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을 마치고 한국 최미선(왼쪽부터), 장혜진, 기보배, 이승윤, 구본찬, 김우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독식했다.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을 마치고 한국 최미선(왼쪽부터), 장혜진, 기보배, 이승윤, 구본찬, 김우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독식했다. ⓒ 연합뉴스


한국 양궁이 마침내 올림픽 전 종목을 석권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 출전한 구본찬은 13일(한국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장 샤를 발라동을 세트 점수 7-3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한국 양궁 대표팀은 남녀 단체전과 남녀 개인전 등 전 종목에서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양궁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한 국가의 대표팀이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싹쓸이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림픽 금메달 경쟁보다 더 치열하다는 국가대표 선발 과정

사실 대한민국이 올림픽에서 처음부터 양궁에서 강했던 것은 아니었다. 1983년에 들어서야 대한궁도협회에서 분리되어 대한양궁협회가 설립돼 독자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양궁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매년 가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종합 선수권 대회를 개최한다. 여기서 남녀 8명씩 도합 16명이 선발되어 겨울에 훈련을 실시하고, 여름에 국제 대회에 나가기 전 수 차례의 내부 경쟁을 통하여 또 다시 3~4명을 최종 선발한다.

경쟁이 너무 치열한 탓에 한 선수가 매년 정상을 유지하기 힘들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다음 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속출한다. 모든 선수가 동등한 조건에서 오로지 실력만으로 국가대표에 합류하게 된다.

그 결과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은 각종 국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특히 여자 단체전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이래 대한민국 대표팀이 정상을 놓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에는 올림픽에 2회 연속 출전하는 선수가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또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다만 박성현(리우 올림픽 SBS 해설위원)의 경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당시 중국 선수와의 결승전에서 중국 관중들의 소음 방해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각종 시련도 훈련 아이템으로 승화, 꺾이지 않은 대표팀의 활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찬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찬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은 여자 단체전 금메달과 함께 여자 개인전에서도 3색의 메달을 모두 휩쓰는 위업을 달성했다. 여세를 몰아 여자 양궁 대표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여자 단체전 7연패를 달성했고, 남자부도 단체전 3연패에 성공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쉽지 않았다. 당시 중국 관중들은 중국 대표팀이 화살을 쏠 때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가, 다른 나라 선수들의 차례가 되면 호루라기 등을 이용해 소음 공해를 일으키며 방해했다. 결국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은 개인전 7연패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은 이색 훈련을 실시했다. 2010년 아시안 게임이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게 되자, 대표팀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훈련 방식을 고안했다.

아시안 게임을 앞둔 2010년 9월 25일,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은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소음 공해를 대비한 특별 훈련이었다. 이날 잠실 야구장에 조기 입장한 관중들은 양궁 대표팀이 화살을 쏠 때마다 큰 소리로 막대풍선을 두들기고 야유를 보내며 대표팀에게 최상의 훈련 여건을 만들어주었다.

2년 전 중국 관중들이 썼던 호루라기는 물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등장했던 신종 공해품 부부젤라까지 동원됐다. 이 같은 훈련 끝에 대한민국 대표팀은 광저우에서 중국에게 2년 전에 당했던 굴욕을 되갚아주는 데 성공했다.

지도자들의 해외 진출, 세계로 뻗는 대한민국 양궁

 한국 남자양궁 대표팀의 구본찬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고 환호하고 있다.

한국 남자양궁 대표팀의 구본찬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수들이 워낙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조기에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들도 늘어났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남자부 4강전 감독이 모두 한국인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더 늘었다. 올림픽 양궁 종목에 출전한 11개국의 감독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스페인과 멕시코가 각각 2명의 감독을 선임하면서 11개국 13명의 감독 단체 사진에 모두 한국인이 등장하게 됐다.

선수로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던 한국인 지도자들이 세계 각국의 감독을 맡으면서, 올림픽 양궁의 수준 역시 급격히 상향 평준화되었다. 그 만큼 대한민국 선수들이 집중 견제를 받게 됐다.

하지만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 결승전에서 러시아 대표팀을 상대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면서 올림픽 양궁 역사에 길이 남는 단체전 8연패에 성공했다.

개인전에서도 남자부 3명의 선수와 여자부 3명의 선수가 모두 예선전인 랭킹 라운드를 무난히 통과했다. 특히 여자부에서는 최미선, 기보배 그리고 장혜진 3명의 선수가 랭킹 라운드 1·2·3위를 휩쓰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전에서 이들의 운명은 엇갈렸다. 여자부 세계 랭킹 1위였던 막내 최미선이 8강전에서 멕시코의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를 상대로 한 세트도 얻지 못하고 패한 것이다. 최미선이 4강 진출에 성공했다면 대한민국 대표팀은 2000년 시드니의 신화를 또 한 번 재현할 기회도 만들 수 있었다.

결국 기보배와 장혜진이 4강전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아쉽게 석패한 기보배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최미선을 꺾고 올라왔던 발렌시아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큰언니 장혜진은 결승전에서 독일의 리자 운루를 꺾고 금메달 수성에 성공했다.

남자부에서도 2명의 선수가 토너먼트에서 중도 탈락하면서 험난한 여정을 겪었다. 살아남은 구본찬도 두 차례나 힘겨운 승부를 벌였다. 8강전과 4강전에서 상대 선수들과 접전을 펼치며 힘겹게 결승까지 올라와야 했다.

구본찬은 8강전에서 상대 선수와 한 세트 씩 주고받는 접전 끝에 5세트에서 동점을 기록한 뒤 슛오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4강전에서는 상대 선수와 매 세트마다 동점을 기록하면서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하지만 큰 고비를 넘기고 결승전까지 올라온 구본찬은 프랑스의 장 사뮬 발라동을 상대로 우위를 보였고, 결국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구본찬의 마지막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순간, 올림픽 양궁 역사상 최초로 한 나라의 선수들이 4개 종목을 모두 석권하는 대기록이 작성됐다.

양궁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대한민국은 매 대회마다 최소 1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한민국을 견제하기 위해 각종 국제 대회에서는 정기적으로 대회 룰을 바꾸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대표팀은 극한의 훈련과 경쟁을 이겨내고 세계 정상을 지켜내고 있다. 양궁 사상 최초의 4종목 석권을 이뤄낸 대한민국 양궁의 역사는 양궁이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빠지지 않는 한 세계 스포츠 역사에 큰 획을 그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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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2016리우올림픽 올림픽양궁 대한민국양궁대표팀 양궁4종목금메달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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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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