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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3일 KBS1 황금연못에 출연후 어머니, 아들, 손자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 7월 23일 KBS1 황금연못에 출연후 어머니, 아들, 손자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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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통의 쪽지를 받았다. KBS 시니어토크쇼 <황금연못> 작가님의 쪽지였다. 잘못 보냈나 싶어 한참을 읽어 내려가던 중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녕하세요. <7남매 두고 결혼식 올린 어머니...> 글을 보고 연락합니다(중략). 선생님의 글을 보고 어머님의 인생에 크게 감명 받아 쪽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자녀분들이 나서서 어머님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하셨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살면서 이런 때도...방송에 출연했어요

 김홍성, 가애란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1<황금연못>은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험이 깃든 토크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삶의 귀감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방송대기중인 모습.
 김홍성, 가애란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1<황금연못>은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험이 깃든 토크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삶의 귀감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방송대기중인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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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출연'제의였다. 5월 8일 어버이날 때 쓴 기사(7남매 두고 결혼식 올린 어머니... 오래 사세요!)를 보고 작가님이 보낸 글이었다.

사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다른 방송작가님이 우리가족 이야기를 다루겠노라고 여러 차례 연락이 왔지만 그때마다 거절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언제부턴가 나날이 연로해 가는 어머님에게 꼭 한번쯤은 이벤트를 마련해 드리고 싶었던 참이었다.

김홍성, 가애란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1 <황금연못>은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험이 깃든 토크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삶의 귀감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토요일 아침 8시 30분에 진행된다. 주말 아침인데도 평균 10%대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3코너로 진행되는데 <사랑합니다, 당신의 세월>이라는 휴먼 미니다큐 코너에 어머니와 자식들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했다. 이후 형제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7남매 단톡방에 올렸다.

"엄마한테는 큰 추억이 되긴 하겠지만 영 부담스럽구마잉~전국방송 타기 싫어요."
"옛날 같으면 티비에 나온다는 게 꿈도 못꿀 일인데 다들 갈등만 하고 있네요. 다시 못올 기회입니다."

의견은 둘로 엇갈렸다. 하지만 쐐기를 박은 건 큰형님의 한마디였다.

"어머니가 오케이하면 무조건 가야지 뭔 잔말들이 그리 많아. 어머니 의견만 들어봐. 오케이 하면 집안행사로 다들 참여해."

우여곡절 끝에 출연하는 쪽으로 정리된 가족회의. 하지만 문제는 어머니였다. 절대로 방송출연 않겠다는 어머니의 고집은 완강했다.

"말도 못하는 늙은이가 방송에 나와서 뭐할껴. 자식 못 가르친 것도 한인데 자식 많은 것도 넘 부끄럽다."

어머니와 출연한 KBS '황금연못'

 황금연못에 출연한 어머니가 김홍성 가애란 아나운서의 질문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황금연못에 출연한 어머니가 김홍성 가애란 아나운서의 질문을 받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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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작가님과 자식들의 힘겨운 설득이 시작됐다. 결국 어머님과 내가 방송에 출연키로 했다. 섭외부터 결정까지 딱 20일을 남겨두고 이뤄진 일이었다. 번개불에 콩볶듯 작가와 PD님은 어머니가 사시는 섬집으로 사전답사를 떠났다.

며칠후 방송은 고향에서 꼬박 이틀을 찍었다. 모처럼 맞는 형제들과 어머님과의 오붓한 자리는 시간을 잠시 어린시절로 되돌려 놨다.

방송을 찍으면서 어머니는 아버지 생각에 많이도 울었다. 나도 울었다. 내 어릴때 아버지는 동해로 오징어잡이를 떠나셨다. 그날따라 오징어잡이는 대풍이었다. 오징어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던 아버지는 기뻐했으리라.

하지만 만선의 기쁨도 잠시. 그날은 바다가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가득했다. 오징어를 가득 실은 배는 항구로 귀항 도중 방향을 잘못 잡아 북한경비정에 나포되고 말았다. 이후 아버지는 무려 1년 반동안 납북어부가 되어 고초를 당했다.

어머니는 아버지 없는 모진 삶을 이겨냈다. 이후 7.4남북공동성명으로 다행히 납북어부 교환이 이루어졌다. 아버지는 고향의 품으로 되돌아 왔고 우리 가정은 다시 평화를 찾았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아버지는 납북으로 인해 경찰로부터 늘 감시를 당하며 사셨다.

또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하객 없이 단둘이 결혼식을 올렸다. 삶이 녹록치 않아 결혼식을 못 올린 부모님은 당신들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면 자식들이 결혼을 못한다는 옛말에 대한 믿음 때문에 뒤늦게나마 결혼식을 올렸다. 이렇듯 방송에는 7남매를 키우며 일흔 둘을 살아오신 어머님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겼다.

감사패에 눈물 흘린 어머니!

 황금연못에 출연한 필자가 방송에서 어머님께 감사패를 읽고 있다.
 황금연못에 출연한 필자가 방송에서 어머님께 감사패를 읽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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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촬영을 마친 며칠 뒤 어머님을 모시고 KBS 서울스튜디오에서 2차 방송을 찍었다. 김홍성 아나운서와 가애란 아나운서가 반갑게 우릴 맞았다. 특히 '사랑합니다 당신의 세월' 코너에선 출연자들이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건을 갖고 등장한다.

우린 거북손을 준비했다. 어린 시절 바닷가로 가는 어머님 광주리엔 늘 거북손이 가득했다. 비록 못살아도 자식만큼은 잘 먹여야 된다며 매 끼니때마다 거북손이 있어 7남매의 밥상은 푸졌다.

사람이 다니긴 힘든 바닷가 외진곳에서 자라는 거북손은 남자조차 따기 힘들다. 자식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어머니께 감사패를 주는 시간이 왔다.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감사패를 한줄 한줄 읽어가자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생선이 가득 든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중략)
아버지 없이 7남매를 다 결혼시키고
이제 할 일 다 끝났다던 어머니
이제 저희가 어머니를 위해 할 일만 남았습니다

어머니는 감동했다. 흐뭇해하시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 방송을 찍으면서 긴장하고 애먹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한순간에 풀린 듯 보였다. 이번을 계기로 느낀 바가 크다. 방송에 나오기도 힘들지만 방송을 찍는 분들의 수고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걸...

늦게나마 내 어머니께 일생일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주신 작가님과 피디님 그리고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김홍성, 가애란 아나운서와 KBS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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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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