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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학교의 기능은 무엇인가? 아이가 집을 나와 온종일 생활하는 학교는 아이에게 어떤 의미를 주어야 하는가? 일단 학교는 아이에게 편안함을 주어야 한다. 또한, 학교는 아이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하고 더 나아가 행복감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편안함 즐거움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요소는 수없이 많다. 옆에 앉은 짝꿍에서부터 선생님과의 관계, 배우는 내용 심지어는 오늘 먹을 급식이 무엇인지까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요즘 학교는 매우 피곤하다. 왜 피곤한지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보자.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 보면 동화와 조절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동화와 조절은 원래 생물학의 개념인데 이것을 피아제가 아동의 인지발달이론에 적용한 것이다. 생물체에는 도식(스키마)이 있어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동화는 새로운 환경에 처했을 때 자신이 가진 도식을 변화시키지 않고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며, 조절은 새로운 환경에 처했을 때 자신이 가진 도식을 바꾸어야만 세상 해석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학교를 하나의 생물체라고 본다면 학교에도 도식이 있다. 학교가 가진 기본적인 패러다임에 따라 새롭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그리고 학교에 들어오는 각종 교육정책을 해석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정책이 학교에 들어왔을 때 학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도식으로 그 정책을 해석하며 소화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해오던 도식을 버리고 새롭게 변화시켜야 하는 경우도 많다.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학교가 변화를 잘 따라가지 못하는 구시대의 산물쯤으로 여기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학교를 확 뜯어고쳐야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에 근거하여 그들이 만드는 교육정책들은 학교에 동화보다는 조절이라는 기능을 하도록 강요한다. 생물체는 동화보다는 조절을 해야 할 때 불안함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학교라는 조직도 자신이 가진 도식에 따라 정책을 이해하고 수용하기보다는 학교부터 변해야 한다고 외쳐대는 각종 교육정책 때문에 오늘도 피곤하다.

끊임없이 조절을 강요당하는 학교는 그 기본적 기능인 편안함을 잃어가고 있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꿀 것을 강요당하는 생물체가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것처럼, 매일매일 새롭게 그 무엇인가를 바꾸도록 강요당하는 학교에 안정감을 기대하긴 어렵다. 학교조직이 안정감을 찾지 못한다면 그 속에 있는 아이들이 불안정한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렇게 우리의 아이들은 편안함으로부터 멀어지고 그 속에서 학교폭력 등 각종 교육문제의 씨앗들이 잉태된다.

교육예산 GNP의 5% 이상! 대통령 선거 때마다 외쳐대던 정책이다. 그러나 이것을 거꾸로 생각해보자. 교육예산이 늘어나면 학교는 편안해지는가. 교육예산이 늘어나면 교육정책도 덩달아 늘어난다. 학교는 이제 실험실이 되어간다. 각종 해괴한 교육정책들이 입안되어 학교에 돈과 함께 전달된다. 학교는 그 정책과 예산을 짊어지고 낑낑댄다. 그러는 사이 기존에 해오던 일들 즉, 아이들에게 편안함과 즐거움 행복감을 주던 일들은 시답잖게 여겨질 수도 있다. 뭔가 새로운 요소들을 가지고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만 시대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것이란 착각도 하게 된다.

교육에서 중요한 건 안정감이다. 따라서 교사와 학생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하루하루의 일과를 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마치 학교가 편안한 상태인 것이 학교가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평가절하한 결과 새로운 교육정책들이 난무한다. 이제 학교는 비만 당뇨 등 선진국형 질병에 시달려간다. 이때 이 환자들에게 필요한 건 다이어트이다. 적게 먹고 많이 걷고 운동을 하는 슬림한 생활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학교도 슬림해져야 한다. 아이와 교사와의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교육, 이걸로 충분하다. 학생이 교사를 믿고 따르는 속에 진정한 배움이 있다. 지식 나부랭이 하나 더 알려준다고 선생님을 존경하는 요즘 학생들이 아니다. 학생들이 배우는 지식은 스마트폰 속에 더 많다.

"기업은 경영이 나빠지면 스스로 구조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반면에 정부는 국가경영이 어려워지면 정부기구를 더 늘려 해결하려 한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학교는 자꾸 무엇인가를 보태고 보태서 문제가 자꾸 늘어난 것이다. 제발 학교를 그냥 내버려 두자. 학교를 슬림화하자. 아이들에게 편안함을 주자.


태그:#학교폭력, #학교비대화, #학교슬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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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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