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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혐오'로 논란이 된 지난 10일자 <국민일보> 보도.
 '성소수자 혐오'로 논란이 된 지난 10일자 <국민일보> 보도.
ⓒ 국민일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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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국민일보> 1면에 성소수자 혐오성 기사가 실려 논란이 일었다. 물론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지만, 이 기사가 보다 노골적인 카피와 함께 1면에 배치되었다는 사실 외에 새로운 것은 없다. 지금껏 <국민일보>를 위시한 적지 않은 수의 언론들이 성소수자를 혐오 기사를 배치하거나 혹은 혐오를 마치 정보인냥 전달해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TV조선은 '10대 청소년까지 파고든 동성애'라는 뉴스 꼭지를 방송하며 동성애가 마치 병리적인 사회 문제인냥 묘사했다. 심지어 이 보도는 저녁종합뉴스에서 메인으로 등장했다.

작금의 상황을 보자면 한국에는 마치 성소수자 관련 보도에 대한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보도가 무분별하고 아무런 제재 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있다. 바로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함께 만든 '인권보도준칙'이다. 이 준칙은 보도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지 않는 것을 목표로 제정되었다. 그리고 이 준칙은 8장 '성적 소수자 인권'에서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언론은 성소수자를 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으로 다루어선 안 되며 이들을 비하하는 표현이나 진실을 왜곡하는 내용을 담아선 안 된다. 이는 내용뿐 아니라 단어에도 적용돼 '성적 취향'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선 안 된다. 성소수자가 잘못되고 타락한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써서도 안 되며 혐오에 가까운 표현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또 성적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지어선 안 되며, 특히나 이들의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묘사해선 안 된다.

이상의 준칙에 따르면 지금껏 언론들이 보여온 문제적 행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왜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적 보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을까. 이는 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이 강제성을 띄지 않고 어긴다고 별다른 제재가 가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조우석 KBS 이사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문제가 되고, 시민단체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발언을 한 바가 있다. 무려 공영방송 이사의 발언이다. (관련기사: 조우석 KBS이사 "인권보도준칙 무시해도 돼")

"국가인권위 보도 준칙에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서로 협약한 게 있는데, 그건 가이드라인도 안 되고 내가 볼 땐 무시해도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권보도준칙을 따라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은 매우 적은 실정이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보도준칙 준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실태조사 중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인권보도준칙을 지킨다는 참여자는 10명 중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인권보도준칙의 내용 자체를 모르는 기자도 있었다. 실태조사 중 시행한 인터뷰에서의 경우, 참여자 대부분은 인권보도준칙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준칙의 제정 사실은 알아도 내용은 모르고 있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에서 준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답한 기자 중 32.7%도 역시나 내용을 몰라서 지키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인권보도준칙, 알아도 지켜지지 않는 이유

하지만 문제점은 '지키지 않아도 그만'인 준칙의 위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권보도준칙의 성소수자 관련 조항이 다소 추상적인 것 또한 원인 중 하나다. 준칙 자체가 '성소수자 혐오 보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기 때문에 준칙을 알아도 가이드라인을 어길 수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사회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때론 심지어 당사자 까지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알아보지 않는 이상,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기 어렵다. 교육부 성교육 과정에서 조차도 성소수자는 비가시화 되어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지적하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답변이 무엇인가. '미안하다, 몰랐다'가 아닌가.

이는 언론인 개개인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하나의 의견'이나 '정보'로서 무비판적으로 나열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가령 조항의 항목 중 하나인 "성적 소수자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를 살펴보자. 성소수자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이 조항만으로 '혐오에 가까운 표현'이란 무엇인가를 알기는 어렵다. 또 다른 항목의 일부인 "'성적 취향' 등 잘못된 개념의 용어 사용에 주의한다"는 어떤가.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용어는 많지만 이 항목에서는 '성적 취향'이라는 개념밖에 확인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가령 미국의 성소수자 미디어 운동 단체인 GLAAD(명예훼손에 대항하는 게이와 레즈비언 연대)는 가이드북을 발간해 언론이 지켜야 할 상세한 보도 가이드를 전달한다.

이 가이드북은 '성적 지향, 게이, 레즈비언'과 같이 비교적 익숙한 용어에서 부터 '시스젠더, 젠더 퀴어, 바이포비아'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친숙하지 않을 개념까지도 설명한다. 또한 각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묘사할 때 사용해선 안될 단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특정 커뮤니티나 이슈를 다룰 때 지켜야 할 가이드도 상세하게 전달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도 최소한 인권 침해는 피해갈 방법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같은 문제제기가 '언론사 외부의 누군가가 지침을 주지 않아서'라는 결론으로 귀결되어선 안 된다. 외국의 경우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성소수자에 관한 보도 가이드라인을 가진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가령 AP통신과 <뉴욕타임스>의 경우 성소수자 관련 보도에 대한 자체적인 규정을 가지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특정한 단어들을 지정해 불필요한 맥락에선 사용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BBC 역시도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배포해 차별과 혐오를 담은 표현이 방송에 등장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이를 판단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혐오해선 안 된다'라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적이고 경멸적인 보도를 막기 위해선 두 가지 해결책이 필요하다. 첫 번째, 우선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와 무엇이 혐오이고 이를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담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단지 '혐오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것 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앞서 언급했듯 '무엇이 혐오인가'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인권보도준칙을 관철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다. 관철의 방식이 굳이 준칙에 강제력을 부여하거나 제재 조치를 고안하는 것이 아니어도 좋다. 나는 그런 방식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합리적인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권보도준칙의 존재를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는 언론인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준칙을 위반했을 때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언론은 여전히 여론 형성에 있어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낙인찍고 혐오하는 보도를 한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나 성소수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상대가 가진 사회적 자원이 취약하고 이미 차별을 받고 있다면, 받게될 충격과 악영향도 더욱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언론이 가진 막중한 힘을 가진 만큼, 그만한 책임도 지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들의 펜대는 절대로 소수자를 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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