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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말하기>를 사서 집으로 오면서는 그리 설레었건만, 책을 읽는 동안은 두서너 번 눈물바람을 맞이해야 했다.  철학이 담긴 시대적 담론을 던지던 대통령을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니.

노무현. 생전에 한 번도 가까이 가서 뵌 적도 없고 말을 나눈 적도 없다. 청문회와 뉴스 그리고 토론회가 나오는 텔레비전에서 그가 말하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다만 그랬을 뿐이다. 그런데도 연인이었던 것처럼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늘 설레고 그립다.

왜 내게 잊히지 않는 사람으로, 사랑으로 남아 있는 것일까? 바로 그가 우리들에게 들려준 말 때문일 것이다. 그가 사자후처럼 토하던 연설이 여전히 귀에 쟁쟁하다. 논리정연하게 토론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 그와 동시대를 호흡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비록 지금 그는 이 땅에 없지만 그가 남긴 말들이 그의 영혼이 되어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노무현 대통령의 음성이 들린다. 귀에 쏙쏙 들어오게 말씀하시던 그 또렷하던 목소리가 들린다. 이 책의 저자 윤태영 작가가 손가락에 혹이 생기도록 사각거리며 쓰던 필기도구 소리,  노트북의 키보드 타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참여정부 시절의 노무현 대통령과 천호선 당시 대변인, 김경수 비서관과 이 글의 저자인 윤태영 작가
▲ 대통령의 말하기 홍보용 웹자보 참여정부 시절의 노무현 대통령과 천호선 당시 대변인, 김경수 비서관과 이 글의 저자인 윤태영 작가
ⓒ NIKO K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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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영 작가. 지금은 작가라는 호칭으로 불리지만 그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도 지내고 제1부속실장을 맡으며 노무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모신 분이다. 윤태영 부속실장을 필사(筆士)로 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기록하라고 하신 노무현 대통령. 독대도 허용하지 않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원했던 대통령.

그것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기록에 남을 가치가 없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결기이다. 투명성이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말과 행동에 역사적 책임 의식을 느꼈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드러내었다. 그렇게 기록된 자료가 무려 100권의 업무수첩, 500여 권의 휴대용 포켓수첩, 1400여 개의 한글파일이다. 이 책은 그 귀한 자료들이 토대가 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을 옮겨 쓴 책이 아니다. 대통령의 말하기를 통해 우리의 말하기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일종의 자기계발서다. 나는 제대로 말하고 있는가? 어떻게 말을 해야 사람의 마음에 파고들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인가?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재밌게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여러 질문들에 대해 대답을 하고 있다.

윤태영 작가가 서문에 쓴 내용이다

"말을 잘 하려는 사람, 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사람, 말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먼저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는 무엇을 어떻게 말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말했는지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은 그런 시도의 하나다."

<대통령의 말하기>는 말재주를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가치와 전략, 철학이 담긴 말을 쓸 줄 알아야 리더가 되는 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사여구가 아닌 팩트(fact)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라고 쓰고 있다. 그리고 그 팩트에 감동이 있으려면 인생을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정치인이나 정치 지망생들이 읽는다면 몰입도가 더 높을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읽지 못할 책인가? 전혀 아니다. 일상적인 대화에도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소통을 제대로 못해 애태우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모두 다 읽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주머니, 옆집 총각도 앞집 아가씨도.

설득을 잘 하는 하는 방법,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 감동도 주고 웃음도 주는 말하기 방법이 이 책 안에 있다. 공허하도록 옳은 이야기만을 적고 있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평소에 했던 연설이나 강연 그리고 사석에서의 여러 말하기들. 퇴임 후 봉하 마을에서 사람들을 맞이하면서 했던 말들이 현장에서 듣는 것처럼 예시로 나와 있다.

한 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대통령이 되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 노무현 대통령. 그의 필살기는 말하기였다. 그 필살기를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될 것이다.

큰 목차를 잠깐 소개하겠다.

  1부 편법은 없다
  2부 더 빨리 통하는 말은 따로 있다
  3부 말로써 원하는 것을 얻는다
  4부 듣는 사람과 하나가 된다
  5부 생각이 곧 말이다

이 큰 목차 아래 23가지의 원칙이 작은 소제목으로 나와 있는 책이다.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라는 책이 떠오른다. 살짝 패러디를 하면 이 책은 '노무현이 말하는 23가지'다. 그들은 말하지 않지만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필사 윤태영 작가를 통해 조근조근 들려주신다.

생전에도 개방적이고 투명하시던 노무현 대통령답다. 서거하신 이후에도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우리들에게 풀어놓고 계시다.  더구나 이 책은  23가지의 노하우에 대해 일일이 요약정리도 해 주고 있다.  한마디로 세심하고 친절한 책이다.

책과 어록집
▲ 대통령의 말하기 책과 어록집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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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또 읽어야 할 책의 목록에 올려놓아야겠다. 말하기가 어렵고 소중하다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에.

혹여나 저를 아시는 분들은 몇 달 뒤 제가 지금과 다르게 말을 잘하고 있는 것을 보시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오롯이 <대통령의 말하기>를 독파하고 실행에 옮긴 덕분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큰 나무 사이로 걸어가니 내 키가 커졌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이 큰 나무가 되어 여러분의 생각의 키, 말하기의 키를 훌쩍 키워줄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

<대통령의 말하기 –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설득과 소통의 법칙>(윤태영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6.08. / 1만5000원)


대통령의 말하기 -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설득과 소통의 법칙

윤태영 지음, 위즈덤하우스(2016)


태그:#대통령의 말하기, #노무현, #윤태영,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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