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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말없는 약속 20년'에 이어 이제는 제 자신을 시작으로 나의 심리적, 생활상의 문제들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에 걸림돌이 됐던 독(자신과 타인에게 해로움을 주는 요인)을 다스렸을 때 건강과 행복을 더 크게 느끼며 당당하게 생활하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연재기사의 이름은 '내 안에 독을 다스리면 덕이 되고, 복이 된 사연'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상담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볼 겁니다. 이 연재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오마이뉴스>에 본인의 이야기가 실리는 것을 동의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이름은 가명으로 합니다. - 기자 말

[앞선 기사] 시어머니의 자식 편애, 남편을 어떻게 설득할까

그녀는 쐐기를 박듯이 한마디 더 했다.

그녀 : "지금 남편은 결정을 해야할 거예요. 좋은 아들로 살 건지, 좋은 남편으로 살 건지. 전에 시어머니는 저를 싫어하는 티를 노골적으로 내셨거든요. 나는 그 집으로는 안들어가요."

아주 담대한 발언이었다. 남편이 순간 자기 아내에게서 전에 보지 못하고 알지도 못했던 모습이였는지 순간 당황해 했다.

남편 : "선생님, 이 사람이 변한 것 같습니다."

나는 신중한 표정으로 답했다.

: "사람이 자식을 놓고 죽을 생각을 하고 그것을 시도까지 했는데 무서울 게 더 있겠습니까?"

이런 내 말에 남편은 더 놀랐다.

남편 : "선생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올 것이 제대로 왔다.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이제는 자신의 주장을 내려놓고 좋은 해결방법이 있다면 따르겠다는 신호다.

: "그점에 대해서는 저보다 해답을 갖고 있는 아내분께 물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내는 어깨를 으슥하며 야무지게 말한다.

아내 : "결정해요. 저는 시부모님 계신 그곳으로는 안 들어가요. 위층이든 한 집이든. 나가서 우리끼리 살고 싶어요."

그녀가 상대를 존중하면서 부드럽게 표현한 건 아니지만, 자기 욕구를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는 담대함이 생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개인 상담 7회, 남편과의 중재 5회가 됐을 때였다. 그녀의 내성이 이제서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다. 애정에 굶주려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주장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으나 그녀에게 뿜어져 나오는 예리함과 약간 독기가 나올 정도의 담대함을 드러냈다. 그러자 남편이 한 풀 꺽이는 듯 수그러든다. 나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한마디 했다.

: "요즘 과외 광고문을 보고 전화오는 학부모들이 계시지요?"
그녀 : "예, 지금까지 세 사람이 전화왔어요."
: "그러면 곧 과외가 시작되시겠군요?"

나와 그녀와의 대화를 남편은 빠르게 눈동자를 돌리며 그녀와 나를 번갈아 보고 있더니 무슨 말이냐는 듯 물어왔다.

남편 : "무슨 소리예요?"
: "그렇지 않아도 아내분은 4년 장학금을 받을 정도의 수재셨는데 그 능력을 발휘하시면 본인에게나 아이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추진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광고지를 친정 인근 아파트 주위에 붙였는데 바로 연락이 오고 있다고 하네요."

그때 남편의 눈빛이 반짝이며 그녀를 새롭게 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왜 이러고 살았는지..."

사실 나는 감사할 일들이 많다 그중에 에니어그램이란 성격유형검사를 배워 생활에 유익하도록 적용하는 것 또한 크게 감사할 일이다. 덕분으로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웬만하면 그 사람의 외모만 보고도 그 사람의 성격 유형을 알 수 있게 됐다. 처음 봤을 때 여겨졌던 그 사람의 유형과 추후 검사를 했을 경우 동일한 결과가 나올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민감한 부분까지 100% 정확하진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독이 될 요인은 무엇이고 약이 될 만한 요인은 무엇인지는 유형을 통해, 큰 틀에서 그 사람의 욕구와 핵심 감정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스스로의 능력에 감사하는데, 이건 나를 보호하고 상대의 발전을 돕는 데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지능검사는 물론이고 성격유형검사 또한 검사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것을 가지고 상대가 발전할 수 있도록 지지와 격려를 보내줄 수 있는 해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녀의 남편 또한 처음 만났을 때 무엇이 그의 핵심감정이고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내 분석이 맞아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흐뭇해졌다. 일단 그 남편은 에니어그램상 8번 유형으로 본능(식욕·성욕)에 의존하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타입이다. 아내의 능력이 회복돼 일을 잘하고 경제력을 갖추게 되면, 아내를 존중할 타입으로 보였다. 이 남편은 그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미리 남편의 유형에 대해, 그리고 그녀의 유형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 "지금 당장 남편께서 살 곳에 대하여 결정하신다고 하더라도 시일이 걸릴 것이니까 일단 과외 들어오면 시작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녀 : "저도 그렇게 할 거예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내가 왜 그러고 있었나 싶었어요. 내가 누군데…."

그녀는 본인의 능력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강해보인다. 옆에서 남편은 그녀를 바라본다. 둘을 상담하면서 그렇게 아내를 오랫동안 바라보는 건 처음이었다. 여기에 그녀가 한 마디 더 한다.

그녀 : "제가 시어른들과 한 건물에 살면서 그렇게 힘들게 살고,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그렇게 사는 줄 모르셨다면서 엄마가 친정집에서 과외를 시작해도 좋다고 하셨어요."
: "친정어머니께서 얼마나 기쁘셨으면 기꺼이 친정에서 과외해도 좋다고 하셨을까요."
그녀 : "친정엄마가 기뻐한다고요? 그럴 리 없어요. 제가 대학교 4년 장학금 받았다고 말씀드렸을 때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엄마인걸요?"

좋은 기회다. 그렇지 않아도 남편은 장모의 말하는 습관과 태도가 거칠고 인생을 험난하게 산 티를 내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 기회에 장모에 대해, 그리고 그녀에게는 친정어머니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를 전할 차례가 됐다. 때마침 그녀가 운을 잘 띄워준 것이다.

: "저런~ 4년 장학금 받았을 때에도 '축하한다' '엄마가 기쁘다' 등의 말씀을 전혀 하지 않으셨나요?"
그녀 : "잘했다, 한 마디가 다였어요."
: "잘했다. 그 한마디보다 더 나아가 '수고했다' '훌륭한 내딸 자랑스럽다' 등의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녀 : "엄마는 내가 대통령이 돼도 그런 말 못할 걸요."

: "잘 보셨어요. 따님으로서 친정어머님을 잘 아시는 것 같네요. 어쩌면 친정어머님이야말로 남편 없이 두 자녀를 키우면서 고생하시고, 그중 첫째는 대학 4년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잘했으니 친정어머니 또한 주위에 얼마나 자랑하고 싶으셨을까요. 어쩌면 그 전에도 공부를 잘해서 상을 많이 받았으니 '내 딸이 이렇게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으셨을 수 있어요. 그러나 친정어머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따님 입장에서 생각하실 때 왜 친정어머님은 주위에 딸 자랑을 하지 않으셨을까요?"

친정어머니가 자랑을 하지 않은 이유

그녀 : "글쎄요. 그건 저도 모르죠."
: "혹시 어머님께 친가든 외가이든 누구 한 사람이라도 주위에서 '남편 없이 혼자 고생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첫째가 공부도 잘해서 장학금 받고 대학을 가다니 정말 훌륭해'라고 해주신 분을 본 적이 있나요?"
그녀 : "아뇨."

나는 "아뇨"라고 대답하는 그녀의 눈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이런 경우, 내 속에선 이런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번 깊이 생각해 보실래요, 분명 당신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예요.' 우리 둘은 서로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남편이 이런 말을 한다.

남편 : "아마도 장모님은 장인께서 집을 나가신 것이 당신 탓으로 여기실 거예요. 왜냐면 우리가 결혼하기 전에 처가에 갔다가 담배 피우려고 밖에 나갔는데, 그 동네 할머니와 장모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그 할머니가 장모님께 그런 말씀을 하셨었어요. '남편한테 잘 좀 하지 왜 남편이 집을 나가게 해서 딸 결혼식인데 연락할 전화번호 하나 없이 살어'라고."
: "아~ 그러셨어요? 그런 이유로 장모님께서는 자랑하고 싶어도 참으셨을 거란 말씀이신가요?"
남편 : "아마도요"
: "예~. 그리고 그때 장모님에 대해 어떻게 여기셨나요?"
남편 : "그거야…."

남편은 뜸을 들인다.

: "장모님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으셨을 거예요. 한편으로 지금 남편분께 제가 무례하게 말씀드리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겠는데, 솔직히 OO엄마가 잘못해서 바람피우셨나요?"

나는 그녀에게 보냈던 눈빛을 동일하게도 남편에게 보냈다. 남편이 머뭇거리며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내가 앞서 말했다.

: "지금 남편분께서 '그거야 제가 잘못한거지요'라고 말씀하신다면 아내분께 멋있는 남편모습으로 보이실 것입니다. 이것저것 약간이라도 아내 탓하는 모습보다는요."

남편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친정어머님의 상황에 대해 친정어머님의 심정을 전했다.

"나는 내가 모든 게 모자라서 남편이 나갔기 때문에 자랑할 것도 없었고 자랑할 줄도 모르고 살았단다. 왜 기쁘지 않았겠니 다른 애들처럼 먹을 것, 입을 것 잘해주지도 못했고 과외 한 번 시켜주지 않았는데도 니 스스로 공부해서 장학금 받고 용돈도 스스로 아르바이트해서 벌었는데 왜 자랑스럽지 않았겠니. 단 내가 너무 미얀해서 그저 그런 너에게 미얀해서 칭찬도 못하고 미련하게 그랬단다. 미얀하다. 내 딸아".


태그:#대통령, #돈, #과외, #바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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