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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가방에 단 노란리본을 본 에스더가 자기도 달겠다며 장난감 핸드폰에 노란리본 팔찌를 걸고 있는 모습
 오빠 가방에 단 노란리본을 본 에스더가 자기도 달겠다며 장난감 핸드폰에 노란리본 팔찌를 걸고 있는 모습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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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유치원생 에스더는 가끔 저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아빠, 왜 아빠 핸드폰에는 노란 스티커가 있어?. 아빠는 왜 노란리본을 달고 다녀?"

먹고 노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7살 아이에게 세월호를 기억하는 노란리본을 설명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제주가 아름다워 오려고 했던 언니, 오빠들이 하늘나라에 갔어. 그래서 그 언니, 오빠들을 기억하기 위해 아빠는 노란리본도 달고, 핸드폰에 노란 스티커도 붙이고 다니는 거야."

철부지 에스더가 하늘나라가 어떤 곳인지, 언니, 오빠들이 누구인지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끔 아이들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줘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함께 했다는 기억

안산초등학교 학생들이 노란우산을 들고 세월호를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
 안산초등학교 학생들이 노란우산을 들고 세월호를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
ⓒ 서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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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이런 의문에 답을 해줄 수 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지난 7월 26일 안산초등학교에서는 노란우산을 들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안산초등학교 학생 340여 명은 학교 운동장에서 세월호를 상징하는 배를 노란우산으로 보여줬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여했던 안산초등학교 윤영섭 선생님은 "아직 어린 아이들이 많은 생각 깊이있는 생각을 갖고 참여했다기 보다 담임선생님, 부모님 말씀을 듣고 참여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모습으로 기억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윤영섭 선생님은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부모님들이... 그때는 잘 몰랐지만, 함께했다는 걸 기억해 줄 것 같아요"라며 지금이 아닌 나중에라도 아이들이 기억해줄 것이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일을 가르쳐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무릎을 끓었던 창현군 아버지 이남석씨. 노란우산 프로젝트를 보면서 아이들이 진짜 살기 좋은 나라에서 살기 원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무릎을 끓었던 창현군 아버지 이남석씨. 노란우산 프로젝트를 보면서 아이들이 진짜 살기 좋은 나라에서 살기 원한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국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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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우산 프로젝트를 기획한 사람은 세종시에서 사진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서영석씨입니다. 서영석씨는 예전에 구매했던 세월호 노란우산이 망가져 스스로 제작해 지인들과 나누다가 '노란우산 프로젝트'까지 진행하게 됐습니다.

서영석씨는 "우리가 기억하고 있고, 또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된다는 이런 생각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서씨는 '일반 집회나 참석하는 분들은 아이들 데리고 다니기가 힘들지만, 단순히 우산 하나 들어줌으로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다'라며 '부담감 없이 시민들이 행동하고 기억해야 함을 가르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안산초등학교에서 노란우산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단원고 이창현군 아버지 이남석씨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제가 젊은 아이들, 특히 어린아이들 보면... 어떻게 보면 미래의 꿈나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어린아이들 보면 더더욱 힘이나고요. 그리고 예쁘잖아요. 초등학생들 보면. 예쁘고 귀엽고. 주머니에 뭐 있으면 하나라도 뭐 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 나라 아이들이 미래의 주인공입니다. 기성세대인 저도 이 나라가 이렇게 타락하게 된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꿈나무들은 살기 좋은 나라에서 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부모들의 바람은 아이들이 잘사는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만이 아닌 모두의 아이들이 함께 살기 좋은 나라를 꿈꿔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마음은 이런 마음이 더욱 간절합니다.

이 나라를 타락하게 한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문제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억해야 할 일을 알려주지 않고, 오히려 그 기억이 성공과는 멀기에 잊으라 강요합니다.

요새 요셉이는 부쩍 역사에 관심을 보입니다. 유명 강사인 설민석씨가 하는 역사 동영상도 재미있게 봅니다. 학교 담임 선생님에게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우고는 관련 동영상을 친구들과 공유하기도 합니다.

안산초등학교는 학교 입구부터 노란리본이 걸려있습니다. 곳곳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아이들의 그림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어떻게 학생을 가르치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평생의 기억을 만듭니다.

지금 당장 에스더가 노란리본이 가진 의미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저 아빠, 오빠를 흉내 낼 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노란리본을 떠올리며 세월호 참사로 이 땅을 떠나간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해내리라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노란우산프로젝트, #노란리본, #세월호, #안산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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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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