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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대북제재 미진하자 사드 배치 밀어붙여"
"핵 보유시대, 우리의 진짜 적은 전쟁 가능성 그 자체"
"미국, 한국 분위기 미묘해지자 사드 예산 승인 유보"

국방부는 지난 7월 13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 하루 전날 유력 후보지로 언론에 공개된 이후 성주에서는 곧바로 투쟁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6일 성주를 방문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주민들에게 대화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으나, 군민들은 '근조 새누리당'을 전면에 걸고 장례식으로 답했다.

사드의 '괴담'과 '진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의당 인천시당은 지난 26일 오후 7시 인천YWCA 대강당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강연 제목은 '사드는 가짜 안보다'였다. 뜨거운 이슈인 만큼 당원 외에도 많은 시민이 참석해, 준비한 의자가 모자랐다. 아래는 김종대 의원의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사드 배치 전격 발표, 이틀간 무슨 일 있었나?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지난 7월 26일 인천YWCA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강연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지난 7월 26일 인천YWCA 대강당에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강연하고 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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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국회의원과 전문가는 10월 무렵에 한ㆍ미 국방장관 회담인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사드에 관해 결정할 것으로 판단했다. 국방부에서도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국방부는 7월 5일까지 '검토보고서도 안 나왔다'고 답변했는데, '7월 7일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틀간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대북한 제재 결의 2270호'가 통과되고, 중국이 제재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별 내용이 없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북한에 실속 있는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북한을 고립하고 압박하기 위한 외교활동을 계속했다. 특히 북한과 우호관계에 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우간다나 콩고 등을 방문해 공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한 후 북ㆍ중 무역액은 오히려 늘었다. 그게 우리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7월 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열렸는데 사드는 공식 안건에 없었다. 이 회의에 참석하는 장관도 몰랐는데 청와대의 긴급 안건으로 올라왔다. 이럴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말했다.

유사한 선례가 있다. 지난해 목함지뢰 사건 이후 대북 확성기 사용 재개를 결정할 때도 '대비책을 검토해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고 국방장관이 발언했지만, 다음날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린 후 확성기를 사용했다. 올해 초 개성공단 가동 중단도, 통일부 관계자도 모른 채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열린 후 가동 중단 3시간 전에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통보했다. 정부부처가 준비할 틈도 없이 청와대에서 결행하고, 회의록은 비공개로 국회에도 공개하지 않는다. 정부의 안보정책이 결정되는 걸 보면 놀랍다.

대북한 제재가 순조롭게 이뤄졌다면, 사드를 이렇게 밀어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시점일까. 미국은 한국을 동맹국으로 끌어들여 전 세계에 동시다발 대치전선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사드는 국제정치에서 군사무기이자 정치무기다. 미국은 사드 배치가 범세계적 미사일 방어(MD, Missile Defense)시스템의 일환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수세력은 미국의 말도 믿지 않는다. 미국의 MD와 한국의 MD는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하나의 시스템이고, 미 본토에서 통제하고 있다. 미국이 전략적 우위를 점하는 핵심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단일 패권을 인정하지 않으려한다.

우리의 진짜 적(敵)은 전쟁 가능성

북한은 상당한 수준의 핵무기 고도화를 이뤘다. 한때 진보진영 안에서 북한 핵을 '진보적 낙관주의' 시선으로 봤다. 핵을 실전배치하기보다 협상용으로 사용하고, 대화가 끝나면 핵을 포기할 거라는 시각이었다. 그러나 북은 핵을 보유했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북이 핵을 실전에서 사용하면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다.

핵 보유시대에서 우리의 진짜 적은 전쟁 가능성 자체다. 우발적으로라도 전쟁 가능성에 다가가는 게 우리의 적이다. 남이든 북이든 신호를 잘못 해석해 작은 충돌이 큰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우리의 적이다. 누가 이기든, 이겨도 지는 전쟁이다.

사드는 수도권 방어용이 아니다. 수도권은 패트리어트로 방어한다. 북한 핵을 두려워해 심리적 위로를 얻고자, 약관도 보지 않고 불량 보험 상품을 사는 것처럼, 사드를 그렇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핵으로 '공포영업'을 하는 것이다. 국민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어 압박을 가하면 사드 찬성여론은 높아진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자체다"라는 말을 했다. 두려움에 빠지지 말고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봐야한다. 두려움의 노예가 되는 순간 합리적 선택을 할 기회를 놓친다. 그게 사드다.

안보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는 가운데 강경책과 유화정책을 동시에 국가전략으로 세워야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대화와 협상의 소프트 파워(=물리적인 힘보다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중심으로 드러나는 힘) 정보는 빼고 압박과 제재만을 신봉한다. 안보를 전략적으로 해야 하는데 정략적으로 하고 있어, 결과가 좋지 않다.

국민들은 실패한 안보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한다. 괴담이니, 외부세력이니 하는 말로 안보 실패 책임을 국민에게 씌우는 정치공세를 막아야한다. 엄중한 국제정세 속에 살아야할 우리는 다음 세대에 불안한 나라를 물려주게 돼, 착잡하다. 위기를 관리하는 성숙한 국가, 품격 있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사드는 답이 아니다. 폭넓은 지혜가 필요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강의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강의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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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이 사드 배치 찬성을 당론으로 정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 16명 가운데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13명이다. 제1야당이 투항하는 순간, 정부는 너무 쉬워졌다. 이 싸움이 너무 싱겁게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실제 배치까지는 시간이 있다. 요즘 외교는 상대국의 시민을 상대하는 퍼블릭 디플로머시(public diplomacy), 공공외교가 대세다. 미국은 과거 우리나라의 역사에 개입해 '반미 역풍'을 맞은 경험이 있다. 미국은 사드 배치를 결정했지만 한국 분위기가 미묘해지자 예산 승인을 유보했다. 한국의 여론을 본 후 예산을 세우겠다고 했다.

우리는 공공외교의 관점으로 미국에 응답해야한다. 우리 정부는 '괴담'이라고 하지만, 미국 정부에 사드의 부당함을 설명해줘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뜻을 무시했을 때는 누군가 책임져야한다는 것을 경고해야한다.

더민주가 저렇게 안 됐으면, 막는 게 가능한 일이었다. 더민주는 그걸 포기했다. 더민주가 포기하지 않고 시민사회가 논리적인 의사를 적극 표명하면 막을 수 있다. 기회는 충분히 있다. 정치가 바로 서고 시민사회가 바로 서면 할 수 있다. 그걸 못 막는다는 패배주의가 문제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김종대, #사드, #정의당, #국회의원, #국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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