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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른바 '빤스 목사'로 잘 알려진 전광훈 목사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그 당사자는 바로 <오마이뉴스>에서도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지유석 베리타스 기자다. 이 소송에 대해 지난 5월 27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청 형사 4부는 전광훈 목사의 '빤스' 발언을 적시하는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며 지난 26일 광화문 광장 근처 커피숍에서 지 기자를 만나 명예 훼손 소송 1심 판결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기독교계 언론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지유석 베리타스 기자
 지유석 베리타스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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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해군기지 건설, 한미 FTA 제치고 레이디 가가 비판이라...

- 이른바 '빤스 목사'로 잘 알려진 전광훈 목사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셨지만 지난 5월 27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청 형사 4부는 무죄를 선고했는데 소감 부탁드려요.
"일단 너무 기뻤습니다. 사실 제 사건은 법정 최고형이라고 해봐야 벌금 200만 원이에요. 그런데 변호사님이 너무 변론을 열심히 잘 준비해주셨고, 판결문을 보니 판사님께서도 이 사건에 대해 굉장한 관심을 갖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셨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변호사님과 판사님께 감사드려요."

- 판결 나올 때 느낌은 어땠나요?
"사실 1심에서 무죄 판결받을지 몰랐어요. 전 대법원까지 염두에 뒀고, 1심에서는 벌금 감경 정도 판결만 받으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봤었는데 덜컥 무죄가 선고되니 놀랐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항소했습니다. 어차피 대법원까지 갈 것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항소하기를 은근히 바랐습니다. 오는 8월 30일 대전지방법원에서 다시 한 번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 얻도록 하겠습니다."

-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게 2012년과 2014년 다음 카페 <한국교회 정화운동 협의회>에 '루크 스카이워커' 등의 필명으로 '레이디 가가 유감', '전광훈의 800만 원 벌금형에 부쳐'라고 쓴 글 때문이잖아요.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두 글 모두 한국교회를 향한 안타까움 때문에 쓰게 됐어요. '레이디 가가 유감'은 2012년 4월 미국 팝 가수 레이디 가가가 내한공연을 했을 때 기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에서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런데 전, 기독교계가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나 한미 FTA 같은, 당시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던 시급한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보다 엉뚱하게 팝가수 한 사람만 찍어 공격하고 있다고 봐서 이를 질타하려고 글을 쓰게 됐어요.

또 하나가 '전광훈의 800만 원 벌금형에 부쳐'인데요, 글을 쓰던 당시는 전 목사가 '전교조가 성을 공유한다'는 망언으로 전교조에 고소당해 벌금형을 선고받았었습니다. 전 그의 이전 발언, 즉 문제의 '빤스 발언'을 적시하면서 "세상천지 어느 종교인이 여성의 성과 남성의 인감증명으로 신앙을 재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었습니다.

전 목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벌금형까지 받은 마당에 그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글을 쓴 것이죠. 불행하게도, 전 목사는 이후에도 막말을 계속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요. 그런 사람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고소·고발을 하는 건 참 이율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 전 목사의 '빤스' 발언을 들은 적 있나요? 본인은 부인했었죠.
"한 번은 유튜브에 올라온 걸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러나 문제의 발언이 언제, 어디서, 어떤 과정으로 나왔는지는 기독교계 개혁언론인 <뉴스앤조이>를 통해서 접했어요. <뉴스앤조이>가 이 발언을 처음 알렸죠. 그러면서 파문이 일자 전 목사는 처음엔 부인하다가 '목사들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맥락에서 발언한 것'이라고 말을 살짝 바꿨습니다."

-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문제도 관여하신 거로 알아요. 목회자의 성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성 문제에 관심이 많다기보다, 목사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하려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전 목사 성추행 사건은 그냥 넘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만으로 무작정 뛰어들었습니다. 그땐 제가 삼일교회를 다니고 있기도 했었어요."

- 처음 약식 기소로 2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부당한 판결이라 생각해 정식 재판을 신청하셨잖아요. 그 이유에 대해 "법원 결정을 인정하면 이것이 선례로 남아 네티즌들이 목회자의 언행을 자유로이 비판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 결정이 아니라도 한국교회는 "하나님이 판단하실 건데 왜 네가 목회자를 비판하냐?"는 정서가 있어요.
"아주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판단하신다'는 말은 교회에서, 특히 목사가 부적절한 일에 연루되면 비판론자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빼 드는, 그야말로 전가의 보도 같은 말이에요. 기독교 교리상 세상 모든 일을 관장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궁극의 권한은 하나님께 있지요.

그러나 하나님은 무슨 초자연현상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사람을 통해서 일하십니다. 목사가 범죄하면 하나님이 그 목사를 정조준해 천둥·번개를 내려 벌하나요? 다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그 발걸음을 돌이키도록 권고를 합니다.

한국교회는 하루 속히 '하나님이 판단한다'는 사고에서 어서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요새 신문이나 방송을 보세요. 공금횡령, 배임, 논문표절, 성추행 등 목사들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옵니다. 만약 '하나님이 판단한다'는 말대로라면 경찰이나 검찰 같은 사법기관은 손 놓고 있어야 해요. 하나님이 하시기 때문이죠. 그러나 어디 그런가요?

특히 성추행이나 배임, 논문표절 등은 사회에서도 엄중하게 다루는 강력 범죄행위이고, 따라서 응당 사법당국이 나서서 이들을 엄중히 다스려야 합니다. 목사는 무슨 치외 법권을 가진 사람들로 착각하는 경향이 한국교회에 만연해 있는데, 목사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고 따라서 공동체의 규범은 지켜야 합니다. "

기독교계 언론, 긍정 내용만 써야 한다는 인식 퍼져 있어

지유석 베리타스 기자
 지유석 베리타스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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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를 비판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드는 예가 구약성경에 나오는 미리암이 모세를 비판했을 때 한센병에 걸렸잖아요. 또한, 마태복음에 보면 예수께서도 비판하지 말라고 했고요.
"두 가지 든 성경 말씀 역시 비판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말씀입니다. 성경 말씀은 적힌 글자는 물론 그 말씀이 나온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모세는 정말 하나님의 사명을 받아 실천했던 인물이고, 따라서 그에 대한 부당한 공격은 하나님의 징벌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목회자가 사회에서도 중하게 다스리는 범죄를 저질렀는데, 이를 비판하면 하나님이 비판자에게 한센병을 내리실까요? 자신 있게 말씀드리는데, 하나님은 그런 분 아닙니다. 오히려 더욱 강력하게 비판을 해서 그런 범죄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께서 '비판하지 말라'고 하신 건 '부당한' 비판을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봅니다. 예수께서 활동하시던 당시 종교권력자들은 예수의 모든 행동에 대해 비판을 일삼았습니다. 아마 비판하지 말라는 말씀은 이들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또 말씀의 맥락과 무관하게 '비판하지 말라'는 말씀은 평신도에게만 적용이 되지, 목회자들은 예외입니다. 목회자들을 보세요.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목회자일수록 설교를 통해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 성도가 있다거나 하면 혹독하게 비판을 가합니다.

그러다가 정작 자신들이 부적절한 행위에 연루되면 비판자들을 향해 비판하지 말라고 하지요. 사실 이런 이중적인 말씀 적용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예수께서 왜 비판하지 말라고 하셨는지, 맥락을 잘 숙고하고 이를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기독교 언론의 기자이시잖아요, 요즘 일반 언론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죠. 교계 언론도 예외는 아닐 것 같은데 교계 언론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일반 사회 언론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게 권력과 자본을 비판하기보다, 그들의 논리를 대변하고 반대자들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데 앞장서는 행위입니다. 또 광고와 기사를 맞교환하는 행위도 병폐로 지적되고 있지요. 기독교계 신문, 방송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사회 언론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어요."

- 재정적인 문제인가요?
"전 재정이 일차적인 원인이라고 봅니다. 교계 매체들 상당수가 재정 상황이 열악합니다. 그렇다 보니 다는 아니겠지만, 상당수가 대형교회에 우호적인 기사를 써주고 운영비를 받아 챙깁니다. 심지어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내부 분쟁이 벌어지는 교회에 의도적으로 개입해 이익을 취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목사들의 비리가 불거져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 목사의 '빤스발언'은 개혁성향이 강한 매체에서 먼저 보도해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CBS를 제외한 다른 언론들에서 이 발언을 질타한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한겨레신문>나 <오마이뉴스> 같은 일반 언론에서 더 비중 있게 다뤘지요. 이게 기독교계 언론의 관행으로 인해 생기는 일입니다."

- 기독교 언론에 저널리즘은 없는 것 같아요. 또 언론은 예언자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봅니다.
"공감합니다. 목회자 수준에서든, 성도 수준에서든 언론관이 상당히 왜곡돼 있어요. 언론이 담당해야 할 역할 가운데 하나가 감시견(watch dog) 역할이잖아요. 그런데 기독교계로 넘어오면 목회자든 성도든 교계 언론은 무조건 '긍정적인' 내용만 써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요. 그러니 목사님이 어떤 범죄행각을 저지르고, 사회 여론이 이를 거세게 비판해도 교회 언론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압력이죠.

일전에 다큐멘터리 <쿼바디스>를 연출한 김재환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김 감독도 '이 정도 수준의 이야기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금기를 깼다면 바로 반응이 옵니다. 한 예로, 모 기독교 방송사의 경우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형교회에서 광고를 수주하는데, 만약 방송사가 그 교회 목사님을 시쳇말로 '깠다'면 교회는 곧장 광고를 끊어 버리는 것이죠."

- 취재하면서 느끼는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를 느끼지만 그중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교회가 사회보다 못하다는 점이죠. 지금 정부 고위공직자가 거짓말하고, 비리를 저지른 정황이 드러나서 언론이 대서특필하잖아요. 그나마 정부나 일반 기업들은 문제가 불거지면 당사자들은 해명성 보도자료를 내놓고, 최소한 사과하는 시늉이라도 합니다.

하지만 교회는 아예 소통 창구를 막아버립니다. 교회는 물론 사회에서도 심각하게 여기는 사건이 벌어져서 여러 언론이 보도해도 아예 대응 자체를 안 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아요. 신도 수가 300~500명이 넘어가는 교회의 담임목사는 정부부처 장관보다 더 만나기 힘들어요.

또 목사들이 거의 한통속처럼 움직여서 어지간한 비리가 불거져도 자기들끼리 면죄부를 주는 일이 보통입니다. 교회는 인간을 구원하겠다는 교리를 설파하지만, 지금은 세상 사람들을 교회로부터 구원해 내야 하는 지경입니다."

- 올바른 저널리즘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올바른 저널리즘을 하려면 올바른 시선을 갖도록 노력해야 하겠지요. 기독교 언론이라면 마땅히 성경과 예수의 삶을 부지런히 공부하고 성서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부터 그렇게 해야 하겠지요."

-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게 정상적인 사회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사회가 교회를 걱정한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교회의 타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한국교회에 개혁이 가능할까요? 더 나아가 아직도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을까요?
"참 부끄러운 질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셨는데, 교회는 빛과 소금이기는커녕 사회적 물의만 일으키고 있으니까요.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한국교회는 개혁이란 말 자체가 사치라고 봅니다. 구조적인 병폐가 너무 심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차라리 지금 있는 기존의 교회가 다 무너지고 새로 새우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교회는 개혁되어야 합니다. 교회 다니는 분들은 물론 기독교가 종교가 아닌 분께도 간곡히 부탁을 드립니다. 한국교회가 바로 설 수 있게 교회 안에 계신 분들은 물론 밖에 계신 분들도 관심 갖고, 질타할 일이 생기면 거침없이 질타해 주시기 바랍니다.

왜냐구요? 지금 한국교회는 마음먹고 결집하면 정치와 사회에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장로임을 내세워 한국교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아주 손쉽게 집권했습니다. 종교인 과세의 경우 대형교회의 반발 때문에 상당한 진통을 겪었습니다. 선거철 때 한 번 보세요.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자들은 교회부터 먼저 찾아가 한 표를 호소합니다. 교회가 목사님 말 한 마디에 몰표를 주기 때문이죠.

이렇게 한국사회에 무시 못할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회이니 분명 건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현실은 시궁창입니다. 세월호 천막이 광화문에 마련돼 있는데, 사실 이건 교회에 있어야 합니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것도 서러운데 정부는 진상규명에 미온적입니다.

이 와중에 유가족이 어딜 가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겠어요? 교회가 그 일을 담당해야 하건만, 오히려 교회는 이들을 배척하니 이렇게 거리로 나온 것 아니겠어요? 교회가 정말 고통당하는 약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다시 한 번 한국교회가 개혁될 수 있도록, 성도는 물론 모든 깨어 있는 시민이 한데 힘을 모아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태그:#지유석, #전광훈 , #빤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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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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