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서브 여주인공으로 밀려난 오디션의 '주인공' 김주현.

결국 서브 여주인공으로 밀려난 오디션의 '주인공' 김주현. ⓒ 래몽래인, 화이브라더스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태생부터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아성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진 작품이다. 영화에서 드라마로, 현대극에서 사극으로 장르 자체가 바뀌었고 주인공도 바뀌었다. 굳이 <엽기적인 그녀>의 이름을 따올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만큼 이야기 자체에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그런데도 <엽기적인 그녀>의 이름을 빌려 온 것은, 그 콘텐츠가 여전히 국내외 세계시장에서 화제성을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엽기적인 그녀> 측은 공개 오디션을 진행했다. 무려 1800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화제성은 높지 않았다. 압도적으로 일반 투표 인기도 1위를 차지했던 정인선이 2위가 되고 김주현이 1위로 선정되는 과정 역시 그다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일각의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되지 않은 것은 오디션 자체에 화제성이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제작사 측이 오디션으로 뽑은 배우를 방송사 측이 반대하면서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제작사 측은 주인공 역할에 부담을 느낀 김주현 스스로 물러났다고 밝혔으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다. 김주현이 스스로 물러났다면 오디션 차점자에게 기회가 돌아가야 맞다. 더군다나 김주현은 서브 여주인공으로 드라마에 여전히 출연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참가자들은 오디션을 보면서 주인공의 대사를 읊고 주인공의 옷을 입고 연기를 펼쳤다. 무려 1800:1의 경쟁률을 뚫은 배우의 꿈을 짓밟고, 화제성이 없었다 하나 이 오디션에 한 표를 던지고 관심 있게 지켜온 소수의 대중을 무시한 처사다. 김주현을 대신해 주인공을 제안받은 스타는 오연서로 밝혀졌다. 아직 확정단계는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여주인공으로 들어오는 배우가 누구이든 시선이 긍정적일리 없다.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역시 '스타 마케팅'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여론도 존재한다.

방송사에 편성을 받기 위해서 제작사는 방송사의 요구를 따르는 을의 처지다. 그러므로 스타들의 몸값을 올려서라도 제작사 측은 톱스타를 캐스팅해야 하고 스타작가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공중파 드라마의 한계는 명확하다.

'시청률이 되는' 스토리에만 국한한 나머지 새로운 얼굴은 발견되기 힘들고 새로운 스토리는 어쩌다가 하나씩 탄생할 뿐이다. 그 사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케이블 방송사들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며 다양한 시청자를 만족하게 할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오해영>처럼 서현진 같은 스타를 만들어내는 방송이 나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스타마케팅이 과연 어디까지 통할 것인가. KBS <함부로 애틋하게>의 수지와 김우빈의 화제성은 채 3회를 넘지 못하고 시청률은 곤두박질쳤다. 문제는 '누가'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콘텐츠인가'다. 시청률이 다소 낮더라도 이야기에 집중하고 끝까지 일관성을 유지한 작품에는 찬사가 쏟아진다. 그러다 보면 시청률과 작품성을 모두 잡은 작품들도 탄생하기 마련이다.

그런 노력이 없이 스타 마케팅과 버즈 마케팅에만 기댄 방송사의 안일한 대처에 시청자는 <엽기적인 그녀> 방영 이전부터 벌써 지쳐버렸다. 이런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려 <엽기적인 그녀>는 성공한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그 전망은 다소 어두워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엽기적인 그녀 김주현 오연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