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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JR가마이시역 출발 준비중인 SL은하호를 촬영하는 관광객
▲ SL은하 JR가마이시역 출발 준비중인 SL은하호를 촬영하는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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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자리가 선명한  SL은하호 외관
▲ SL은하 백조자리가 선명한 SL은하호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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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추억의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를 기억하시는지요? 이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라면 꼭 이 기차를 타보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정거장자에 햇빛이 쏟아지네...." 주제곡의 설렘이 느껴지는 이 열차의 이름은 SL은하(銀河)호입니다. JR가마이시역(釜石駅)에서 출발해 JR하나마키(花巻駅)역까지 운행하고 날짜에 따라 출발 역이 달라서 홈페이지를 꼭 참고 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이 열차의 이름이 은하(銀河)로 명명된 것은 일본의 유명한 동화작가인 미아자외겐지(宮沢賢治)의 고향이며 그의 대표작품인 <은하철도의 밤(銀河鉄道の夜)>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미야자와겐지의 세계관과 그 시대를 살아왔던 분위기를 공유할 수 있는 멋진 내부 인테리어가 잘 표현돼 있고, 도호쿠의 아름다운 풍광과 우주 대 모험의 시작이 바로 이 기차 안에서 시작이 됩니다.

JR가마이시역에서 출발 대기중인 열차는 기관차 1량과 객차 4량으로, 기관차 앞에서는 여행 출발 전부터 기관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게 움직입니다. 기관사들도 아이들 어른 할 것 없이 즐겁게 기념사진을 찍어 줍니다. 객차는 성좌(星座)를 금색으로 표시하고 4량의 객차는 점점 진한 청색에서 연한 청색으로 바뀌며 밤 하늘의 이미지를 표현해 놓았습니다. 저도 기념으로 백조자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 봅니다. 외부 디자인에 놀라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더욱더 멋진 인테리어가 기다립니다.

아이도 즐거워 하는 SL은하호 여행
▲ SL은하호 아이도 즐거워 하는 SL은하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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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드글라스와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차량내부
▲ SL은하 스테인드글라스와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차량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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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로 들어가 보면 미야자와겐지의 자료나 책들 그리고 소품들이 각 호 차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그가 살았던 일본 개항시대의 가스등과 스테인드 글라스는 열차에서 느끼는 새로운 감동입니다. 뭔가 고풍스러운 멋을 느끼며 열차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1호차에는 이 열차만의 특징인 플라네타리움이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열차 내부에 광학식 플라네타리움이 설치되어 열차 여행 중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습니다. 미리 순서대기표를 받으면 1회당 10명씩 이용 가능합니다. 또한 객차 내부에는 달과 별의 작은 박물관도 있어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 합니다.

2호차에는 미야자와겐지의 작은 도서관이 있어 그의 작품 세계에 빠져 볼 수 있습니다. 3호차에는 미야자와겐지의 갤러리 샵 등이 위치해 여러 가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열차여행의 다양한 이벤트는 역시 일본 관광열차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JR가마이시역에서 기관차의 힘찬 발차음과 함께 10시 55분 정각에  "칙칙 폭폭" 즐거운 증기 기관차 여행이 시작됩니다. 기차가 발차음을 낼 때와 무거운 증기기관차가 천천히 이동할 때 수많은 철도 마니아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연신 카메라를 찍고 또한 역무원들과 일부 시민들은 손까지 흔들어 배웅해줍니다.

리쿠추오하시역에 잠시 정차중인 SL긴카
▲ SL은하 리쿠추오하시역에 잠시 정차중인 SL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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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는 잠시 리쿠추오하시역(陸中大橋駅)에 도착합니다. 오래된 증기 기관차이다 보니 기관차의 중간 점검을 하기 위해 기관사들이 여기저기를 망치로 두드려 봅니다. 이런 모습 하나 하나가 정말 신기한 관광거리임에 틀림 없습니다. 이 역은 오메가(Ω)형 노선으로 큰 원을 그리며 고도를 극복합니다.  루프선 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높이 차이가 있습니다. 터널 안을 천천히 들어가면서 왼쪽으로 꺾어 운행을 합니다. 정말 느린 속도지만 무언가 모를 긴장감 마저 드네요. 연기가 창문 틈 사이로 들어와 객차 내부가 뿌옇게 돼 버리니 말이죠. 꼭 창문을 닫아 주세요.

이제 한 고비를 넘긴 SL은하호는 중간 기착역인 도노역(遠野駅)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무려 1시간 10여 분을 정차합니다. 근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해 볼 수도 있습니다. 기관차와 객차는 분리되어 또 정비에 들어갑니다. 어찌 보면 이 열차 여행은 기관차의 정비를 위한 여행이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열차는 다시 서진합니다. 서쪽으로 가다 보면 미야모리역(宮守駅 ) 도착 직전에 만나는 석교가 나옵니다. 바로 이 열차 최고의 경관으로 많은 철도 마니아들이 이 다리를 지나갈 때 사진을 찍기 위해 모입니다. 정식이름은 미야모리가와(宮守川) 교량으로 도로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습니다. 실제로 은하철도 999호가 지나가는 느낌이죠. 기관사도 기분이 좋은지 기적소리를 내줍니다. 이제 열차는 이와테현의 평야를 신나게 달립니다. 드디어 총작역인 하나마키역에는 오후 3시 20분에 도착합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고 하면 짧은 여행이지만 저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만화영화에서만 보았던 그 기관차를 타고 여행하는 기쁨은 어디서도 누릴 수 없는 호사였습니다.

<은하철도 999>의 철이와 메텔이 되어 즐거운 증기 기관차 여행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건 어떠실런지요 ?

열차 운행 정보
- 운행일
매주 주말 및 일본 공휴일

※특정 날짜마다 출발 역이 틀립니다. 꼭 홈페이지를 참고 부탁 드립니다.

가마이시역 출발기준 10:55→15:20 하나마키역 도착
하나마키역 출발기준 10:37-→15:07 가마이시역 도착

- 홈페이지
https://www.jreast.co.jp/railway/joyful/galaxysl.html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SL은하, #SL긴카, #이와테관광열차, #은하철도999, #일본철도여행전문가서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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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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