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은 삶의 동반자이기도 하며 때로는 넘어야할 산이기도 하다. 출범 34년째를 맞는 국내프로야구에서도 라이벌들이 존재했다. 이들의 대결은 흥행카드로 떠올랐고 팬들은 그들의 맞대결에 환호했다. 또 팬들은 어느 선수가 최고인가를 두고 다투곤 했다. 34년 동안 다사다난했던 프로야구에서는 어떤 라이벌들이 있었을까?

지는 해 최동원, 뜨는 해 선동열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 '무등산폭격기' 선동열. 아직까지도 많은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어느 선수가 최고의 투수인지가 회자 되고 있다. 최동원과 선동열은 지금도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로 꼽히고 있다. 1983년 롯데에 입단한 최동원은 프로출범 전 실업리그 시절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명성을 떨쳤다. 고교시절 17이닝 노히트 기록과 함께 대학시절에는 메이저리그와 일본리그에서 영입 제의를 받으며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가 될 뻔했던 적도 있었다.

반면 선동열은 고교시절 최동원에 비해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1985년 해태에 입단 후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선동열이 입단 하던 해 최동원은 고교시절부터 혹사를 당해 전성기를 지나 차차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고, 선동열은 이제 막 떠오르는 차세대 투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최동원과 떠오르는 에이스 선동열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선수의 지역(영남-호남), 고교(경남고-광주일고), 대학(연세대-고려대), 프로팀(롯데-해태)등 여러 상황이 경쟁구도였기 때문에 언론과 팬들은 그들의 관계에 주목했고, 그것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의 시작이었다.

프로통산 3번의 선발 맞대결

두 선수는 총 3번의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1986년 4월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첫 대결에서는 1-0으로 선동열의 완봉승으로 경기가 끝이 났다. 선동열은 이 경기에서 프로 데뷔 첫 완봉승 기록했고 최동원은 선동열에게 패하며 12연승 행진을 멈춰야했다. 두 번째 대결은 같은 해 8월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이 대결에서는 최동원이 2-0 완봉승을 기록하며 1차전 패배를 설욕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세 번째 대결이 1987년5월 16일 역시 사직구장에서 펼쳐졌다. 8회까지 2-1로 앞서가던 최동원은 승기를 잡는 듯 했으나 9초 동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최동원과 선동열은 계속해서 마운드를 지켰다.

결국 승부는 연장 15회까지도 결정되지 않은 채 이 날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이 났다. 4시간 54분간의 혈투 속에서도 최동원과 선동열은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이날 최동원은 15이닝 2실점 11피안타 5볼넷 8탈삼진 2사사구 209개의 공을 던졌고 선동열은 15이닝2실점 7피안타 5볼넷 10탈삼진 1사사구 232개의 공을 던졌다. 세 번째 대결이 두 선수의 마지막 맞대결 이였으며 결국 1승1무1패로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나머지 두 번의 언급되지 않은 대결은 선발 등판한 최동원의 완투승 한 번과, 구원 등판한 선동열의 승리 한 번으로 마감되었다.

기록 vs 기록

기록 면에서도 두 선수는 치열하게 경쟁을 해왔다.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4승 달성과 한 시즌 최다탈삼진(223개), 선동열의 통산 1점대 평균자책점(1.20)과 7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는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운 기록들이다. 이밖에도 최동원은 5년 연속 200이닝, 6년 연속 선발승 전 경기 완투승을 선동열은 3년 연속 다승왕, 4년 연속 탈삼진왕, 통산 완봉 1위(29번) 등 두 선수는 믿기 힘든 숱한 기록들을 남겼다.

어떤 이들은 최동원과 선동열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동시대에 활동하기는 했지만 선동열보다 5년 선배인 최동원은 고교시절부터 많은 혹사 속에 실업리그에서 전성기를 보냈었고 선동열은 프로입단 후 전성기를 맞이했다. 당시 소속팀 상황 역시 많이 달랐다.

같은 하늘아래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다고 했으나 1980년대 프로야구에는 2개의 태양이 서로를 밝히며 프로야구를 빛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이자 라이벌로 살아온 최동원과 선동열, 선동열과 최동원 두 선수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최고의 라이벌이며 앞으로 두 선수의 이름은 프로야구 역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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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 선동열 해태타이거즈 롯데자이언츠 라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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