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에 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지난 7월 20일 SBS에서 방영된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에서 김제동이 소개팅하는 장면만 편집한 것이었다.

해당 영상에서 김제동은 한 여성과 소개팅을 하던 중에 주변을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계속 인사를 하고 말을 거는 모습을 보였고, 함께 있는 여성의 표정은 좋지 않아 보였다. 이것이 논란이 되었다. 시청자들은 "소개팅을 하는 여성분에게 집중해야지 왜 그러냐"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제동이 지난 7일 <김제동의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에 출연하여 소개팅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제동이 지난 7일 <김제동의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에 출연하여 소개팅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 JTBC


이에 대해서 지난 7일 JTBC에서 방영된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말아요 그대>(아래 <톡투유>)에서 김제동이 입을 열었다. 방청객 중 한 명은 "소개팅을 하는데, 여자분한테 집중해야지, 동네 아이들에게 너무 관심을 두고 너무 주위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서 속상했다"라고 말했고 이에 김제동은 "세월호 사건 이후 지나가는 아이들 한명도 놓치지 않고 밥을 사주거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내 삶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김제동의 해명이 나간 이후 논란은 더 커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용기 있는 발언을 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깊은 뜻이 있는지 몰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매너 없는 행동이었다", "왜 세월호를 들먹이면서 핑계를 대나"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판하는 여론도 거셌다. 김제동이 과하게 정치적인 발언만 하려고 한다, 혹은 자신의 실수를 세월호를 방패막이 삼아 감추려고 했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나 역시, 처음 페이스북의 올라온 동영상을 통해 김제동의 행동을 보았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김제동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예의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톡투유>에서 김제동의 해명을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가 세월호 이야기를 꺼낸 것이 변명이 아니라 진심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항상 그곳에 있었던 김제동

 사단법인 '김제동과 어깨동무'를 소개하는 김제동. 그는 많은 집회에 참석하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함께 해왔다.

사단법인 '김제동과 어깨동무'를 소개하는 김제동. 그는 많은 집회에 참석하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함께 해왔다. ⓒ 김제동과어깨동무


내가 만나면서 보았던 김제동은 가볍게 발언을 하는 인물이 아니었고 행동을 우선했다. 물론, 세월호 생각이 나서 소개팅에 집중하지 못하고 예의 없는 모습을 보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가 말한 "아이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삶의 목표이다"라는 말은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김제동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 꾸준히 세월호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그는 집회에 참여해 유가족을 만났고, 국민을 만났고 학생들, 아이들을 만났다. 그는 정치적으로 민감하기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약자들에게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다.

내가 김제동을 처음 만난 것은 그가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 토크쇼를 하러 왔을 때였다. 그는 엄청난 입담을 자랑하며 우리에게 말했다.

"술은 주님이다."

술이 신이라고? 김제동의 말은 이랬다. 첫째, 술은 어디에서나 우리를 위로한다. 둘째, 때를 기다린다. 셋째, 희생한다. 넷째, 기적을 행한다. 이렇게 4가지의 예시를 들며 재미나게 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가 술 이야기를 했던 이유는 술을 홍보하러 왔기 때문이었지만 그의 홍보에 거부감이 든다기보다는 한바탕 크게 웃으며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이때만 해도 나는 김제동에게 반하지는 않았었다. 내가 그에게 반했던 것은 두 번째 만남부터다. 2014년 4월 16일 믿고 싶지 않은 참혹한 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는 전과는 달랐다. 유가족들이 앞장서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대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유가족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세월호 서명운동을 함께하고자 마음먹게 되었다. 당시, 광주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삼년상을 치른다는 시민모임이 생겨나고 시민단체들이 힘을 합쳐 광주시 충장로에서 천막 농성을 하며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김제동은 청춘박람회에 참여하여 청년들을 응원하며 메시지를 던졌다.

김제동은 청춘박람회에 참여하여 청년들을 응원하며 메시지를 던졌다. ⓒ 이채윤


역사동아리에서 활동하던 나는 동아리원들과 함께 천막 농성을 함께 했다. 그렇게 광주에서 거의 날마다 충장로에 나가 서명을 받았다. 그러던 중, 서울에서 세월호 집회가 열릴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나는 서울로 올라가 집회에 참석했다. 그곳에 김제동이 있었다. 당시 나는 서울에 꽤 자주 올라가며 집회에 참석했는데 김제동을 만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었다. 어느 집회에서 김제동은 소 이야기를 꺼내며 세월호 이야기를 하였다.

"새끼 송아지를 팔면 어미 소나, 아비 소가 밤새도록 웁니다. 그냥 우는 것이 아니라 막 끊어질 듯 웁니다. 그러면 적어도 제 기억에는 더 정성껏 소죽을 끓였고 영문도 몰랐던 동네 아이들도 조금이라도 소 앞에 가서 지푸라기라도 들고 먹이려고 했고, 왠지 모를 죄책감을 느꼈고, 그 소 눈 오래 바라보면서 오래 어루만졌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이웃도, 어떤 사람도 저 소 새끼 왜 우냐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소에게도, 짐승에게도 그렇습니다."

김제동의 말은 내 마음을 울렸다. 세월호 특별법 서명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고 국민이 함께한다는 것을 느꼈지만, 몇몇 사람들은 유가족들에게 그만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월호가 지겹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김제동의 말처럼 하물며 짐승에게도 자식을 잃은 슬픔을 지겹다고 그만 하라고 말하지 않는데 유가족에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는 항상 그곳에 있었다. 세월호의 유가족들의 곁에도 있었고, 때로는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하는 대학생들의 곁에서 위로와 격려를 건네기도 했다. 세월호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서울역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과 함께하는 집회가 열렸다. 그곳의 사회자를 맡은 이가 김제동이었고 나는 김제동을 그렇게 또 만났다. 마치 활동가처럼 그는 꾸준히 집회에 나왔고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여전히 함께하려는 김제동

 5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방송인 김제동씨가 주민들에게 사드 반대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5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방송인 김제동씨가 주민들에게 사드 반대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 조정훈


그렇게 여러 번의 만남을 계기로 나는 김제동에게 빠져들었고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즐겨 보게 되었다. 그는 힐링이 되는 방송을 많이 출연했는데 매번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음을 울리는 따뜻한 그의 말에 위로를 받고는 했다.

그는 여전히 약자들의 곁에서 함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N포세대라는 말이 나오고 꿈보다는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요즘, 그는 청춘 박람회에 나타났다. 그는 '김제동과 어깨동무'라는 사단법인의 이사장으로서 왔다고 말하며 더운 날씨에 청춘 박람회에 참여한 청년들에게 소프트콘을 나눠주었다. 그는 궁극적으로 청년들의 부채를 해결해야 하는 곳은 정부와 국회라며 우리 아이들이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나라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뼈 있는 말을 날리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소프트콘 나눠준 김제동 "여기는 청년이 주인입니다")

최근 5일에는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경북 성주를 찾아갔다고 한다. 그는 헌법 조문을 말하면서 사드 배치가 부당하다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할머니, 어린이, 학생들 생각이 나서는 걸 보며 집에 가만있을 수 없었다고 성주에 온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성주 간 김제동 "외부 세력은 대통령")

성주에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성주에 외부세력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발언을 하기도 하고, 김제동이 다녀간 뒤에는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이적행위와 유사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미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 노제의 사회를 맡은 이후 <스타골든벨>에서 하차하게 되면서 정치적 소신 발언이 영향을 끼친게 아닌가 하는 논란을 만들었던 그이기에 민감한 사드 배치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것은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성주에 갔다.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었을 때 어떻게 된다든가, 외교적으로 옳지 못하든가, 그가 좌파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그곳에 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말처럼 그는 아스팔트에 나와 촛불집회를 이어나가는 마을 주민들이 생각났으며, 사회 곳곳에서 외면당하고 고립되고 있는 약자들이 생각났던 게 아닐까.

나는 김제동이 정말 좋다. 그가 나와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사회 곳곳에서 억압당하고 외면당하고 있던 약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갔을때, 그가 함께 해주었기 때문이고 이제는 내가 자주 찾지 못하는 곳을 여전히 그는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방송에서 그가 세월호 이야기를 하며 아이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목표라는 말을 꺼냈을 때, 그것이 면피용 핑계가 아니라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었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최근에는 김제동을 자주 만나지 못했다. 그건, 내가 전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는 것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김제동을 기사들을 통해, TV를 통해 만나고 있지만 다시금 약자들이 있는 곳에서 그를 다시 만나고 싶다.

김제동 성주 세월호 톡투유
댓글2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8,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