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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기레기'라는 말이 나오고 언론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아직 언론에서 공개되는 정보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가진다. SBS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피노키오>는 극 중에서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가상의 질병의 특징을 이용해 언론의 역할에 대해 무거운 메세지를 던졌다.

사람들은 기자가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 그렇기에 기자는 자신의 말이 타인의 말보다 무섭고 무겁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것. 언론은 자신이 내보낼 정보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민해야 하고, 완벽한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올림픽 출전 선수 외모 품평하는 <중앙일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기사를 내보낸 곳이 있다.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지난 3일 ' [리우2016] 인기는 이미 금메달, 리우에 뜬 국민 여동생들'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기사를 내보낸 곳이 있다.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지난 3일 ' [리우2016] 인기는 이미 금메달, 리우에 뜬 국민 여동생들'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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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기사를 내보낸 곳이 있다.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지난 3일 '[리우2016] 인기는 이미 금메달, 리우에 뜬 국민 여동생들'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굳이 '국민 여동생'의 문구를 넣으며 억지로 친근한 이미지를 부여하는 것도 그렇지만, 더 심각한 것은 기사의 내용이다.

"8월에는 예쁜 걸그룹의 무대를 잠시 잊어도 좋다.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세계 각국의 여자 스포츠 선수들을 리우 올림픽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는 '예쁜' 걸그룹은 잊어도 좋다는 말로 시작한다. 그러고는 리우 올림픽에는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세계 각국의 여자 스포츠 선수들이 있다는 말로 이어간다. 기사의 제목부터 '국민 여동생'으로 시작하더니 어김없이 여자 스포츠 선수들의 미모를 품평하기 바쁘다.

"한국의 손연재(22)는 리우에서도 손꼽히는 미모를 갖췄다."
"예스원(20, 중국)은 훈련에 전념하느라 쇼트커트 머리에 트레이닝복을 주로 입지만 뽀얀 피부와 귀여운 외모로 중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올리베이라는 예쁜 외모와 육감적인 몸매 덕분에 브라질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를 내보낸 <중앙일보>가 올림픽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의심이 가는 내용이다. 마치 외모 경진대회를 홍보하듯 선수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공개하고 광고모델로 얼마나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알리고 있다. 4년 동안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노력했을 선수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포털사이트에서 '손연재' '몸매' 등의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한 결과. 여자 스포츠 선수의 능력이 아닌 외모를 부각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포털사이트에서 '손연재' '몸매' 등의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한 결과. 여자 스포츠 선수의 능력이 아닌 외모를 부각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 포털사이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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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스포츠 선수의 외모를 강조하는 모습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스포츠조선> 등 다른 매체들은 리듬체조 선수인 손연재 선수를 두고 "꽃보다 아름다운 인형 외모" "귀여운 외모 속 탄탄한 몸매" "동화 속에서 나온 듯한 야무진 외모" 등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물론, 외모를 보고 예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감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거나 매체를 통해 실어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제대로 된 언론 매체라면 스포츠 선수의 기량에 주목하기보다 외모를 강조하고 품평한 것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여성의 주체성과 능력을 지운 채 오로지 외모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것 또한 여성혐오의 한 종류다.

최근 강남역에서 한 여성이 여자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4'의 후원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넥슨 게임 '클로저스'에서 하차하는 일이 생기면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메갈리아는 미러링으로 여성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제 여성들은 당하고만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라면 적어도 무의식적 혹은 악의적으로 행해지던 여성혐오를 끊임없이 경계하고 의미 있는 물음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외모 품평에 앞장서고 있는 <중앙일보>의 모습이 우려스럽다. 이것이 <중앙일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여성들을 '소비'해오던 익숙한 방식이라 더더욱.

멋대로 하는 칭찬, 그만하자

중앙일보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 국제앰네스티와 아이즈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 '#하나도_기쁘지_않습니다'이다.
 중앙일보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 국제앰네스티와 아이즈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 '#하나도_기쁘지_않습니다'이다.
ⓒ 국제앰네스티X아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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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게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 국제앰네스티와 아이즈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 '#하나도_기쁘지_않습니다'이다. 캠페인 이미지에는 '멋대로 사용하지 말하야 할' 칭찬들이 적혀있다.

"넌 다른 여자들이랑 달라서 좋아."
"예쁘기만 한 여자보다 너처럼 개념 있는 여자가 좋아."
"이렇게 몸매가 좋은데 왜 숨기고 다녔어."

총 25개의 문장 밑에는 이것이 왜 칭찬일 수 없는지, 친절한 해석이 함께 적혀있다. 외모 품평을 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 모른다면 함께 읽어도 좋을 것이다. 칭찬이라고 다 좋은 칭찬이 아니다. 여성은 누군가에게 평가받고, 고정된 역할을 강요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여성혐오는 단지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여성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혐오는 여성에게 '여성성'을 강조하는 것, 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것, 여성을 차별하는 것, 여성에 대한 편견 등을 모두 포함한다.

기억하자. 여성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만이 여성혐오가 아니다. <중앙일보>가 여자 스포츠 선수들의 노력을 무시하듯 외모를 품평한 것도, 여성들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고 멋대로 편견이 가득 들어간 칭찬을 하는 것도 여성혐오다.


태그:#여성혐오, #외모, #리우올림픽, #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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