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성내동 '방석집' 거리

바로 그 카페
▲ 강풀 만화 <바보> 바로 그 카페
ⓒ 미디어 다음

관련사진보기


'풀잎', '나래', '다사랑', '열애', '함지박'......

강동구 성내동 성내도서관 주위는 소위 '방석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한때는 '꽃마차' 혹은 '짝집'이라고도 불리는 변종업소가 약 90개 정도 난립했던 곳으로, 강동 출신의 유명 만화가 강풀의 작품 <바보>에도 주요 배경으로 등장했으며, 아직까지도 40여 군데가 남아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덕분에 그 지역 주민들은 오랫동안 구청을 상대로 민원을 넣어왔다. 인터넷으로 연간 30건 정도 민원이 올라왔으며, 구청은 주민대토론회를 열어 주민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 왔다. 그도 그럴 것이 '방석집'이 밀집한 곳이 주택가 한 가운데로 그 바로 옆에는 도서관과 학교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할 말이 없는 부모들. 유해환경 때문에 오르지 않는 집값도 집값이지만, 학교하교시간과 '방석집'의 영업시간이 겹치면서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감과 신변의 위협으로 인해 '방석집' 거리는 많은 주민들의 원성의 대상이었다.

계속되는 주민들의 민원
▲ 주민들의 오랜 숙원 계속되는 주민들의 민원
ⓒ 이희동

관련사진보기


강풀의 <바보>에도 등장했던 곳
▲ 성내동 방석집 거리 강풀의 <바보>에도 등장했던 곳
ⓒ 이희동

관련사진보기


문제는 그와 같은 '방석집'들을 쉽사리 정리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강동구청은 계속되는 민원으로 2015년 10월 이 거리를 정비하기 위해 10개 부서로 구성된 TF팀을 기반으로 변종업소 우선정비추진단을 꾸려 변종업소 단속강화, 자진폐업 및 전업 유도, 건물주 설득을 해왔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방석집'을 철거하기 위해서는 매입이든, 임대든 건물주의 동의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건물주들이 '방석집'들로부터 걷어 들이는 월세 약 100만 원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이상, 그것을 대체할 만한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었다. 혹여 '방석집' 한 군데가 나간다 한들 주변에 '방석집'이 많은 그곳에 과연 어떤 업체가 들어와 꼬박꼬박 월세를 낼 수 있을까. 그것은 단순히 '방석집'을 내보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엔젤공방'의 탄생

변종업소 거리에 대한 지속적인 민원과 뾰족이 떠오르지 않는 대안. 이때 강동구청이 떠올린 묘수는 '엔젤공방'이었다.

강동구청은 그동안 지역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엔젤존', '엔젤샵'을 운영해 왔는데( 월세도 없는데 관리비도 0원... 서울에 이런 사무실이),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성내동 '방석집' 거리에 '엔젤공방', 즉 공방의 형식으로 사회적경제 조직을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방석집'이 나가면, 그곳에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경제 조직, 특히 청년공방을 유치하여 그 일대를 점차적으로 '엔젤공방'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구청은 비록 지금은 많은 '방석집'들로 인해 우중충한 분위기이지만, 젊은 사회적경제 조직이 들어오면 지역이 달라질 것이라고 건물주들을 설득했다. 사회적경제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사회적경제조직이 밀집하게 되면 그 지역의 경제가 살아날 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와 함께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코이로
▲ 엔젤공방 1호점 코이로
ⓒ 강동구청

관련사진보기


새로운 지역공동체 문화를 꿈꾸다
▲ 엔젤공방 개소식 새로운 지역공동체 문화를 꿈꾸다
ⓒ 강동구청

관련사진보기


이와 함께 강동구청은 임대보증금 100% 구비 지원, 1년 간 임대료 50% 지원을 내걸고 엔젤공방 1호점을 공모하였다. 혹자들은 상권도 형성되어 있지 않고, 유해환경도 많은 그 지역에 과연 누가 들어오겠느냐 우려를 보냈지만 다행히 강동구 마을기업 코이로(coiro)가 엔젤공방 1호점을 들어오게 되었다.

코이로는 평소에 지역경제의 선순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마을기업으로서, 현재 강동구청, 강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함께 강동구를 가죽산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 거점으로 이번 엔젤공방 1호점을 선택했다. 현재 코이로가 지원하고 있는 협동조합 서울가죽소년단이 코이로와 함께 엔젤공방에 들어와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 망했을 때 기댈 보금자리, 만드는 게 목표죠)

"구는 예산이 넉넉지 않아요. 기존 사업과 연계해 청년들에게 취업과 창업의 기회를 제공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엔젤공방입니다. 1차 목표는 창업 공간 확보였습니다. 청년들이 서로 도우며 함께 성장할 수 있게 하려면 집중화할 필요도 있었지요."(홍찬욱 코이로 대표, 2016.08.18 한겨레)

사회적경제와 도시재생

엔젤공방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 엔젤공방과 방석집 엔젤공방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 이희동

관련사진보기


주택 한 복판에 위치한 방석집 거리
▲ 거리 정비를 바라는 주민들 주택 한 복판에 위치한 방석집 거리
ⓒ 강동구청

관련사진보기


현재 도시재생은 이 시대의 화두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개발, 재건축이 힘들어지면서, 또한 도심의 노후화 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도시재생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추어 정부는 이미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고, 각 지자체들은 관련된 조직들을 만들어 도시재생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러나 도시재생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정부는 도시재생사업을 하면 쇠락했던 공간이 지금이라도 당장 활기 넘치는 곳으로 변할 것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아직 많은 이들이 도시재생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행정은 아직까지도 도시재생사업을 기존의 토목예산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다. 말이 도시재생사업이지, 앵커시설(종합지원센터) 하나 만들어 그 안에 교육과 보육, 문화 등의 기능을 넣으면 그 지역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다. 지역공동체가 유기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주민협의체가 행정의 들러리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은 이뤄질 수 없다. 도시재생은 그 지역의 땅값을 올리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을 사람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인데, 그것은 결국 건물과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인간관계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내가 그 지역 주민으로서 떳떳한 정체성을 가지고 이웃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가 바로 도시재생의 핵심인 것이다.

개소식에 참가한 강동구청장
▲ 엔젤공방 개소식 개소식에 참가한 강동구청장
ⓒ 강동구청

관련사진보기


작업과 함께 전시도 가능하다
▲ 엔젤공방 내부 작업과 함께 전시도 가능하다
ⓒ 강동구청

관련사진보기


지역공동체의 복원. 도시재생에 있어서 사회적경제가 주목받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회적경제가 결국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고 했을 때,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는 그 지역주민들을 유기적으로 묶어주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성내동의 엔젤공방은 그 지역의 도시재생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방석집'이 난무하던 공간에 청년공방들이 들어와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사업을 펼치게 되면 그 거리는 잃었던 활기를 되찾을 것이며, 지역의 새로운 활력소로 창조적인 문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실제로 엔젤공방 1호점의 성공 이후 강동구청은 엔젤공방 2호, 3호점을 모집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지역의 변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성내동 건물주들이 엔젤공방 1호의 모습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중충했던 거리에 청년들이 들어와 새로운 가능성을 펼치는 모습에 지역사회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청년공방들이 들어와 엔젤공방거리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성내동이 사회적경제가 도시재생을 이끌 수 있다는 성공사례를 보여주기를.

덧붙이는 글 | 위 글은 강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소식지 '함께하는발걸음'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사회적경제, #엔젤공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