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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중교통 이용자 수가 어느덧 1100만 명이 넘어갈 만큼, 대중교통은 시민들의 '발'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몇몇 승객들의 '안하무인'적 행태는 다른 승객들에게 큰 불쾌감을 주는 한편,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대중교통 이용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대중교통 무법자'들을 직접 겪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에서의 시민의식을 진단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얼마 전 SNS에서 #대중교통폭력OUT 이라는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이 있었다. 부산지하철에서 시범운영 중인 '여성배려칸'을 두고 벌어진 논란에서 출발해, 대중교통에서 약자들이 겪는 각종 폭력에 대해 고발하는 운동이었다.

사람들은 이 해시태그 안에서 언어 및 신체 성희롱을 고발했다. 여기에는 백팩이 흉기로 다가오는 순간이나, 소위 '쩍벌남'이 옆자리에 앉았을 때의 불쾌한 상황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적극적으로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지 않으면 해소되기 힘든 상황들이다.

'백팩 주의' 대대적인 캠페인 필요하다

지난 2015년 7월, 서울지하철 6호선에서 대학생들이 배낭으로 인한 진로방해, 소지품 걸림, 안전사고 등 지하철 이용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불편사례를 연출하며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와 대학생들은 이날 불편 사례를 연출하며 '지하철 백팩(배낭) 에티켓'을 홍보했다.
 지난 2015년 7월, 서울지하철 6호선에서 대학생들이 배낭으로 인한 진로방해, 소지품 걸림, 안전사고 등 지하철 이용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불편사례를 연출하며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와 대학생들은 이날 불편 사례를 연출하며 '지하철 백팩(배낭) 에티켓'을 홍보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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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나 '꼴불견'같은 단어는 무거운 백팩을 메고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나 '쩍벌남'들을 수식한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일견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낼 수 있는 듯 보인다. 조금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뭐 어쩌겠나' 하는 반응이 할 수 있는 것의 전부다.

지하철이나 버스 탑승 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책 등을 보거나, 동행과 대화하는 데 집중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지고 무거운 백팩이 신체 어느 곳을 '퍽'치고 지나가는 것을 예상하기는 힘들다. 또한 고개를 돌렸을 때도 백팩으로 실례를 범한 것을 인지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 그들은 자신이 타인을 건드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많은 사람들의 토로와 달리, '무법자'로 지목이 되는 '백팩족'은 백팩을 들고 다니는 모든 승객을 지칭하지 않는다. 백팩을 멘 채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하지 않는 이들을 부르는 말이다. 숄더백이나 토트백 등 다른 종류의 가방 역시,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무서운 물체가 된다. 다만 백팩은 뒤로 멘다는 점과 그 부피 면에서 '무기'가 될 여지가 많은 것이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에서 백팩에 맞거나 치인 피해사례들은 결국 '사적인 불쾌함'정도로 규정되며, 백팩을 갖고 다니는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백팩 휴대에 대한 변호를 한다. 그들은 '쩍벌'과 달리 백팩을 들고 지하철을 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백팩을 메는 순간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리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백팩족'을 등딱지를 가진 거북이로 희화화한 프랑스 캠페인의 감각을 따라잡지는 못하더라도, 큰 규모의 대중교통 에티켓 캠페인이 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시점이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백팩 에티켓을 지키자"며 가벼운 캠페인을 벌인 적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백팩족에게 경각심을 주기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백팩족을 희화화한 파리교통공사의 공익광고
 백팩족을 희화화한 파리교통공사의 공익광고
ⓒ RA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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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없애야 할 '쩍벌남'

'쩍벌남'에 대한 비난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쩍벌남'은 여전히 지하철 곳곳에서 보이고 있고, 없어질 생각을 안 한다. 전동차 바닥에 가지런한 발 모양 스티커를 붙이는 게, '쩍벌'에 대해 경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스티커 역시  모든 지하철에 붙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스티커나 '백팩허그' 캠페인은 지하철공사가 대학생 동아리나 시민의 아이디어를 채택해 진행한 것인데, 문제는 광범위하게 지속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과도하게 친절하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가 만든 "이 녀석아, 그만 벌려 (Dude... Stop the Spread, Please)처럼 공공기관이 '쩍벌남'에 대해 분명하게 경고하는 포스터는 지하철 내에서 본 적이 없다.

지하철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는 '맨스프레딩'을 하지 말자는 뉴욕 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 캠페인 포스터.
 지하철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는 '맨스프레딩'을 하지 말자는 뉴욕 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 캠페인 포스터.
ⓒ M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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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다리를 한껏 벌려 앉는 행위는 자리를 필요 이상으로 차지하는 것은 물론, 일종의 성희롱이 될 수도 있다. '쩍벌남'의 문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캠페인이 진행된다면, 그와 함께 대중교통의 성희롱/폭행 방지대책 논의 역시 이전보다 더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하고 '분명한' 대중교통 캠페인이 필요하다

대중교통 안에서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언행은 연장자의 권위나 젠더 권력에서 출발하기 쉽다. 따라서 캠페인은 더더욱 그동안 대중교통의 각종 폭력을 겪은 피해자와 약자의 입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등산스틱을 휘두르는 승객이나 쩍벌남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똑같이 행동하기 힘든 여성들이나 (쩍벌남보다 더 큰 눈총을 받을 것이므로) 성희롱 고발의 '애매함'을 이용하는 이들을 제재하고, 백팩 뒤에서 위험해지기 쉬운 체구가 작은 사람들을 위해 좀 더 강력한 캠페인이 필요하다.

큰 노란색 포스터로 화제가 된 서울지하철경찰대의 '몰래카메라 촬영은 범죄행위입니다'같은 문구는 그래서 칭찬할 만하다. 마치 '피해자가 부주의해서' 일어난 것 같이 말하던 일들을, '범죄' 그 자체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같은 포스터에 문구만 '몰래카메라 주의!'로 바꾼 분당경찰서의 포스터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이들이 조금만 더 분명하게, '약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OOO는 타인에게 피해를 줍니다' 정도의 문장이라도 '삼가주십시오'보다 훨씬 힘이 실린다. 대중교통 성희롱 가해자를 '치한이다!'라고 못박는 일본의 지하철 캠페인에서 본받을 점이 있지 않을까?


태그:#지하철, #쩍벌남, #백팩족, #지하철 백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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