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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보다 부드럽고, 여행 에세이보다는 간결한 '묻고 답하는 여행기'. 남의 여행에서 가장 궁금한 가격 정보를 기본으로, 여행 가기 전 후루룩 읽을 수 있는 베트남 여행기를 몇 편에 걸쳐 작성합니다. - 기자 말
분짜닥킴의 분짜와 넴. ⓒ 김예지
분짜닥킴의 넴. ⓒ 김예지
Q1. '베트남 여행=미식 여행'으로 유명한데, 이날 뭐 먹었어?
베트남하면 '미식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거 나도 잘 안다. 근데, 나는 진짜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이 많았다.

아침에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쏘이옌에 가서 찹쌀밥을 먹었는데, 정말 속이 니글거렸다. 밥에 콜라를 먹는 건지, 콜라에 밥을 먹는 건지 모르게 콜라를 들이부어가며 겨우 반 먹고 나왔다(싸긴 엄청 쌌다. 밥에 콜라가 한화로 1150원).

점심으로는 그 유명한 분짜닥킴에 가서 분짜를 먹었는데, 한두 입 맛있더니 또 너무 느끼하더라. 보통 가서 분짜 하나 시키면, 넴(짜조)이랑 맥주 먹을 거냐고 묻는다. 나는 분짜 하나에 넴 한 접시, 하노이 비어 하나 이렇게 시켰는데, 맥주로도 느끼함이 상쇄가 안 됐다.

Q2. 비위가 너무 약한 거 아냐?
난 못 먹는 음식이 거의 없는 편이다. 향신료도 싫어하지 않고…. 쌀국수를 먹을 때에도 고수를 한 접시 말아 먹는 스타일인데, 이건 좀 차원이 달랐다. 고수+민트+이름 모를 풀들+소스…. 여러 가지가 섞이니까 그 오묘한 향 때문에 잘 안 넘어가더라. 마치 민트에 밥 비벼먹는 느낌이랄까….

분짜도 분명 몇 입까지는 맛있었다. 근데 많이는 안 들어가더라…. 남들 다 맛있다는 집에서 잘 못먹고 나온 느낌, 나도 슬프다.
찹쌀밥으로 유명한 쏘이옌. ⓒ 박혜경
쏘이옌에서 먹은 찹쌀밥. ⓒ 박혜경
껌슨47에서 먹은 밥. 오이절임이 새콤달콤해서 속이 다 개운해졌다. ⓒ 박혜경
Q3. 그럼 이날 도대체 맛있게 먹은 게 뭐야.
둘째날 최고의(?) 식사는 껌슨이었다. 여행자 거리에 있는 껌슨47에서 BBQ 덮밥을 먹었는데 가장 덜 느끼했다. 곁들여 나온 오이절임이 새콤달콤해서 속이 다 개운해졌다. 나처럼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 고생하는 분들에게 강추!

Q4. 베트남 커피도 유명하잖아. 많이들 찾는 게 '콩카페의 코코넛 커피'랑 '하이랜드의 쓰어다(연유 커피)' '카페 지앙의 에그 커피'던데. 뭐가 제일 맛있었어?
쓰어다 보다는 코코넛 커피가 훨씬 맛있었다. 쓰어다의 경우 우리가 먹는 믹스 커피 2~3봉지를 한꺼번에 탄 느낌. 커피 맛이 아주 진하고, 엄청 달다. 한 입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들 정도의 농도인데, 맛있기는 했지만 색다른 느낌은 없었다.

반면 코코넛 커피는 한국에 없는 메뉴이고, 맛있게 새로웠다. 코코넛 밀크를 스무디 상태로 커피에 넣어 주는데, 베트남 카페의 특징인 노천 의자에 앉아 한 잔 마시면, 세상이 다 행복해 보인다.

에그 커피도 맛있다. 코코넛 커피냐 에그 커피냐라고 묻는다면 하나를 꼽을 수가 없다. 다만, 카페인 때문에 하루에 커피를 2잔 넘게 마시지 못하는 나는 에그 커피를 먹으러 카페 지앙에 더 많이 갔다(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카페인에 민감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ㅠㅠ).

근데 한 가지 단점은, 베트남 카페에선 내외부 모두 흡연이 가능하다는 점. '흡연자들의 천국'이라고 할 만한데, 비흡연자인 나는 덕분에 커피 한 모금에 담배 연기 세 모금을 마셨다.
콩 카페의 코코넛 커피. 시원하고 맛있다. 한국에는 없는 맛! ⓒ 박혜경
카페 지앙의 에그커피. 달걀이 굳지 않게 따뜻한 물에 중탕을 해서 준다. 아이스 에그커피도 있다. ⓒ 김예지
Q5. 하노이 괜찮은 여행지는 어디어디야?
우선 두 군데만 꼽자면, 호안끼엠 호수 안에 있는 응옥선 사당과 호아로 수용소.

하노이의 응옥선 사당을 보고 네팔 포카라 페와 호수 가운데에 있는 바라히 사원을 떠올렸다(나랑 비슷하게 느낀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하지만 응옥선 사당이 훨씬 쾌적한 느낌이다. 향 냄새도 좋고, 푸른 나무들도 많아 아름답다. 번잡스럽지 않고 조용하고 깨끗하다. 사당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호안끼엠 호수 풍경도 평화롭다.

호아로 수용소는 프랑스 통치시절 만들어졌는데, 당시 수용된 베트남 정치범들이 당했던 고문이나 열악했던 생활 환경 등을 상세하게 서술, 전시해놓았다. 전시 막바지엔 베트남 전쟁 시절 이곳에 수용된 미국 파일럿에 대한 자료도 볼 수 있는데, 역사적인 의미가 있지만 서술 방식은 조금 귀여웠다.
호안끼엠 호수에 있는 응옥선 사당. 조용하고 아름답다. 나무 아래 앉아 잠시 쉬기에도 좋다. ⓒ 박혜경
호아로 수용소. ⓒ 박혜경
호아로 수용소 내부 모습. 정치범 수용 모습을 재연해놨다. ⓒ 박혜경
미국에 의해 파괴된 베트남 국토와 수용된 미국 파일럿들이 포로같지 않게 편안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대조해 보여준다. 마치 '너희는 우리 국토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지만, 우린 너희 파일럿들을 호아로에 수용하면서 힐튼 호텔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잘해줬어'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 평소 여행 때 박물관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굉장히 인상적인 곳이었다(다들 한번 가보시길!).

더불어, 맥주 거리를 낮에 한번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밤의 번잡함은 사라지고, 고풍스런 느낌을 주는 거리로 변신해 있다. 개인적으론 낮에 간 느낌이 더 좋았다.

Q6. 응옥선 사당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기념품을 샀다며?
그림 두 점을 샀다. 하나에 한화로 3000원가량이었는데, 여행 초반에 사서 한국까지 갖고 가느라 좀 거추장스러웠지만 (구겨지지 않게 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잘한 구매라고 생각한다. 하노이 길거리 상점에도 다양한 그림을 파는데 다행히(?) 응옥선 사당에서 산 그림과 같은 그림은 없었다. 그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베트남 여행 기념품으로 그림을 사오길 추천한다.
베트남 하노이 길거리 풍경. ⓒ 박혜경
베트남 길거리 표지판. 길을 건너는 사람이 이색적이다. ⓒ 박혜경
Q7. 산악 마을인 사파에도 갔잖아. 요즘엔 하노이 가는 사람 중 사파 계획하는 이들도 많던데. 버스 vs. 기차 뭐가 더 나아?
나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다. 기차로 갈 것인가, 버스로 갈 것인가. 나는 사파 익스프레스 버스를 택했다. 기차의 경우 사파까지 바로 갈 수 없고, 라오까이역에서 내려 미니버스 등으로 갈아타야 한다. 기차의 정취를 느끼고 싶었지만, 너무 번거로워 보였다.

예전엔 야간 기차 혹은 야간 슬리핑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사파 익스프레스 버스가 생기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사파 익스프레스 버스의 경우 이른 아침 출발한다. 숙소에서 편하게 자고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사파 익스프레스는 우리나라 우등 버스라고 보면 된다. 좌석이 27석 남짓 될 텐데, 편한 대신 슬리핑 버스보다 비싸다. 그래도 이걸 타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사파에서 하노이로 돌아올 때 오전에 출발하는 슬리핑 버스를 탔는데, 화장실 냄새가 어마무시하게 났다. 쾌적함과 편안함을 비교할 수가 없다(단, 하노이로 가는 사파 익스프레스는 늦은 오후에 출발하는 게 단점).

Q8. 환전은 어디서 하는 게 좋아?
은행이 문을 열었으면 은행으로! 나의 경우 둘째날 은행까지 열심히 걸어갔는데 대체휴일로 문을 닫았더라(베트남도 대체휴일이 있는지 이때 처음 알았다).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금은방에서 하면 환율을 잘 쳐준다는데, 여행자 거리를 한참 걸어다녀도 내 눈엔 그런 금은방이 보이질 않더라. 그래서 여행사로 갔다. 환전은 '얼마를 한 것인가'가 중요한데, 100달러 이상 환전한다고 하면 환율을 좀 더 쳐준다.
K마트는 천국이었다. 맥주의 천국. ⓒ 박혜경
Q9. 하루에도 몇 번씩 슈퍼에 갔다면서?
K마트는 '작은 천국'이었다. 각종 맥주와 물품들이 가득했는데, 1000원 정도면 현지 맥주를 살 수 있다. 라오스 맥주인 '비어 라오'도 살 수 있다. 물론 라오스 현지에서 먹는 것보다는 가격이 비싸지만 그래도 작은 병이 1200원가량밖에 하지 않는다.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도 몇 군데 있으니 급히 살 게 있으면 K마트를 찾으면 된다.

Q10. 둘째날엔 얼마 썼어?
오늘의 가계부 공개!

- 아침 쏘이옌 찹쌀밥+콜라 2만 3000동(한화 1150원)
- 하노이→사파, 사파 익스프레스 버스 37만 동(약 1만8500원)
- 응옥선 사당 입장료 3만 동(1500원)
- 응옥선 사당 그림 2개 구입 13만 동(6500원)
- Thang Long 호텔 싱글룸 37만 4000동(약 1만8700원)
- 점심 분짜딱킴(분짜, 넴, 맥주) 11만 동(5500원)
- 콩카페 코코넛 커피 4만 5000동(2250원)
- 호아로 수용소 입장료 3만 동(1500원)
- 망고 스무디 3만 9000동(1950원)
- 저녁 껌슨 47(BBQ 밥, 맥주) 7만 동(3500원)
- K마트(맥주, 과자, 요거트) 5만 7000동(2850원)
∴ 총 127만 8000동(6만 3900원)
야시장의 버터 바베큐. 버터에 고기인데 맛이 없을 수가 없죠. ⓒ 김예지
Wild Lotus 레스토랑에서 먹은 코스요리. 맛은 한국 음식과 비슷한, 익숙한 맛. 고기 종류가 맛있진 않았어요. 약간 퍽퍽한 느낌. ⓒ 김예지
The Gourmet Corner 레스토랑의 분짜. 여기 음식은 무난무난 다 괜찮았어요. 뷰가 좋은 식당! ⓒ 김예지
PHO10의 쌀국수. 무난한 맛. 익힌 고기 반, 안 익힌 고기 반! ⓒ 김예지
태그:#베트남 여행, #사파, #하노이, #베트남,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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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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