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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기승이 부린 지난 10일 강원 춘천시 도심 도로에 지열이 발생하고 있다.
 폭염이 기승이 부린 지난 10일 강원 춘천시 도심 도로에 지열이 발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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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을 좀 켰다 껐다 할 수 없나요? 쉬지 않고 틀어 놓으니 추워 죽겠어요.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에요."
"미안해요, 여보. 에어컨을 끄면 나는 정말 돌아버릴 거 같아요. 지긋지긋한 이 더위가 물러날 때까지 당신이 옷을 좀 껴입고 참아 주었으면 좋겠어요."

40대 중후반인 M씨와 K씨는 결혼 이후 십수 년째 여름만 돠면 상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남편 M씨는 한창 무더울 때는 '죽음의 공포'를 느낄 정도로 더위를 심하게 탄다. 마음이 어수선하고 머리가 띵해, 하루하루가 비몽사몽이다. 손에 일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반면, 부인 K씨는 아주 더운 7월 말~8월 초 정도를 빼고는 여름에도 솜이불을 덮고 잔다. 심지어 물 보일러로 난방 되는 장판을 켜놓고 잘 때도 있다. 그녀에게는 여름이면 하루종일 에어컨을 켜놓는 남편이 밉기까지 하다. 특히 두 사람이 같이 지내는 여름날 주말은 고역 그 자체다.

이들 부부가 처한 상황은 한 겨울이 되면 정반대로 역전된다. 부인은 틈만 나면 실내 온도를 올려 놓고, 남편은 온도 조절기 스위치를 끄기에 바쁘다. 한 여름과 한 겨울 두 부부는 걸핏하면 각방을 쓴다. 여름철 어쩌다 한 방을 써도 남편은 하의 속옷만 달랑 걸치고, 돗자리 위에서 잠을 청한다. 겨울에는 물 보일러 장판의 반쪽만 켜놓고 불이 들어오는 자리에서는 부인이, 불이 안 들어오는 부위에서는 남편이 자곤 한다.

여성과 남성 사이에 2℃

그런대로 평소 원만하게 지내는 이들 부부는 다른 건 다 좋지만, 정말 쾌적한 기온에 관한 한 서로 "궁합이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은 M씨와 K씨 부부에게만 해당되는 걸까? 실내 냉난방 문제에 관해 부부가 어느 정도 합치된 의견을 보이는지를 살핀 조사나 논문 연구결과 같은 건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동양이든 서양이든 대체로 여자들이 추위를 더 타는 반면, 남자들은 더위를 잘 견뎌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건강에 이상이 없는 성인 여성들의 쾌적 온도는 24~25℃도 정도이다. 반면 남자는 22~23℃도 2℃가량 낮다. 물론 개인 차가 있어서, 여자보다 추위를 더 타는 남자도 있고, 남자보다 더위를 힘들어하는 여자도 있다. 또 사춘기 이전이나 대략 60세를 넘어서는 노령기에 접어들면 추위 더위 모두를 잘 견디지 못하는 경향성도 있긴 하다.

그러나 생리적으로 남자가 더위에 대체로 더 약한 건 분명하다. 학자들은 몇 가지 이유로 남자가 평소 몸에 열이 더 많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남성들의 근육 비중이 대체로 높기 때문에 대사 속도가 빠르고 그만큼 몸에서 열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반면 여자들의 경우 남성보다 체격이 일반적으로 작지만, 표면적은 상대적으로 넓어 체온을 쉽게 잃는 경향이 있다. 체온이 쉬 내려가니 그만큼 추위를 많이 탄다는 얘기다. 이 밖에 여성들은 임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 내부의 온도가 더 따뜻해야 하고, 이런 이유로 추위에 민감한 반면 더위는 잘 이겨낸다는 추론도 있다.    

흔히 남녀의 확연한 차이 등을 두고 금성 여자, 화성 남자 등으로 묘사하기도 하는데 이런 차이는 성격에만 그치는 게 사실 아니다. 쾌적하게 느끼는 온도에 차이가 있는 등 남녀 간에는 체질 차이도 상당하다. 더위와 추위로 유발되는 부부 혹은 남매간이나 직장동료들 사이에 갈등이 있다면 옷이나 이불, 활동 공간의 재배치 등을 통해 현명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태그:#더위 , #남성,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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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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