴 시간 걸려 부산 용호동에 도착했다.

장자산 ...
▲ 부산 용호동 장자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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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산 정상...
▲ 부산 용호동 장자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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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산은 산행코스라기보다는 해안산책 공원이다. 이기대 입구 용호종합사회복지관을 지나 한라 아파트 옆에 난 등산로 입구로 접어들었다. 버스 타고 많이 지쳤지만 숲속에 드니 마음이 순해지는 것 같다. 고요함 속에 느껴지는 이 활기는 뭘까. 숲은 한적하지만 고립되진 않았고, 길은 숱한 발걸음이 닿은 듯 선명했다. 소나무로 가득 찬 숲엔 햇살이 고루 비쳐들어 빛과 그늘로 조화를 이루었다. 우리 부부 외에도 한 사람 혹은 두 사람 씩 숲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었다.

길은 가파르지 않고 순했다. 어람쯤 올라가니 용호3동 주민체육시설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운동하며 앉고 서서 쉬고 있었다. 넓은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 길에 바다를 조망하기 좋은 관해정이라는 팔각정이 나왔다. 이곳 역시 사람들이 앉아 바다를 향해 가슴을 내밀고 있었다. 잠시 관해정에 서서 이기대 해안산책길을 가늠하면서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산불초소를 지나고 얼마 못가서 장자산 봉우리가 나왔다. 장자산은 내남없이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책공원이었다.

이기대 만나러 가는 길...
▲ 부산 용호동 이기대 만나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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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산 정상에서 한 숨 돌리고 봄이면 만개할 산철쭉 군락지 오솔길로 내려섰다. 좁고 조금 가파른 길을 따라 내려가다보니 바다가 잘 보이는 산 중턱 쉼터에 두런두런 앉은 사람들이 바다를 향해 앉아 있었다. 그 옆에 장자산 약수터를 지나 이기대 해안산책로로 내려가는 길을 찾았다. 어디쯤 있을까. 숲길 따라 걸어가다보니 우리가 만났던 용호3동 체육시설이 저만치 보였다. 둥글게 한 바퀴 돌아온 것이다. 체육시설 좀 못 미쳐서 해안산책길을 가는 오른쪽 길이 보였다. 숲길 따라 얼마쯤 걷다보니 공원주차장이 보이고 곧 이기대 어울마당에 도착했다. 어울마당에는 영화 '해운대' 배경이 되었던 장소도 보였다.

바다다. 파도가 살고 바람이 사는 곳. 끝없이 밀려오고 밀려나가는 파도가 사는 곳. 에메랄드 빛 하늘아래 드넓은 바다, 수많은 기암괴석과 바람과 파도가 사는 곳. 파랑 파랑 파랑 바람이 깃발처럼 나부끼고 이것들이 빚어내는 노래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곳. 파도소리는 어찌나 높은지 진군해 오는 군대 같고 말발굽 소리 같고 함성 같았다.

이기대 해안 절경...
▲ 부산 용호동 이기대 해안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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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용호동 장자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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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산 동쪽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이기대는 산길과 해안길이 어울려 있고 중간 중간에 해안동굴과 구름다리, 오랜 세월을 거듭하며 바람과 파도에 깎이며 만들어진 기암괴석과 공룡발자국 등이 있어 들머리인 동생말에서 시작해 오륙도 해맞이공원까지 이어지는 3.6km의 길이 전혀 지루한 줄 모른다. 보고 또 보고 만나고 또 만나도 보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이름도 어여쁜 해파랑길. 해와 더불어 걷는다고 해서 해파랑길이며 바다와 더불어 걷는 길이라 하여 해파랑길인 해파랑길 갈맷길 이어지는 해안산책길은 언제 걸어도 좋다. 특히 탁 트인 바다가 반기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해를 끼고 바다를 끼고 걷는 해파랑길은 동해를 끼고 이어지는데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부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770km 동해 바닷길을 해파랑길이라 한단다. 770km 대장정 해파랑길은 모두 50구간이라는데 부산은 네 구간이란다. 오륙도에서 미포까지 1구간, 미포에서 대변항까지 2구간, 대변에서 임랑해변까지 3구간, 임랑해변에서 진하해변까지 4구간이란다. 이기대 해파랑길은 언제 어느 때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기대...넓디 넓은 바위에 동그란 물웅덩이 돌개구멍들...
▲ 부산 용호동 이기대...넓디 넓은 바위에 동그란 물웅덩이 돌개구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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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이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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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마당에서 오륙도쪽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보통 해안길 들머리 삼는 동생말 쪽으로 간다.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끊임없이 들려주는 바다의 노래 파도 소리에 머릿속도 하얗게 비워지는 듯했다. 파도가 만들어내는 물보라가 하얗게 부서지는 넓고 길고 높은 바위들, 파도는 밀려와 바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하얗게 부셔졌다. 해안길 따라 걷다가 오랜 세월에 바위 빈틈에 들어간 자갈이나 모래가 파도에 의해 회전하면서 조금씩 바위를 깎아내어 만들어졌다는 돌개구멍이 뻥 뻥 뚫린 넓은 치마 바위에 앉았다. 파도가 만들어내는 물보라가 바위 위에 치솟고 또 치솟았다.

철썩, 처얼썩 파도 부딪히는 바위 위에 올라 앉아 망중한... 그러다가 온종일 햇볕에 달구어진 넓은 바위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군불 댄 방처럼 바위는 뜨뜻했다. 두 눈을 감고 파도소리 듣다가 다시 눈을 떠보니 저만치 광안대교가 보이고 해운대 높은 빌딩들이 조망되었다. 오늘따라 바람은 더 높이 불고 파도는 높은데 파도타기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바위 위에 누워 있으니 한 사람 두 사람 모여 들더니 제각기 바위 끝에 앉아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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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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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이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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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은 먼데 몸도 마음도 여기 있었다. 발걸음 떨어지지 않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다가 들려주는 노래 소리 듣고 있다 보니 어느새 해 기울고 먼 바다 수평선 끝엔 노을이 번졌다. 가자, 다음을 기약하고. 무거운 마음 파도에 실어 보내고 우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구름다리 지나고 동생말에 도착하니 땅거미 지며 하나 둘씩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기대 해안산책길을 풀코스로 다 걷진 못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장자산도 만나고 바람과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바다의 노래 파도소리 들으며 해안산책길도 걸었으니 금상첨화다. 또 하루가 지고 있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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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이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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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이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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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 2016.8.20.(토) 맑음

2. 산행: 짝꿍과 나

3. 산행시간: 4시간 10분

4. 진행: 이기대 입구 (용호종합사회복지관 2:40)-한라 아파트 옆 등산로입구(2:45)-삼거리 (3:05)-체육시설 정자(능선길 3:25)-관해정 (3:40,팔각정)-산불감시초소(3:50)-정상(3:50, 장산봉 3:55)-약수터-체육시설.정자(4:25_)-공원주차장(4:35)-어울마당 (4:50)-해안산책로(이기대)-식사 및 휴식-동생말(6:50)



태그:#부산 용호동 장자산 이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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