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에 모든 것을 경험했다. 큰 교훈도 얻었으니 최종 모의고사의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축구에서 턴오버가 얼마나 중요한 지점인가를 잘 가르쳐준 명승부였다. 역습이 시작되는 순간의 패스 타이밍과 마무리의 정확성이 승부를 갈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30일 오전 8시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빠까엠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3-2 펠레 스코어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아쉬움이 남는 장면도 있었지만 대표팀은 리우 올림픽 최종 모의고사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받아 들었다.

전반전 끝나기 전에 '뒤집기 성공'

 29일(현지시간) 밤 브라질 상파울루 시 파카엠부 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제31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축구 대표팀 최종평가전 스웨덴과의 경기. 전반전 문창진(왼쪽 둘째)이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밤 브라질 상파울루 시 파카엠부 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제31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축구 대표팀 최종평가전 스웨덴과의 경기. 전반전 문창진(왼쪽 둘째)이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소속 팀 토트넘 홋스퍼의 프리 시즌 일정을 소화하느라 멜버른에서 날아오고 있는 손흥민과 부상당한 멀티 플레이어 이찬동이 뛰지 못했기 때문에 완전한 평가전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스웨덴은 괜찮은 평가전 상대였다. 끈질긴 압박을 펼치다가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 신태용호에게 먼저 골을 터뜨리며 큰 교훈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26분에 스웨덴의 선취골이 나왔다. 한국의 왼쪽 풀백 심상민이 중앙선 부근에서 어이없는 패스 실수를 저질렀고 그것이 곧바로 켄 세마의 여유 있는 왼발 슛으로 이어진 것이다. 축구는 이처럼 공격을 시도하다가 상대 선수에게 공을 빼앗기는 '턴오버' 상황이 수없이 반복되는 경기다. 여기서 어떤 판단을 하며, 또 조직력과 기술적 우위를 보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한국은 실점 전후 역습 과정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두 차례나 놓쳤다. 먼저 17분에 류승우의 역습 패스를 받은 문창진이 왼발 슛으로 골을 노렸는데 아슬아슬하게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31분에는 골잡이 황희찬이 완벽하게 만들어준 득점 기회에서 권창훈의 슛 2개가 모두 빗나갔다. 이 두 장면 모두 스웨덴 수비 라인이 무너진 상태였기 때문에 경기 결과를 떠나 큰 대회를 코앞에 두고 있는 선수들이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그나마 칭찬해 줄만한 것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점수판을 2-1로 뒤집었다는 점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 주장 장현수가 공·수 균형을 잘 잡아주었고 역습의 중심에 나선 골잡이 황희찬이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 실력을 뽐낸 덕분이었다.

황희찬-문창진의 자신감 돋보여

 29일(현지시간) 밤 브라질 상파울루 시 파카엠부 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제31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축구 대표팀 최종평가전 스웨덴과의 경기. 후반전 대한민국 류승우가 드리블하며 스웨덴 진영으로 침투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밤 브라질 상파울루 시 파카엠부 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제31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축구 대표팀 최종평가전 스웨덴과의 경기. 후반전 대한민국 류승우가 드리블하며 스웨덴 진영으로 침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실점 후 9분 만에 주장 장현수가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터닝 포인트를 잡아냈다. 스웨덴의 안드레아스 린데 골키퍼가 잡다가 놓친 공을 장현수가 확보하여 밀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걸기 반칙이 나온 것이다. 라파엘 클라우스(브라질) 주심이 가까이에서 이 순간을 놓칠 리 없었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반칙을 얻어낸 장현수였다. 하지만 그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 방향을 린데 골키퍼가 읽고 왼쪽으로 몸을 날려 쳐냈다. 그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빠져들어간 문창진이 오른발 슛을 성공시켜 가슴을 쓸어내리는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로부터 3분 뒤에는 더 아름다운 역전골이 만들어졌다. 오른쪽 구석 깃발이 꽂힌 바로 앞에서 공을 소유한 골잡이 황희찬이 기막힌 오른발 드리블 기술을 자랑하며 스웨덴 수비수 다섯 명을 한꺼번에 '바보'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는 매끄러운 밀어주기로 문창진의 왼발 역전골을 이끌어냈다. 과정부터 결과까지 보는 이들을 미소짓게 만드는 명장면이었다.

멋진 역전골로 자신감을 얻은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 초반에도 황희찬의 유연한 드리블로 만든 기회에서 류승우가 재치있는 오른발 감아차기를 성공시켜 3-1로 달아났다.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갈비뼈를 다친 석현준의 공백을 황희찬이 훌륭하게 메웠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2분 뒤에 어이없는 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경기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비교적 먼 거리에서 날아온 스웨덴의 프리킥 세트 피스 장면이었는데 야콥 라르손의 왼발 발리슛을 체크하는 수비수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황희찬은 후반전에도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올림픽 본선 무대를 기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76분에 중앙선부터 치고 들어간 오른발 역습 드리블은 스웨덴 수비수들이 감당하기 힘든 스피드였고 곧바로 1분 뒤에도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위험 지역에서 프리킥을 얻어내 권창훈의 왼발 감아차기 위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몇 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갈비뼈를 다쳤던 석현준이 황희찬을 대신하여 88분에 들어와서 후반전 추가 시간까지 약 4분 동안 뛸 수 있었기에 이번 올림픽 공격 옵션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여기에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손흥민까지 가세할 경우, 신태용호 역습의 속도는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석현준-황희찬-손흥민-문창진-류승우-권창훈'이 만들어내는 경쾌한 공격 흐름이 지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멕시코와 유럽의 전통 강호 독일에게까지 통할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신태용호는 8월 5일 오전 8시 사우바도르에 있는 폰타 노바 아레나에서 피지를 상대로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 C조 첫 경기를 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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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U-23 올림픽축구대표팀 평가전 결과(30일 오전 8시, 빠까엠부 스타디움-상파울루)

★ 한국 3-2 스웨덴 [득점 : 문창진(38분), 문창진(41분,도움-황희찬), 류승우(54분) / 켄 세마(26분), 야콥 라르손(56분)]

◎ 한국 선수들
FW : 황희찬(88분↔석현준)
AMF : 류승우, 문창진, 권창훈(83분↔김민태)
DMF : 장현수, 박용우
DF : 심상민(83분↔이창민), 정승현, 최규백, 이슬찬(83분↔박동진)
GK : 김동준(46분↔구성윤)
축구 리우올림픽 신태용 스웨덴 문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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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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