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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나만의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 말인즉슨, 빈 공간에 무엇을 어떻게 채워 넣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는 거다. 더 쉽게 말하자면 인테리어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내게 5평 남짓한 공간이 주어졌다. 또한 그와 함께 한정된 예산으로 그곳을 꾸며야 하는 미션도 주어졌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인터넷으로 수많은 인테리어 사진을 찾아보고 관련서적도 읽어보고 배치도를 그려보며 빈 독을 채워나갔다.

매장에 가서 직접 가구를 보고 사고 놓아보고 어울리지 않으면 팔고 다시 또 사고를 반복했다. 신기하게도 그 과정이 참 재미있었다. 그렇게 나는 셀프인테리어와 가구에 푹 빠져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예술품인 가구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뜻 와 닿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추천받은 몇 점의 작품을 보면서 나는 가구 또한 상업과 예술 넘나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몇 년의 밤을 지새우게 한 예술가구 작업에 대해 직접 들을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 18일, 가구디자이너 함도하를 만났다.

가구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

가구에 대한 애정으로 눈이 반짝반짝 빛나던 함도하 가구디자이너
 가구에 대한 애정으로 눈이 반짝반짝 빛나던 함도하 가구디자이너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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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디자이너라는 직업 자체도 생소했지만 예술작품인 가구를 만든다는 것은 더 생소했다. 그래서 그를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그 점부터 물어봤다.

"알고 있어요. (웃음) 제 직업에 대해 아직은 낯설어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원래는 인테리어 회사에서 오래 일했어요. 쉽게 말해 큰 공간을 만들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안을 채워 넣는 일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어떤 가구를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해 재미를 느꼈다고 할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작업을 해오면서 기능적인 가구를 넘어서 예술작품으로서의 가구에 빠져들었죠."

함도하 가구디자이너의 설명처럼 그의 작품은 예술작품처럼 시사하는 바가 있으면서 가구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인간의 감정을 모티브로 했어요.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가구예요. 전부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작업속도가 빠르지는 않죠. 총 14점의 작품을 위해 2년여의 세월을 투자했어요. 가끔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순전히 제가 좋아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까 그런 건 잘 못 느끼겠어요."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온전히 몰두하는 건 몸은 좀 고될지언정 행복한 일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렵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아예 예술가구를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으니.

예술가의 마음으로

'눈여겨볼 치'라는 한자의 뜻을 담고있는 그의 작품
 '눈여겨볼 치'라는 한자의 뜻을 담고있는 그의 작품
ⓒ 함도하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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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업방식은 독특한 데가 있었다. 무심코 지나치는 가구를 보면서 여러 가지 영감을 받고 이를 이야기로 만들어본다고 했다. 스케치는 그 후라고.

"지금 동화책으로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어요. 가구가 여행을 떠나 사람처럼 다양한 모습과 성격을 가진 다른 가구들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예요."

함도하 가구디자이너의 작품에 대해 듣고 보다 보니 왠지 감정이입이 잘 되는 스타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굉장히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이 한 이야기를 기억 못해요. (웃음) 내 일이 아닌 것에도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다 보니 감정이입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작품에도 반영되는 것 같고요."

작업을 하는 순간이 나의 현재이자 미래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와 개인적인 작업만 하는데 전혀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그게 앞으로 먹고사는 것 때문에 그렇다기보다 앞으로의 결과물이 대중들의 외면을 받을까 걱정하는 것에 더 가까워요."

불안함에 멈춰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걸 타개하기 위해 더 몰두하고 집중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후자였다. 그럴 시간에 작업물을 하나라도 더 내놓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고 했다. 무엇이 이토록 그를 가구에 빠지게 만든 걸까? 나는 그게 참 궁금해졌다.

"원래 미술을 오래 했어요. 그러다 보니 미적인 부분에 많이 끌렸던 것 같고 인테리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구를 접할 일도 많았고요. 지금은 너무 좋아하다 보니 마음에 드는 가구를 보면 사야만 해요. 그래서 돈이 부족하거나 없으면 아예 밖을 나가지 않기도 해요."

그는 현재 같은 목표를 가지고 예술적인 가구를 만드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런 교류를 통해 스스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예술가구를 만든다는 건 외로운 작업이기도 해요. 혼자서 모든 걸 해야 하다 보니까 소통할 일이 많지 않죠. 그런데 함께 모여 작업을 하면 서로에게 도움도 되고 좋은 영향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면서 사용할 수도 있는 그의 스툴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면서 사용할 수도 있는 그의 스툴
ⓒ 함도하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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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어렵다는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함도하 가구디자이너의 작품은 친절했다. 게다가 그는 고집을 부리거나 억지를 부리기보다는 보는 사람의 관점을 존중하는 편이라고 했다.

"제가 기쁜 감정을 표현하는 작품을 만들었어도 보는 사람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개인의 자유죠. 그런 점에서 예술이라는 게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물론 최선을 다해 제 의도를 작품을 통해 전달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걸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쨌든 제 작품을 보시고 뭔가 느껴지는 게 있거나 집에 놓고 보고 싶다거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함도하 가구디자이너는 앞으로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그에게 앞으로의 십 년에 관해 물었다.

"먼 미래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계획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니고요. (웃음) 다만 오늘 하루를 만족스럽게 보낸다면 그게 쌓여서 미래가 되는 것 같아요. 그저 제 작품에 몰두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가구를 통해 예술을 구현해내려는 함도하 가구디자이너의 작업은 어쩌면 더디고 힘들 수 있지만 반면에 그의 의도와 이야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만큼 더 보람찰 수도 있을 거다.

다행히 남은 2016년의 날들은 이미 대중을 만날 스케줄로 꽉 차있는 상태라고. 머지않아 그의 작품을 그림을 사서 집에 걸어놓듯 소장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하며 나는 잠깐 그가 느낄 행복을 대신 느껴보았다.

함도하의 가구상담소


- 가구를 새로 사고 싶은데 어떤 걸 사야할지 모르겠어요.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사기 전에 먼저 가지고 있는 가구를 파악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그와 함께 평소에 느꼈던 장점과 단점들을 적어서 리스트로 만들어 보세요. 예를 들어 책상의 다릿발이 너무 높아 불편하다거나 의자에 앉았을 때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말이에요."

- 제 방의 인테리어가 전반적으로 거칠고 어두운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사려는 가구가 있는데 지금 분위기와 잘 어울릴지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그 가구의 이미지를 다운받아 프린트해서 접어보세요. 그리고 놓고 싶은 공간에 대어 보세요. 그렇게 하면 어울리는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더 쉽답니다."

-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많은데 제가 손재주가 좋은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도전할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업사이클링의 경우에는 완성도가 중요해요. 자칫 마무리가 잘 안되거나 시간을 충분히 들이지 않으면 보기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주말에 하루 정도를 충분히 할애해서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시도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 함도하 가구디자이너
공식홈페이지 http://www.hamdoha.com/
SNS https://www.instagram.com/doha_ham/



태그:#함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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