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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을 피해 온 난민 어린이의 눈망울을 한 번이라도 마주한 사람이라면 난민반대를 외칠 수 없을 것입니다. 테러의 공포에 휩싸인 유럽에서 난민 어린이들이 또 다른 상처받지 않고 자랄 수 있길 바라봅니다.
 전쟁을 피해 온 난민 어린이의 눈망울을 한 번이라도 마주한 사람이라면 난민반대를 외칠 수 없을 것입니다. 테러의 공포에 휩싸인 유럽에서 난민 어린이들이 또 다른 상처받지 않고 자랄 수 있길 바라봅니다.
ⓒ 권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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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우려속의 독일에서의 일상

요즘 독일이 좀 뒤숭숭하다. 지난 7월 18일부터 24일까지 무례 4차례나 벌어진 총기난사를 비롯한 자폭테러, 흉기난동 등의 사건 사고 때문이다. 며칠 전, 현관 우편함을 열어보니 웬 엽서가 와 있다.

"안 돼! 난민"
"우리는 독일인이다"

엽서 앞면에는 위와 같은 글귀와 다분히 극우적인 그림이 키치하게 그려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너희는 독일인이고 나는 한국인이지. 그래서 뭐.'

우체통에 써진 나의 이름은 누가 봐도 외국인이기 때문이 이 따위 엽서를 누군가가 집어 놓고 갔나 싶어 순간 울컥한다.

그런데 우편함 옆에 놓여있는 쓰레기통에 똑같은 엽서들이 가득 버려져 있는 걸보니 그 누군가는 내가 사는 건물 모든 우편함에 마음대로 엽서를 넣어 놓은 모양이다. 엽서를 정성스럽게 찢어 다른 이웃들처럼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지난 7월 26일이었다. SNS를 보니 내집에서 20분 거리의 베를린 슈테글리츠 지역에서 총기사고가 났다는 속보가 올라왔다. 아직 '누가', '왜'라는 자세한 사항이 올라오지 않은 속보였다. 그런데 댓글에는 '또 난민이냐', '베를린에서도 테러가 일어난 거냐'라는 이야기가 올라왔다. 뮌헨의 총기난사 사건의 여파가 아직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 것이다.

그러나 몇 시간 후 베를린에서 벌어진 총기 사고는 70대의 독일인 할아버지가 병원에서 자신의 주치의를 쏘고 자살한 사건이라고 밝혀졌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독일에서 사고만 났다하면 으레 난민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듯하다. 

한편 지난 7월 2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휴가 도중 모든 개인 일정을 취소하고 베를린으로 돌아와 기자들 앞에 섰다. 메르켈이 연설을 하는 동안 기자들은 질문하기 위해 손을 번쩍번쩍 들고 난리다.

이 자리에서 메르켈은 독일의 난민수용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이고, 혐오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혐오를 따르지 말자'는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괜스레 울컥한다. 독일인들이 난민들에 대한 거부감이 커질수록 외국인인 '나' 또한 독일에서 평탄한 생활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른바 헬조선을 떠나온 또 한 명의 난민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혐오로는 아무것도 막을 수 없다

이번 뮌헨 총기사고와 관련해서 중요하게 집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먼저 뮌헨 총기사고는 테러가 아니다. 독일 테러전문가들은 이것을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테러를 일으키고 있는 IS조직은 자신들이 테러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고자 한다. 그때마다 그들의 비디오는 곧 '테러' 자체이자 '테러프로파간다'의 역할을 해왔다.

지금 시점에서 독일 테러 전문가들이 독일에서 일어난 사고들이 굳이 '테러'가 아님을 구분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렇다. 섣불리 테러라고 규정짓는 순간, 그것이야말로 IS를 돕는 꼴이라는 거다. IS가 손대지도 않고 독일에 테러를 일으킨 것처럼 여론이 몰아지는 것이야 말로, 테러조직이 원하는 것이라는 거다.

또한 독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뮌헨 총기사고를 보도하고 있는 독일 언론들은 범인의 이름을 언급하는 방식을 두고 논란을 겪고 있다. 범인의 이름은 알리 다비드 손볼리(Ali David Sonboly)로, 성을 제외한 이름이 '알리 다비드'인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범인의 이름을 '알리'라고 보도 했고, 일부 언론해서는 '다비드'라고 보도했다. 극우 성향의 누리꾼들은 범인은 이란사람이기 때문에 '다비드'를 쓰지 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알리'와 '다비드'사이에는 지중해바다보다 더 큰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뮌헨 총기사고의 범인에 대한 기사에서 '다비드'를 뺀 '알리.S'라는 이름만 게시하고 있다.
 뮌헨 총기사고의 범인에 대한 기사에서 '다비드'를 뺀 '알리.S'라는 이름만 게시하고 있다.
ⓒ 함부르크모르겐포스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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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총기사고가 유독 독일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이유는 최초의 총기 난사 이후, 사고 희생자 수와 사고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몇 시간동안 사고 현장이 독일 전국에 생중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인터넷에서는 범인이 이슬람사람이며 이것은 독일인에 대한 테러라는 추측들이 난무했다.

이는 독일사람들뿐만이 아니라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나 같은 외국인들이 은연 중에 갖고 있는 테러공포가 극에 달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차후 범인이 이란부모를 둔, 엄연한 독일국적의 사람이고, 히틀러를 동경하는 인종차별주의자이자 극우주의자임이 밝혀졌다. 그 순간 이슬람 사람들을 모두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혐오하는 독일인들이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되었다.

테러에 대한 불안과 공포

유럽에서 살기 불안하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테러'라는 이름의 값싼 전쟁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 동안 독일의 이웃나라 프랑스에서 벌어진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을 비롯하여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눈물을 본 사람이라면, 죄 없는 사람들의 억울한 죽음을 목도한 사람들이라면, 함께 슬퍼했을 것이고, 분노했을 것이다. 이는 유럽인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 모두가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한 독일 언론에 실린 칼럼은 독일이 아직까지 프랑스와 같은 테러를 겪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난민 환영 문화'를 꼽았다. 실제로 독일의 많은 사람들은 난민들을 위해 자신의 집까지 내어주고 있고, 먹을 것, 입을 것들을 조건 없이 기부하고 있다. 바다를 건너, 그리스를 건너, 독일에 들어선 난민들 중에는 앙겔라 메르켈의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니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시리아에서 일찍이 독일로 건너온 한 남성은 자신의 민족을 받아준 독일인이 고마워서 밤마다 요리를 거리로 가지고 나와 독일노숙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까지 했다.

 난민 한명이 베를린 노숙자들을 위해 요리를 나눠주는 모습
 난민 한명이 베를린 노숙자들을 위해 요리를 나눠주는 모습
ⓒ 베를리너짜이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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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는, 전쟁 통에 아무것도 없이 옷 한 벌뿐인 몸뚱아리로 독일에 건너 온 난민들의 삶을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실제 대다수의 난민들은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갖고 있고, 낯선 나라에서 겪는 일상적 차별 또한 내가 아시아인으로서 겪는 소소한 차별 따위에 비할 수 없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트램 안이 어린이들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 고개를 돌려 가만히 바라보니 10명 정도 되는 난민 어린이들이다. 독일인으로 보이는 60~70대의 노인 세 명이 어린이들을 인솔하고 소풍을 다녀온 모양이다.

순간 무리 중에 있던 한 남자어린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보더니 씨익 웃는다. 나도 씨익 웃었다. 그 순간 나는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현재 베를린에 최소 3000명의 전쟁고아를 비롯한 미성년자 난민들이 존재한다는.

 한 난민 어린이가 길거리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다.
 한 난민 어린이가 길거리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다.
ⓒ 슈피겔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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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테러에 대한 증오가, 어느덧 혐오라는 총이 되어 나에게 웃음을 건넨 아이를 다치게 하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를린에 천사가 있다면 그 아이의 곁에 있어주길.

'유년기의 노래' 피터 한트케
(영화 <베를린천사의 시> 중)
아이가 아이였을 때 
팔을 휘저으며 다녔다 
시냇물은 하천이 되고 
하천은 강이 되고 
강도 바다가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였을 때 자신이 아이라는 걸 모르고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세상에 대한 주관도, 습관도 없었다 

책상다리를 하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사진 찍을 때도 억지 표정을 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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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독일해외통신원. 한국에서 공공미술가로 활동하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대안적이고 확장된 공공미술의 모습을 모색하며 공부하고 있다. 주요관심분야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 공동체안에서의 커뮤니티적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