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16부작으로 종영한 OCN 오리지널 드라마 <38사기동대>

지난 6일 16부작으로 종영한 OCN 오리지널 드라마 <38사기동대> ⓒ OCN


6일 방송된 <38사기동대> 최종회는 전국 평균 5.9%, 최고 6.8%(AGB닐슨, 케이블·위성·IPTV 통합 유료 플랫폼 가구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1위이자 OCN 오리지널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록은 <38사기동대>의 체감 시청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쁜 녀석들>의 청출어람

<38사기동대>는 방영 전부터 <나쁜 녀석들> 제작진들의 의기투합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나쁜 녀석들>은 강력 범죄를 저지른 나쁜 녀석들을 모아 악을 소탕하려는 강력계 형사 오구탁(김상중 분)과 나쁜 녀석들의 활약상을 그린 이야기로, 김상중을 비롯, 박해진, 마동석, 조동혁 등의 출연자의 면면에서 부터, '악을 악을 통해 징벌한다'는 신선한 발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따라서 <나쁜 녀석들> 제작진이 사기 치는 나쁜 녀석들의 이야기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과연 얼마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나쁜 녀석들>은 '18세 등급 장르물'의 특징을 한껏 살려 거칠게 전개됐다. 하지만 <나쁜 녀석들>에서 무지막지한 괴력을 선보이던 마동석은 <38사기동대>에서 평범한 세금 징수 공무원 백성일 과장으로 등장해 소시민의 애환을 보여줬다. <나쁜 녀석들>이 세상의 부조리에 절망하며 악을 악으로 징벌하겠다는 의도로 오구탁 반장이 범죄자들을 소환하는 형식이었다면, <38사기동대>는 어수룩한 백성일 과장이 감옥에서 갓 출소한 사기범 양정도(서인국 분)에게 유일한 500만원을 사기를 당하며 시작된다. 사기꾼과 공무원의 만남이다. 악이 악을 징벌한다는 취지는 같지만, 오구탁이라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인물이 주체가 된 <나쁜 녀석들>과 달리, 백성일은 권력 앞에 무기력하지만 정의로운 인물이다.

 38사기동대

38사기동대 ⓒ ocn


선과 악을 막론한 생생한 캐릭터

<38사기동대>를 빛낸 것은 백성일 과장과 양정도만이 아니다. '사기팀'의 일원이 되는 노방실 여사(송옥숙 분), 장학주(허재호 분), 정자왕(고규필 분), 조미주(이선빈 분), 그리고 끝판왕 왕회장(이덕화 분)까지, 이들이 합류하는 과정과 활약상은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사기팀을 완성했다. 때로는 꽃뱀이 되고, 자해공갈단이 되기도 하고, 물주가 되기도 하는 이들은 그 무엇도 가능한, 말 그대로 '사기 어벤저스'였다.

마진석(오대환 분)-방필규(김홍파 분)-최철우(이호재 분)로 이어지는 고액 세금 체납자들의 '구질구질'한 면면도 화제였다. 50억, 500억, 1000억.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그들의 체납 세금만큼이나 그 악의 점층성을 드라마는 실감 나게 그려냈다. 초반 마진석의 탈세 수납이 한판승이었다면, 방필규의 체납 세금 징수가 일진일퇴, 그리고 '끝판왕' 최철우는 마지막 회까지 그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었다. 마치 거인 골리앗을 상대로 한 다윗의 돌팔매처럼, 천갑수 시장(안내상 분)조차 쉽게 어쩌지 못하는 거대 악 최철우를 상대로 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38사기동대>가 매력적인 것은, '사기'라는 범죄 수법으로 권력자들의 검은 자본들을 처단하지만, 도덕의 경계선을 무너뜨리지 않고자 노력했다는 점이다. 마지막 회, 뜻밖에도 가장 큰 출연 분량을 보인 것은 두 주인공이 아니라, 그간 '검은 자본'에 휘둘려 왔던 서원시 천갑수 시장이었다. 천 시장은 한때 백성일 과장과 함께 시민을 위한 서원시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청렴한 공무원이었지만, 자신이 바라던 서원시를 만들기 위해 검은돈과 결탁했던 인물. 안내상은 가장 친한 동료의 죽음조차 무마하던 천 시장이 자신이 지은 업보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처지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천 시장은 그야말로 돈과 결탁한 권력의 무상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백성일 과장도 사기 능력이 일취월장하는 가운데에도 소심하지만 심지 곧은, 그래서 사기를 치지만 사기에 매료되지 않은 우직한 세금 징수 공무원 백성일의 캐릭터적 일관성을 마지막 회까지 유지했다.

백성일 만이 아니다. 사기꾼 양정도는 최철우라는 거물을 상대로 '사기'를 성공시키기 위해, 스스로가 비자금 배달원으로 자수함으로써 살신성인한다. 마치 홍길동이 스스로 임금 앞에 나서듯, 그 수단의 대가를 스스로 짊어짐으로써, 수단이 목적을 전복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덕분에 드라마는 지난 16회 동안, 심지어 마지막 회 시청자까지 한껏 속아 넘어가는 사기극을 펼쳤지만, 그 방법론의 논쟁을 남기지 않는다.

 38사기동대

38사기동대 ⓒ ocn


 38사기동대

38사기동대 ⓒ ocn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백성일 과장의 500만 원 사기에서 시작된 드라마는 마진석, 방필규, 최철우, 천갑수에 이르기까지 서로 속고 속이는 과정을 겪는다. 세금과 사기를 매개로 서원시의 부조리를 뿌리 뽑는 일련의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된 것은 수미일관했던 한정훈 작가의 대본과 제작진의 훌륭한 연출, 그리고 누구 하나 흠잡을 데 없었던 배우들의 호연 덕이다. 소심한 만년 과장을 공감하게 연기한 2016년 대세 마동석과 매끄럽게 안정적으로 사기꾼 양정도를 표현해낸 서인국의 호흡이 <38사기동대>의 성공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tvn <시그널>에 이은 OCN <38사기동대>의 화제성과 성공은 무엇보다 아직은 볼모지인 '장르 드라마'에 청신호다. 특히나 꾸준히 장르물을 제작해왔지만 최근 연이은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OCN에 있어서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성공이었다. 공중파에서 방송 중인 <뷰티풀 마인드>나 <원티드> 같은 장르 드라마들이 '사랑' 이야기로 고전하다 못해, 조기 종영까지 맞이하는 상황에서, <38사기동대>의 성공은 더욱 고무적이다.

물론, <38사기동대>가 장르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최근 인기를 끈 <내부자들>처럼 '권력과 유착된 악'을 징벌하는 '현대판 홍길동' 식의 트렌디한 흐름을 탄 드라마라는 점에서, 대중적 장르물의 한계의 문제 역시 간과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모처럼 작품와 연기가 합을 이루어 작품성과 대중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38사기동대>의 성취는 박수받을 만하다.


38사기동대 OCN 장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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