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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형, 저 회사 그만두고 싶어요."... 후배의 말에 사실 깜짝 놀랐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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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 지인 결혼식에서 '그 후배'를 만났다.

"형, 결혼식 끝나고 잠깐 시간 되나요?"

최근 삼성전자에 입사해 주변의 부러움을 사던 후배였다. 나는 혼쾌히 응했고 결혼식 후 근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형, 저 회사 그만두고 싶어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닌 것 같아요."
"…."

사실은 깜짝 놀랐다. 물론 누구나 한번쯤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도전해보고 싶어하지만 다른 회사도 아니고 삼성전자에 갓 입사한 후배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후배의 이야기는 이렇다. 학사장교 전역 이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곳 저곳 원서를 넣어봤는데 삼성에 덜컥 합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일을 몇 개월 해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너무 거리가 멀고 주말 출근도 종종 하는 부서라 진로탐색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는 게 이유였다. 남들은 다 부러워하는 직장이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의미 없이 사는 삶이 될까 두렵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게다가 결혼할 여자친구까지 있는 친구가 진심으로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언을 구하자고 온 후배에게 나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내가 그 후배라면 그런 용기가 나지 않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용기도 갖고 있지 않은 내가 무슨 충고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내 상황과도 많이 겹쳐 보였다. 나 역시도 전역 후 뭘 해야 할 지 명확하지 않아 우선 취업을 한 뒤 사회생활을 하다가 이후 진로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 후 아이도 생기니 막상 선택할 수 있는 후보가 많지 않아 고민하던 찰나였다. 그 후배는 그런 내게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20대 개새끼'론의 당사자들은... 치열하다

 절망
 지금 2030세대가 시대의 풍파에 고민하고 고생하는 건 이전 세대 못지 않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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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고민하다 어렵게 운을 뗀 나는 결국 그에게 "1년만 더 견뎌보는 건 어떻겠냐"고 절충 아닌 절충을 했다. 나 스스로도 명확하지 않은 답이지만 그 안에서 버티며 느끼는 1년의 시간도 그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어쩌면 그에게 선고한 1년이라는 유예기간을 통해 나 역시도 그 답을 찾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고 며칠 후에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는 후배의 연락을 받았다. 되레 내가 다 후련하기도 하고,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 후배는 교직원에 지원해보며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겠다고 한다. 좀 더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 있는 일들을 하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볼 계획인 듯했다.

대부분 청년들이 명문대에서 대기업 취업이라는 일방통행을 향해 나아가는 이때, 후배는 대기업에서 백수로 '거꾸로 가는 길'을 택했다. 드라마 <미생> 최종회에 나온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한 소절이 문뜩 떠오른다.

먼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노라고,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20대 개새끼론' '88만원 세대' 등 우리 2030세대를 일컫는 여러 표현이 있지만, 시대의 풍파에 고생하고 고민하는 것은 이전 세대 못지 않다고 느낀다. <대한민국 취업전쟁 보고서>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취업도 문제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이 보이는 때에 자신이 뭘 원하는지 발견하기가 어려운 것도 또 하나의 문제다.

삼성을 박차고 나온 그 후배를 응원한다

"우리가 이겼어!" 13일 '행복한 나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덴마크로 떠난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2호'가 17일 덴마크 코펜하겐 '토료세 슬롯츠 에프터스콜레(Tølløse Slots Efterskole)' 학생들과 축구 시합을 했다. 이제 막 초중등학교(폴케스콜레·Folkeskole·9학년 제도)를 졸업한, 이 팔팔한 덴마크 청춘들이 '평균나이 45세'인 꿈틀비행기 팀의 상대였다. 경기 결과는 3-1로 덴마크 학생들의 승. 경기 직후 학생들이 축구화를 벗으며 웃고 있다.
 지난 2015년 '꿈틀비행기 2호'가 방문한 덴마크 코펜하겐 '토료세 슬롯츠 에프터스콜레(Tølløse Slots Efterskole)'. 학생들이 축구 시합 후 축구화를 벗으며 웃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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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보면 덴마크 학교를 소개한 내용이 있다. 꽤 인상적인 구절이 눈에 띄었는데 바로 '인생학교'에 대한 소개였다. 우리로 치면 초·중·고등학교 정규과정과 달리 1년 동안 자신이 뭘 하고 싶어하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인생학교다.

평소 축구를 좋아한 학생이면 축구를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인생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음악을 좋아하면 관련 인생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이렇게 1년 동안 처음으로 부모와 독립하여 다양한 경험을 쌓은 학생들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한다.

일률적으로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후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기술학교에 진학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생학교는 성인들에게도 열려 있다. 직장에 다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들 경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안정된 사회보장제도로 인해 실업급여를 받으며 다른 삶을 도전할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할 기회와 여건을 정부가 마련해준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그 후배처럼 이러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고 비상식적인 사람이 된다. 대기업에 들어갔으니 결혼하고 집사고 차 사는 게 우리 사회의 통념이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는 순수한 믿음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일이라고 치부해버린다. 그 믿음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은 고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그 후배'를 응원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했지만 결국 그 길이 자신에게 행복을 찾게 해준 고마운 길이었다고 이 친구의 입으로 듣고 싶다.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두 갈래로 길이 나 있었습니다.
두 길을 다 가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오랫동안 서서 한 쪽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곳으로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우거지고 발자취도 적어
누군가 더 걸어야 가야 할 길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갈레 길에는 똑같이 밟은 흔적이 없는
낙엽이 쌓여 있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먼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노라고,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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