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스탠딩 에그 싱글 <여름밤에 우린> 표지

스탠딩 에그 싱글 <여름밤에 우린> 표지 ⓒ 본엔터테인먼트



인디는 1위하면 안 되나? 


지난 3일 멜론, 벅스, 지니, 엠넷, 네이버 뮤직 등 국내 굴지의 주요 음원 순위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인디 뮤지션 스탠딩 에그의 신곡 '여름밤에 우린'이 거의 모든 사이트 1위에 올랐고 다음날 오전에도 실시간 차트 정상의 자리를 내주지 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보통 유명 아이돌 그룹 음악, 인기 드라마 삽입곡, 또는 방송 음원이 1위를 차지하는 최근의 흐름에 비춰볼때 스탠딩 에그는 '대형 사고'를 친 셈이다.

그런데 일부에선 "유명하지도 않은 인디 가수인데 어떻게 1위를 하냐, 로엔 배급이니 사재기 아니냐?"라는 의혹의 글을 쏟아냈다. 과연 이게 이른바 "음원 사재기"로 가능한 일일까? 혹자는 이번 논란 아닌 논란에 대해서 "인디 뮤지션을 바라보는 일부 대중들의 선입견, 편견이 작용한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인기 스타 가수도 하지 못한 1위를 감히 유명하지도 않은, 너희 같은 '인디 애들'이 어떻게 차지하냐"라는 색안경 말이다.

내가 잘 모르는 가수이니 만큼 그들의 갑작스런 인기는 당연히 '비정상적인 수단'이 동원되었을 것이라는 막연한 의심은 열심히 음악을 만들어온 이들에겐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음원 유통사가 뭐길래


스탠딩 에그가 의혹의 눈총을 받게된 큰 이유는 음원 유통 및 대리업체가 멜론을 운영하는 국내 굴지의 업체인 로엔엔터테인먼트(아래 로엔)라는 점이다. 그런데 로엔은 스탠딩 에그의 음원을 유통하는 업체일 뿐 소속 회사가 아니다. (본엔터테인먼트라는 1인 독립 레이블이 그들의 소속사다)

디지털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각 음원 사이트에 가수 또는 연예기획사가 자신들이 만든 음반, 음원 등을 판매하려면 '중간 상인' 에 해당하는 유통사와 배급 계약을 맺고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것이 이뤄지면 유통사는 본인들이 공급 계약을 맺은 음원 사이트에 해당 음원들을 제공하게 되고 소비자들은 이를 스트리밍, 다운로드 등을 통해 구매-소비하게 된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종류 이상의 음원-음반이 출시되는 상황에서 음원 사이트들은 현실적으로 개별 1인 가수를 일일히 상대하진 않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부득히 중간상인인 유통사를 통해 일괄적으로 신곡들을 공급하게 된다. 따라서 SM, JYP, YG 등 유명 기획사는 물론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무명의 가수들 할 것 없이 유통사를 거쳐야 신곡을 발표할 수 있다.

로엔, 벅스, kt뮤직, 엠넷 등 음원 사이트를 운영중인 대형업체들은 이들 유통사 업무를 병행하고 있으며 인터파크, 윈드밀 등 중견 업체들 역시 이 분야에서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음원 수입의 배분 비율은 문화체육부가 정한 규정에 따라 유통사는 40%를 챙기게 되고 제작자 44%, 저작권자(작사/작곡) 10%, 실연자(가수) 6%로 정해져 있다)

 5일 오후 5시 50분 기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에서 스탠딩 에그의 신곡 '여름밤엔 우리'가 1위를 기록 중이다.

5일 오후 5시 50분 기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에서 스탠딩 에그의 신곡 '여름밤엔 우리'가 1위를 기록 중이다. ⓒ 멜론차트 갈무리


반면 유통대리업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기획사-가수가 의뢰한 곡들에 대해 일정 비율 또는 액수를 받고 각 음원 사이트에 노출을 담당해주면서 각 유통사에 음원들을 전달하는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대형 유통사들은 이 사업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으며 대리업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상당수가 현재 운영되고 있다. 혹자는 로엔이 멜론을 운영하니 당연히 로엔 유통 음원이 1위 하는게 당연하지 않냐고 말하지만 이는 이쪽 사업에 대한 무지 또는 이해 부족에서 나오는 말이다. 

만약 자사 배급 음원 위주로만 본인들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채운다면 사실상 타 사이트로 음원 공급하는 길이 막히는건 시간 문제가 되기 딱 좋다. 실제로 각 음원 사이트들의 순위표를 보면 자신들의 경쟁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에서 배급하는 음원들도 수 십여곡 씩 찾아 볼 수 있다. 게다가 로엔은 직접 여러 개의 산하 레이블 및 수 십명의 소속 뮤지션을 거느린 굴지의 음반 업체이기도 하다.  

자사 소속 가수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신곡들도 멜론 차트 100위에 오르지 못하는 일이 흔한데 상식적으로 자사 소속 뮤지션도 아니고 단순히 배급만 해주는 가수를 1위 만들어주기를 위해 뭐하러 편법을 쓰겠는가? 게다가 스탠딩 에그의 신곡은 타 음원 사이트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홍보 비용 부족한 이들에겐 SNS가 좋은 홍보 수단


유명 기획사들은 자사 소속 가수들의 신보, 신곡이 나올 무렵엔 각종 티저 영상, 이미지 제작부터 각종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홍보전을 치르게 된다. 이건 죄다 거액의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돈이 없어 물질 음반(CD) 못 만들고 디지털 싱글만 낼 수 밖에 없는 처지의 음악인들에겐 이건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결국 이들이 활용할 방법은 각종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SNS 운영이다. 스탠딩 에그는 역시 이렇다한 홍보를 큰 비용 들일 처지는 아니기에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과의 소통을 이어 오면서 입소문 등으로 팬층을 넓혀나갔다.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선 비록 싸인 CD 1장 증정이 전부였지만 신곡 제목 정하기 이벤트를 실시, 1주일여만에 1만여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팬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노래 제목을 우리가 이름 지었다"라는 묘한 동질감도 부여할 수 있었다.

최근 여러 예능 프로그램 BGM으로 사용된 본인들의 노래 영상 등도 올리면서 다가올 신보 공개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시켰다. 크게 대단할 것 없는 방법들이지만 직접 소통을 통한 팬과의 교감은 적어도 여타 인기 가수의 그것 이상이었다. 여기에 그동안 각종 음악 시상식 수상자 내지 후보자로 선정이 된 건 이들 음악에 대한 '품질보증서'나 다름없었다. 결국 신곡 '여름밤에 우린'의 인기 순위 점령은 어찌보면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로 타당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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