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이 1개월 반 가량 남은 시점에서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난항을 겪고 있다. 어깨 수술 후 돌아왔으나 팔꿈치 통증으로 인하여 다시 부상자 명단에 들어간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손목 통증 때문에 타격감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려웠던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에 이어 맏형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또 다시 부상을 당했다.

세 선수 모두 부상만 아니었다면 올 시즌 활약을 기대할 수 있었던 선수들이었다. 류현진은 건강할 경우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할 수 있다는 게 검증됐고, 박병호 역시 손목 통증을 안고도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도합 20개의 홈런을 넘겼다. 추신수 역시 뛰어난 출루 능력은 리그 정상급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라도 결국 부상은 피해갈 수 없었다. 8월 16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텍사스 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렸던 텍사스 레인저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경기에 출전했던 추신수는 세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투수 로스 뎃와일러가 던진 시속 141km 짜리 싱커에 왼쪽 팔을 맞아 부상을 당했다.

부상 위험이 큰 몸 맞는 공, 올해만 벌써 네 번째 DL

 사구로 골절상을 입고만 추신수 (출처: MLB.com 화면 갈무리)

사구로 골절상을 입고만 추신수 (출처: MLB.com 화면 갈무리) ⓒ MLB.com


추신수는 올 시즌만 해도 벌써 네 번째 부상자 명단(Disabled List)에 올랐다. 추신수는 올 시즌 개막 후 5경기 출전 만에 종아리에 공을 맞고 첫 번째 부상자 명당에 올라갔다. 이후 추신수는 재활 경기를 거쳐 5월 21일에 복귀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복귀전에서 또 부상을 당했다. 추신수는 복귀전에서 볼넷 2개를 얻어 출루했는데, 두 번째 출루 이후 홈을 밟으며 득점까지 기록했다. 그런데, 이 주루 플레이 과정에서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겼고, 추신수는 복귀전만 치른 뒤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두 번째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추신수는 6월 14일 다시 복귀전을 치렀다. 두 번째 부상자 명단에 올라갈 때까지만 해도 0.188의 타율에 0.409 출루율을 기록했던 추신수는 이후 타율을 0.238까지 끌어 올리며 본격적으로 팀에 기여하는 듯 했다.

하지만 추신수는 후반기 두 번째 경기였던 7월 20일 경기를 끝으로 등 부위에 통증을 호소했다. 다행히 세 번째 부상자 명단에 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리고 8월 5일 부상에서 복귀하여 꾸준히 출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16일 경기에서 추신수는 몸에 맞는 공 때문에 또 다시 부상을 당했다. 한 몸 맞는 공 부문에서 리그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추신수는 이 때문에 '마그넷 추'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추신수는 스트라이크와 볼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워낙 뛰어나다. 이 때문에 추신수는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많이 받는 편이었고, 2011년에도 조나단 산체스(당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던진 공에 손을 맞아 왼손 투수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었던 적까지 있었다.

이후 많은 왼손 투수들은 선구안이 뛰어난 추신수를 상대하면서 몸쪽으로 쏠리는 위협구를 자주 던지기도 했다. 이를 극복한 추신수는 보다 적극적으로 타석에 임했다.

잔부상에 시달리는 마그넷 추, 결국 정규 시즌 아웃

하지만 추신수는 이 때문에 더욱 자주 부상을 당하고 있다. 통산 115개의 몸 맞는 공으로 이 부문 현역 8위에 올라 있는 추신수는 결국 이날 팔 골절 부상을 당했다. 최소 두 달 결장이 불가피하다.

라이브 볼 시대 역대 최고의 리드오프로 알려졌던 크레이그 비지오의 경우 통산 285개의 몸 맞는 공을 기록했다(역대 2위, 라이브 볼 시대 한정 1위).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지오는 몸 관리 측면에서 루키 시즌이었던 1988년을 제외한 나머지 시즌에서 모두 100경기 이상 출전하는 이른바 철인의 모습을 보였다.

추신수 역시 철저한 관리를 통해 꾸준히 출전하고 있지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정도의 치명적인 부상을 자주 입고 있다. 몸 맞는 공이 출루율과 득점 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선수의 건강 측면에서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현지 지역 언론인 <포트 워스 스타 텔레그램>의 기자 제프 윌슨은 자신의 SNS를 통하여 추신수의 골절이 지난 4월 로빈슨 치리노스가 입었던 골절과 비슷하다는 구단의 소식을 전했다. 당시 치리노스는 8주 결장했다.

이를 감안하면 추신수가 올해 남은 정규 시즌 경기를 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소속 팀 레인저스가 아메리칸리그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포스트 시즌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라 8주 뒤에 건강해지면 포스트 시즌에 출전할 수는 있다.

8주 후라면 최소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4차전 정도부터 출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레인저스가 디비전 시리즈에서 탈락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추신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을 올해에는 볼 수 없게 된다.

추신수가 빠지게 되면서 레인저스는 큰 위기에 빠졌다. 이미 주포 프린스 필더가 목 디스크 재발로 선수 생명 뿐만 아니라 신체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아 은퇴를 선언하면서 전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추신수 마저 남은 정규 시즌을 뛸 수 없게 된 것이다.

레인저스는 필더가 목 디스크 재수술을 받은 시점에 뉴욕 양키스로부터 외야수 카를로스 벨트란을 영입하며 일단 전력의 빈 자리를 메웠다. 추신수의 빈 자리에는 외야수 라이언 루아를 마이너리그에서 불러올렸다. 벨트란, 루아 그리고 주릭슨 프로파 등 3명의 선수가 우익수와 지명타자 역할을 나눠 맡을 것으로 보인다.

시즌 내내 손목 통증 달고 살았던 박병호, 결국 부상자 명단

한편, 타격감을 꾸준히 유지하지 못하고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 머물고 있는 박병호도 결국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16일 기준으로 박병호가 오른쪽 손목 통증과 경미한 무릎 통증을 안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속구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원인도 이 부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2개, 마이너리그에서 10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손목 통증으로 인하여 39타석 4안타에 그치는 슬럼프에 빠졌다. 결국 박병호는 최근 4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경기를 쉬면서 회복에 나섰지만 무릎에도 통증이 발생했다. 결국 트리플A 로체스터 레드윙스에서는 박병호가 보다 편하게 쉬면서 완전하게 회복한 뒤 타석에 복귀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하에 박병호를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박병호는 쉬면서 통증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됐다.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메이저리그 선수 신분이기 때문에 박병호는 몸만 괜찮아진다면 마이너리그 시즌이 끝나는 9월 확장 로스터 시기에 메이저리그 경기에 출전할 여지는 남아있다.

무소식은 희소식? 복귀 시점 알 수 없는 류현진

한편, 올 시즌 어깨 부상에서 복귀했으나 시즌 두 번째 등판을 준비하다 팔꿈치 건염이 발견된 류현진은 현재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류현진은 복귀전을 치른 뒤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긴 휴식을 취하며 정규 시즌 두 번째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펜 피칭을 하던 도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다시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게 됐다.

60일 부상자 명단에 오른 류현진은 빨라도 9월 7일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하지만 류현진의 상태는 뚜렷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홈 경기가 있는 날에도 류현진은 구단의 경기 전 훈련보다 먼저 개인 훈련을 소화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간다. 다만 류현진의 부상이 더 심각해졌다는 소식은 없다.

류현진의 정확한 복귀 시점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올해 어느 시점에는 팀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암시한 것으로 보아 늦어도 포스트 시즌에서는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다저스 선발진은 그야말로 풍지박산이 났다.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와 베테랑 왼손 투수 스캇 카즈미어 두 선수만이 풀 타임으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으며, 나머지 세 자리는 부상자 속출로 인하여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을 동원해 자리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도 허리 디스크 증세로 인하여 7월부터 등판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캐치볼을 진행하고 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이후 류현진과 함께 기나긴 부상에서 복귀했던 브랜든 맥카시는 8월 14일 등판에서 1.2이닝만 던지고 난 뒤 오른쪽 엉덩이 근육이 결리는 증상으로 '데이 투 데이'(경미한 부상으로 하루 정도 상태를 지켜보는 상황) 명단에 올랐다.

다저스가 포스트 시즌에서 우승 청부사로 활용하려고 했던 조시 베켓이 엉덩이 부상으로 결국 은퇴하고 말았던 사례를 보면 맥카시의 엉덩이 근육 결림도 가볍게 넘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맥카시는 베켓과 마찬가지로 부상 때문에 건강하게 풀 시즌을 보낸 적이 적었다.

올해 초 허리 디스크 재발로 인하여 재수술을 받았던 브렛 앤더슨도 8월 15일에 드디어 정규 시즌 첫 등판을 치렀다. 하지만 앤더슨도 복귀전에서 1이닝 9개의 공만 던지고 손목 부상으로 인하여 마운드를 내려왔다. 앤더슨 역시 '데이 투 데이'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부상자 속출에도 선전하고 있는 다저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저스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를 지키고 있으며, 와일드 카드 레이스에서는 2위 그룹과 3경기 반 차를 보이며 넉넉한 선두를 지키고 있다. 게다가 후반기 들어 극심한 부진에 빠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승차를 좁히며 16일 기준 반 경기 차까지 순위를 추격했다.

주축 선수들이 건강하게 돌아온다면 시즌 막판에 지구 선두 자리를 탈환하여 보다 여유 있는 입장에서 포스트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로버츠 감독은 부상 선수들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162경기나 되는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을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치른다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게다가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긴 이동 거리까지 감안하면 그 만큼 컨디션을 조절하기 더 어려워진다.

선수들도 건강한 시즌을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스포츠에서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부상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한국인 선수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시즌 마지막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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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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