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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한눈에

  • 검찰이 충암고에서 2012년 이후 2억 원이 넘는 급식 회계 부정이 발생했다며 급식업체 대표를 구속하고 영양사와 급식 담당 교직원, 배송업체 직원 등 5명은 불구속기소 했다.
  • 급식 비리의 방법이나 액수도 놀랍지만, 이런 사실을 학교 측이 전혀 몰랐다는 검찰의 발표가 더 놀랍다.
  • 학교 측과 급식 업체의 공모를 밝히지 못해 주요 책임자가 불기소 처분되었지만 충암학원 이사장과 교장, 행정실장 등이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 직영급식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배송업무위탁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위탁급식을 했고 배송일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급식비를 착복했다. 법의 맹점이다.
유효준 군 등 충암고등학교 법·사회 동아리 소속 학생 3명이 지난 2015년 10월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응암동 충암중·고등학교 정문에서 이 학교 급식 비리를 다룬 기사 복사본을 친구와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유효준 군 등 충암고등학교 법·사회 동아리 소속 학생 3명이 지난 2015년 10월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응암동 충암중·고등학교 정문에서 이 학교 급식 비리를 다룬 기사 복사본을 친구와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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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서울 은평구의 충암학원(충암유치원, 충암고, 충암중, 충암고)의 급식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2012년 이후 2억 원이 넘는 급식 회계 부정이 발생했다며 급식업체 대표를 구속하고 영양사와 급식 담당 교직원, 배송업체 직원 등 5명은 불구속기소 했다.

학교 급식 비리는 그 대상이 학생이라는 점과 범죄의 수단이 먹을거리라는 점에서 범죄 중에서도 악질 범죄임이 틀림없다. 이런 면에서 충암학원에서 벌어진 급식 비리에 대한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학생이 먹어야 할 쌀을 직원을 시켜 무단 반출하고, 요리에 사용해야 할 식용유 등 재료를 빼돌렸다. "식용유가 없어 새까매질 때까지 재활용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올 만하다. 학생과 학부모가 느낄 배신감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급식 창고에서 무단 반출된 쌀과 식용유 등 식자재의 가격이 5천만 원이 넘고, 근무일지와 인원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빼돌린 돈이 1억 5천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자신들의 먹을거리를 가지고 이런 식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참담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학생들이 먹는 식사는 부실해질 수밖에 없고, 반대로 급식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른들의 범죄로 인한 피해를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급식 비리의 방법이나 액수도 놀랍지만, 이런 사실을 학교 측이 전혀 몰랐다는 검찰의 발표가 더 놀랍다. 범죄가 벌어진 장소가 학교이고 그 범죄의 수단이 된 급식을 교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매일 먹었다. 범죄 혐의가 드러나 기소된 6명 중 4명이 영양사, 급식담당 등 학교 직원이다.

급식 계약의 당사자가 학교장이고, 그것을 매일매일 지도 감독해야 하는 주체 역시 학교장이고, 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영양사와 행정 직원들이다. 그런데 이사장과 학교장, 행정실장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책임도 없다고 한다.

서울교육청은 즉시 항고하고, 충암학원 책임자들 문책해야

지난 2015년 4월 2일 서울 충암고 당시 김아무개 교감이 점심시간 식당 앞에서 학생들의 급식비 납부 현황을 일일이 살핀 뒤 식당으로 들여보낸 사실이 알려져 크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4월 2일 서울 충암고 당시 김아무개 교감이 점심시간 식당 앞에서 학생들의 급식비 납부 현황을 일일이 살핀 뒤 식당으로 들여보낸 사실이 알려져 크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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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과 급식 업체의 공모를 밝히지 못해 주요 책임자가 불기소 처분되었지만 충암학원 이사장과 교장, 행정실장 등이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검찰 수사로 수억 원의 급식 비리가 확인되었고 그로 인해 학생들이 부실한 급식을 먹어왔다는 게 분명하니 말이다.

형사 책임이야 고검의 추가 수사로 다시 밝혀질 문제라고 하더라도, 학교 측이 지도 감독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그런데도 충암학원은 조금의 반성도 없이 서울교육감과 감사관 등에게 수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충암학원의 이사장, 학교장, 그리고 행정실장은 급식 업체 계약의 당사자이다. 또한 학생 급식 업무의 최종 책임자이자 실무자라는 점에서 결코 행정적, 교육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서울교육청이 충암학원의 급식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면서 학교장과 행정실장 등 책임자에 대한 파면 등 중징계를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제도적 해결책 마련해야

급식 비리 척결과 질 좋은 급식 제공을 목적으로 현재 학교급식법에서는 학교 급식의 경우 직영 급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행정적 편의를 이유로 배송 등 일부 업무에 대해서는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의 맹점으로 충암학원의 급식 비리가 가능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겉으로는 직영 급식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배송 업무 위탁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위탁 급식을 했다는 의혹이 수없이 제기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배송일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급식비가 착복되었다는 점은 법 개정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충암학원의 이번 급식 비리에서 드러나듯 현행 학교 급식법이 허용하고 있는 위탁 업무까지 직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이다.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저녁 급식도 직영으로 전환하고, 일부 위탁이라는 편법에 대해서도 학교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직영으로 전환하는 등의 근본적 제도개혁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번 수사 결과 발표로 충암학원의 급식 비리 논란이 정리된 것은 아니다. 검찰은 더욱 진실에 가까이 가려는 추가 노력이 필요하고, 서울교육청은 관련자 중징계 등 추가 조치에 나서야 하며, 충암학원 역시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고 학생과 학부모, 국민에게 사과하고 관련자들을 징계해야 한다.


태그:#충암학원, #급식비리, #검찰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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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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