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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식품, 그들은 벌써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다.
 GMO 식품, 그들은 벌써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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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나 먹자

큰아이가 고등학교를 간 개학날 아침, 뒤통수에 대해 한 첫말은 '공부 열심히 해라' '차 조심 해라'가 아니었다. '아무거나 먹고 다니지 마라'였다. 하지만 그것은 오직 엄마만의 바람이었으니... 아니나 다를까. 용돈은 거의 편의점에서 뭔가를 사먹는 데 다쓰는 눈치였다.

용돈을 손에 쥐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편의점 음식에 길들여지는 모양이다. 지금은 그저 간식 수준이지만 2015년 11월 EBS '하나뿐인 지구'에서 방송된 '편의점 삼시세끼'를 보니 편의점 음식이 주식이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생협 키즈'로 이유식부터 유기농에 단련되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식품 안전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커온 우리 아이가 이럴진대 다른 아이들은 어느 정도일지 쉬 짐작된다.

무쇠도 소화시킬 나이라지만 아이들이 밖에서 먹는 모든 음식들이 걱정이다. 그중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바로 GMO다. 아이는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고 항변하지만 문제는 현행 우리나라의 식품표시가 엉성해 아이가 뭘 먹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이 GMO 식품을 얼마나 먹기에?

2015년 기준 식용 GMO 수입국 세계 1위, 국민 1인당 년간 GMO콩·GMO옥수수 섭취량 총 44kg. 남다른 클라스를 자랑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한국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GMO계의 큰손이 돼 있었다. 그렇다면 물어보자. 당신은 GMO 식품을 먹고 있나? 아마 대부분 GMO를 먹고 있지 않다고 대답하거나 모르겠다고 대답할 듯하다.

그럼 그 많은 GMO는 누가 다 먹었을까? 미안하게도 GMO 식품은 온 국민이 골고루 사이좋게 나눠 드셨다. GMO콩은 콩기름·간장·고추장·된장 등 각종 기초 양념에 사용됐고, GMO옥수수는 고추장·된장·과자·빵·음료·조미식품·인스턴트식품·주류 등 가공식품에 주로 사용되었다.

명절선물 1순위 건강기름으로 손꼽혔던 카놀라유는 사실 80% 정도가 캐나다산 GMO카놀라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들어봄직도 한 GMO면화(면실유)는 참치캔액·마가린·샐러드용 기름 등에 쓰였다.

웃긴 것은 건강한 식사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집밥에서도 양념을 통해 늘상 GMO를 만나왔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집에서 먹는 간장이나 식용유·된장·고추장의 식품표시를 확인해보시라. GMO라고 적혀 있진 않겠지만 '수입산 대두'라면 100% GMO다.

우리는 왜 몰랐을까?

식용 GMO 수입국 세계 1위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먹는 게 GMO인지 아닌지도 몰랐던 이유는 간단하다.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 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생협 진영과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소비자시민모임 등 시민단체가 조사를 벌인 결과, GMO 표시 제품은 '0개'였다. 그나마 소비자단체들의 노력으로 올해 4월부터 '유전자 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 행정예고'돼 이전 표시제에 비해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가 남았다. 가공식품 중 제조 가공 후 GMO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으면 GMO 표시 면제(간장·식용유·각종 당류 등)가 되는 규정이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GMO 표시제도 개정안에서 NON-GMO 표기를 하지 못하게 됐다는 거소가 의도치 않은 혼입작물이 섞인 겨우를 인정하지 않는 것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미 GMO벼를 상용화하기 위해 시범포재배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비의도적 혼입치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것은 어불성설이며 이는 NON-GMO 표기 금지 못지 않게 우리 농업에 큰 문제로 작용할 것이다.

어럽게 NON-GMO 작물을 키웠지만, 의도치 않은 꽃가루날림 등으로 인해 오염되는 비의도적 혼입치를 0.9%에 맞춰 허용하면 우리 농업의 피해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게 GMO 완전 표시제도를 입법청원하고 있는 이들의 요구기도 하다.

알 권리

위에서 언급한 '편의점 삼시세끼'를 보자면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하는 대부분은 우리 아이를 포함해 청년층이라는 결론이다. 요즘 청년하면 떠오르는 것은 과도한 경쟁, 부족한 일자리, 낮은 임금, 혼밥, 삼포세대 등 부정적인 개념 일색이다. 이런 단어들 틈에 편의점도시락이 들어간다. 고시원 속에 갇힌 청춘들이 편의점도시락을 먹으면서 먹고사니즘의 단면을 보여주는 건 매우 익숙한 일이 돼버렸다.

이런 와중에 유기농 그리고 NON-GMO 식품 이야기를 하면 청년들은 '뭐시 중헌디?'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편의점 도시락이 됐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한 끼 식사든, 집에서 먹는 따뜻한 집밥이든 우리는 그 식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알 권리 보장과 그에 따른 자기결정권 행사가 필요하다.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건 명백하게 다르다. 이건 꼭 GMO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태그:#GMO, #NONGMO, #아이쿱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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