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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열린 '나비 문화제'에 참석한 김복동 할머니가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아있다. 오른쪽은 길원옥 할머니.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열린 '나비 문화제'에 참석한 김복동 할머니가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아있다. 오른쪽은 길원옥 할머니.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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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우리가 지금껏 위로금 받겠다고 이렇게 싸우고 있습니까. 우리가 무슨 돈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 어렸을 적 끌려가서 그 고생을 하고 돌아왔는데, 위로금 몇 푼 준다고 용서가 되겠습니까. 사죄하는 말 한마디 없이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울분 섞인 김복동(91) 할머니 말에 청중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김 할머니는 이어 "지금 정권을 쥔 아베 신조(일본 총리)가, '민간인이 아니라 우리가 한 일이 맞으니 할머니들 용서해주십시오' 이렇게 공개 법적 사과하고 배상하면, 그래서 위안부라는 꼬리표를 떼 주면, 우리는 오늘이라도 용서할 수 있다"고 말해 재차 박수를 받았다.

"공식 사과하면 오늘이라도 용서할 수 있다"

14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평화의 소녀상' 앞(일본대사관 건너편)에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최로 제4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나비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 사회는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 홍보대사인 배우 권해효씨가 맡아 진행했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김할머니는 이날 발언에서 12·28 한일 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도 표현했다. "박 대통령이 같은 여자로서 원만하게 해결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떤가"라며 "(피해자인) 우리와 상의 없이, 자기들끼리 전화로 속닥거리더니 '위로금 줄 테니까 소녀상 철거하라'고 하지 않나"란 설명이었다.

김 할머니는 지난 12일 <뉴시스>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돈 몇 푼 받으려고 수십 년 동안 싸워온 게 아니다, 아베가 정식으로 사과해서 명예를 회복시켜 줘야 한다"며 "우리(피해자)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합의하는 등 우리나라 정부가 오히려 일을 망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피해 생존자 김복동·길원옥 할머니가 함께한 이날 문화제에서는 도종환 시인(더민주 국회의원)의 시 낭송, 대금 연주와 연극, 재일교포 가수 이정미씨의 노래 공연 등이 진행됐다. 문화제에는 종교인·학생 등 시민 1500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500여 명)과 함께  추미애·유은혜·박홍근·홍익표·박주민·남인순·손혜원·심재권 등 국회의원도 다수 참석했다.

주최 측은 문화제에서 지난해 12·28 한일 합의 전면무효를 주장했다. "이는 부끄러운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굴욕적 합의에 저항하겠다"는 견해였다.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의 한 수녀도 "매주 수요일마다 20년 넘게 빠지지 않고 집회를 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전화통화로 그렇게 (합의)했다는 것은…"이라며 "대한민국이 국가가 맞는가"라고 물었다.

지난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작년 12월 한일 합의에 따라, 국내 절차가 완료 되는 대로 일본 정부 예산 10억 엔(한화 약 109억 원)을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10억 엔 출연이 끝나면 위안부 피해자 관련 법적 문제는 사실상 종결된다.

NHK,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출연금 지급이 완료되면 한일 협정에 따른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은 완수된 것"이라고 말했다. NHK는 또 "일본에서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의 조속한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출연금의 성격이 배상금이 아니라 '치유금'에 맞춰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교도통신은 "과거 한국 정부의 청구권이 완전히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위안부 출연금이 배상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양국 정부가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일본 "10억 엔 신속 출연... 위안부 책임 완수된 것" http://omn.kr/klg0
"일, 소녀상 철거 전 10억엔 출연... 한일, 사용처 합의" http://omn.kr/klaa

위안부 피해자, 등록된 238명 중 생존자 40명만 남아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열린 '나비 문화제'에서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가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2016.8.14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열린 '나비 문화제'에서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가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2016.8.1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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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나비문화제에서는 배우 김미화씨도 한국여성단체연합을 통해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할머니들을 응원한다"며 1085만 원 기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은 25년 전인 1991년 8월 14일, 위안부 피해자 고 김학순 할머니(1997년 타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 증언하며 일제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린 날이다.

김 할머니는 당시 증언에서 "제 인생은 열여섯 꽃다운 나이로 끝났다, 지금도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는 것은 피 맺힌 한을 풀지 못해서"라며 "내 청춘을 돌려주십시오"라고 말해 국제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 이후 이를 기억하자는 의미로 2012년 1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가 기림일로 지정해 매해 지키고 있다.

기림일에 맞춰 국내·외 각지에서도 관련 시위가 진행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는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살아있는 소녀상'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서도 현재 200일 넘게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제가 열린 서울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는 문화제 이후 대학생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모임 평화나비네트워크 주최로 대학생 300여명이 모여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작년 '한일 졸속 합의'를 규탄하며 '대학생 소녀상 지킴이'들도 229일째 무기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지난 7월 10일, 과거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피해자 유희남 할머니(88)가 별세하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 피해자는 40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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